한국여성노동자회, 평등의 전화 상담 분석
여성 성희롱 피해자, 고용불안으로 피해 사실 못 알려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직장 내 성희롱을 겪었다는 피해자들이 최근 5년 새 2배 증가했다. 피해자 10명 중 6명은 2차 피해를 호소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전국 11개 지역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 총 4,526건 중, 남성상담(249건)과 재상담을 제외한 2,969건에 대한 상담을 분석한 결과 763건이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이었다고 7일 밝혔다. 1,042건은 임금체불, 부당해고, 직업병 및 4대보험, 부당행위, 휴가 및 휴게시간, 최저임금 등으로 다양했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지난 2014년 416건이었으나 2018년에는 76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화두인 ‘미투운동’속에서 용기있는 외침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 763건 중 육체+언어, 언어+시각, 육체+시각, 육체+언어+시각 등 복합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44.2%나 됐다. 언어적 성희롱은 36.1%, 육체적 성희롱은 16.4%였다.

여성노동자회는 “희롱이라는 단어가 주는 가벼움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사소한 문제로 생각하지만 실제 상담 내용은 성적 농담, 외모 평가, 강간에 이르기까지 결코 가볍거나 사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성, 연령 구분없이 성희롱 피해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 내담자의 고용유형을 살펴보면 정규직 61.2%, 비정규직 36.8%, 무기계약직 2.0%였다. 이들 중 48.9%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30인 미만 사업장 다수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성희롱 피해자의 36.6%는 20대였고, 30대 34.7%, 40대 19.1%, 50대 6.1%, 60세 이상 2.6%로 직장 내 성희롱은 전 연령대 여성 모두에게 발생했다.

가해자는 상사 56.3%, 사장 23.2%, 동료 12.0%, 고객 4.3%, 부하직원 1.3%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들은 성희롱을 당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해고 등의 고용불안정을 우려해 쉽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사건발생 시 조치의무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에 의한 성희롱에 대해 엄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법인 성격을 띤 사업장의 경우 사실상 사업주로서의 전권을 행사하는 법인 대표의 성희롱은 ‘상급자’로만 간주해 법 조항에 허점이 있어 보인다.

직장 내 성희롱 고발하고, 2차 피해 겪어

지난 2015년 평등의전화에 피해 사실을 알린 여성 가운데 34.0%가 불이익 조치를 경험했다. 3년 뒤인 2018년에는 그 수가 60.4%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희롱 피해자 5명 중 3명이 2차 피해를 겪었다. 불리한 처우를 밝힌 내담자 305명 중 155명은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을 경험했다. 10명은 신고한 근로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처우를 경험했다. 관계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고용부 홈페이지에 성희롱익명신고센터가 설치됐고 전국 47개 노동(지)청에 성희롱·성차별 전담 근로감독관이 배치됐으나 성희롱 피해자가 노동부 진정 시 근로감독관의 낮은 성인지 관점과 비전문성, 2차 피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노동자회는 “고용부가 근로감독이나 사업장 지도점검 등을 상시적으로 수행하고 문제 발생 시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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