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보호 위해 영유아식품에 살균이나 멸균처리 의무화”
식품업계 “재료 특성상 멸균 공정이 어려워, 표기 삭제”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식약처에서 영유아 보호를 위해 살균이나 멸균처리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마련한 가운데 이 규정이 오히려 영유아제품의 영양성분 표시를 막아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유아제품을 판매하던 일부 식품업계는 ‘재료 특성상 멸균 공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권장 연령 표시를 제거하고 영양성분표시를 성인기준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취약계층인 영유아에게 맞는 식품유형으로 제조토록 하기 위해 해당 조항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남양유업, 매일유업, 보령메디앙스, 일동후디스, 풀무원 등이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영유아용 과자 30개를 조사한 결과 권장 연령을 표시한 제품이 없었으며 영양성분 표시도 성인 기준으로 표기돼있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2015년 같은 조사 당시, 영유아용 과자 60개 모두 섭취 권장연령이 표기돼있으며 영양성분 표시는 35개 제품만이 성인기준으로 표기돼있었다. 3년 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는 2015년 당시 판매됐지만 현재는 단종됐거나 대형마트 등 입점되지 않은 제품을 제외한 30개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10월, 36개월 미만을 대상으로 한 식품 중 ‘영유아용 특수용도식품’으로 허가받은 경우에만 아기가 연상되는 문구, 사진, 월령표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29일 개정 고시한 ‘식품의 기준 및 일부 규격’에서 영·유아용으로 판매되는 식품을 제조·가공 시 살균이나 멸균처리를 의무화해야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살균, 멸균처리가 안된 영유아제품에는 베이비, 아기라는 단어가 빠져있다. 기본정보로 표시돼있던 섭취연령이 사라졌으며 영양성분표시 기준은 성인 기준으로 표시돼 있다. 다만 제품명이나 포장에 아이를 특정하는 문구나 캐릭터를 표기해 영유아용 과자임을 알리고 있다.

작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 과자 섭취 월령 표기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년 청와대 청원 게시판 갈무리

식품업계 관계자는 5일 본보 기자에게 “과자의 경우 제조 공정상 멸균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도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식약처 관계자는 “영유아 식품이라는 게 있고 아이에게 판매되는 과자 유형이 있다, 모두 영유아식품 기준 규격에 맞게 관리토록 강화한 것”이라면서 “식품업계에 의견이 있었지만 아이에게 맞는 식품유형으로 제조토록 관리하기 위해(규정을 마련했다)”고 했다. 새로 신설된 조항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조항에 영유아식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 것이고 살균이나 멸균처리된 영유아용 식품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유아의 나트륨 일일 권장량은 120mg~1000mg으로 성인(2000mg)의 최대 16분의 1 수준이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도 WHO 기준, 성인 권장량은 50g이며 영유아는 13.8~35g다. 제품에 영양성분 비율 표시가 성인 기준에 맞춰 계산된 사실을 모를 경우 과다 섭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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