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제해결 의지 낮고, 2차 피해 두려움 때문에

[우먼컨슈머=홍상수 기자]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체 직원 100명 중 8명은 직장 내 성희롱을 겪었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성희롱을 당하고도 특별한 대처 없이 참고 넘어갔다. 여성가족부는 3일, 지난해 4월 6일부터 12월 27일까지 전국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사업체 1천200곳의 직원 9천304명, 성희롱 방지업무 담당자 1천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 직원 가운데 지난 3년간 직장에 다니는 동안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1%였다. 피해자 연령은 20대 이하(12.3%), 30대(10.0%), 40대(6.0%), 50대 이상(5.0%) 순이었다. 정규직(7.9%)보다 비정규직(9.9%)의 성희롱 피해 경험이 많았다.

성희롱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5.3%),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3.4%),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2.7%) 등이였다. 성희롱 행위자는 대부분 남성(83.6%)이며, 직급은 주로 상급자(61.1%)였다. 성희롱 발생지는 회식장소(43.7%), 다음은 사무실(36.8%)이었다.

성희롱 피해자 81.6%는‘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9.7%),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1.8%) 순으로 나타났다. 조직의 문제해결 의지에 대한 신뢰가 낮고,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성희롱 피해 이후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행동 등으로 또 다시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27.8%에 달했다. 2차 피해를 가한 사람은 ‘동료’(57.1%), ‘상급자’(39.6%) 등이었다.

여가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3년마다 성희롱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는 비율은 2015년(6.4%)보다 상승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미투 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것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승한 이유 중 하나라고 풀이했다. 여가부는 관리직을 대상으로 2차 피해 예방 및 사건처리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신설하고,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고충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각 기관 성희롱 방지 체계는 어느 정도 구축됐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해 직장에서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충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직장내 성희롱 실태 조사(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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