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기업위기가 자주 발생한다. 재벌2세의 폭행, 회사 대표의 성추문, 배임과 횡령, 가맹점주 착취 등 다양한 형태의 갑질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회의 도중 직원에게 물컵으로 물을 뿌린 사건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기폭제로 대한항공 일가의 비리가 연이어 폭로되어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이 사건은 결국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계기가 됐다. 

한번 문이 열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다른 대기업들을 타켓으로 할 것이 분명하며 나아가 연금 사회주의가 발붙인 여지를 마련해 줬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기업들 입장에서는 죄지은 자 옆에 있다 날벼락 맞는 셈이다.

2018년 ‘최고의 갑질’은 아무래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과 성희롱 사건일 것이다. 전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직원을 폭행하는 동영상은 큰 충격을 주었다. 

양 회장의 갑질이 워낙 엽기적이고 충격적이어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승무원에 대한 갑질과 대림산업 직원 9명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디지털시대에는 기업이나 공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디지털 마녀 사냥에서 자유롭지 않다. 왜곡된 정보를 온라인에 올리면 갑질 이슈에 목마른 네티즌들이 SNS에 순식간에 퍼뜨린다. 언론은 검증 없이 이것을 기사화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억울한 피해자는 어디 하소연 할 데도 마땅치 않다. 나중에 억울한 사연이 올라오지만 이미 피해자는 만신창이가 된 상태이다.

2012년 2월 채선당 사건을 복기해 보자. “임산부가 종업원에게 배를 걷어차였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채선당 사장과 종업원은 악마보다 나쁜 인간으로 전락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CCTV를 확인한 결과 반전이 일어났다. 종업원과 임산부의 말다툼이있었지만 폭행의 증거는 없었다. 검증되지 않은 글이 생사람을 잡은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허위 혹은 과장된 글이 인터넷을 선동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아무런 검증 장치나 자정노력이 없다. 경찰자료에 의하면 2017년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사건은 1만3348건에 달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중 62%를 불기소 처리했다. 기소되어도 벌금이 100만원 남짓이다. 이렇게 처벌도 경미하니 온갖 거짓이 판치는 것이다.

사회적 지탄을 받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갑’ 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과도하게, 혹은 억울하게 매도당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회사측이 해명하고 사과를 해보지만 진정성이 없다고 더욱 비난을 받는다. 패해 보상을 하지만 더 큰 요구를 하게 되고 불매운동으로도 확산된다. 사건이 부풀려지고 사실이 아닌 루머가 팩트인 양 보도된다.

회사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매출 감소, 주가 하락은 물론 대표직 사임과 법적 책임까지 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 사건 자체가 과장되었다는 사법부 무혐의 판결이 나와도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드물다. 아무도 가짜뉴스 진위여부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조현민 전 전무의 이른바 ‘물컵 투척’ 사건이 무혐의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그녀에 대해 마녀사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남양유업은 거의 ‘악마의 화신’처럼 낙인 찍혔다. 6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불매운동이 진행 중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도 물러났다.

2019년 기업과 관련된 갑질 사건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인가? 아니면 줄어들 것인가? 디지털 정글은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그리고 기업과 CEO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과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면 2019년은 기업 입장에서 지뢰밭이 될 것이 자명하다. 막상 위기에 처하면 대부분의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맹수에게 쫓기는 타조가 머리만 모래에 박는 것같은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해서는 안된다. 

위기가 닥쳤을 때 무조건 잘못했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타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함께 억울한 일에 대해서는 해명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기업문화를 가꾸어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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