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김아름내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동물권단체 케어의 ‘안락사’ 논란이 뜨겁다. 비난의 화살은 케어 박소연 대표에게 쏟아지고 있다. 여론의 분노는 박 대표 지시에 의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개·고양이 약 250마리가 안락사 됐다는 내부 고발에서 시작됐다.

여론은 특히, ‘안락사 없는 보호소(No Kill Shelter)’를 표방했으면서도 케어가 안락사를 진행했으며 보호소 공간 확보를 위해, 건강하고 문제없는 동물 또한 목숨을 잃었다는 내부 고발에서 화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동물권 단체에서는 안락사가 공론화되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 상, 많은 단체와 보호소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이자 고통이며, 봉사자나 반려인들의 이해부족이 빚어낸 사건이라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케어 박소연 대표는 국내 동물보호 활동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회를 시작으로 단체를 성장시키면서 2015년 협회 명칭을 ‘케어’로 변경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을 이뤄낸 단체또한 케어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2018년 2월 25일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 인근에서 개식용 반대의 뜻을 담은 동물 사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날 퍼포먼스에는 케어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동물권 개인활동가, 자원봉사자 등 총 30여 명이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사진= 케어 제공)

케어는 피학대 동물의 격리 조치와 동물학대 감시원 제도를 마련했다. 기존 최고 벌금 200만원을 500만원을 상향조정했고 현재 2년 징역에 2천만원 벌금형까지 처할 수 있는 다양한 입법운동을 펼쳐왔다.

2011년, 돼지 생매장 영상을 촬영, 폭로하며 생매장을 막는 성과를 이뤄냈으며 2017년, PC방 고양이 나비를 구조하면서 가해자에게 벌금형 700만원을 내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벌금은 현재까지 가장 많은 액수다. 같은 해 개도살을 동물보호법으로 고발하며 식용으로 개를 죽이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선고도 받아냈다.

2018년을 ‘개식용 종식 원년’으로 선포하고 ‘FREE DOG KOREA’ 운동을 펼치면서 830여 마리를 구조했다. 유기동물에 관심 많은 이들은 케어를 응원하며 후원했다.

문제는, 구조 건수보다 국내 유기동물 증가였다. 구호, 구조만으로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2014년, 국내 유기동물은 79,250마리에서 2017년 100,778마리로 4년간 21,000여 마리가 증가했다.

하남시 개지옥 사건, 박소연 대표에 따르면 개장수들은 알박기 보상용 볼모로 개들을 가둬놓고 시위하며 굶겨 목숨을 잃게 했다. 살아남은 개들을 구조하는 모습 (사진= 케어 제공)

다른 동물권 단체 입장을 듣고자 여러 곳에 연락을 취했으나 다수는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위탁보호소 운영자 A씨는 “우리나라 동물보호의 역사를 진일보시킨 분(박소연 대표)을 어떠한 사회적인 재해석없이 모든 공과 사를 한 번에 매장시킬 수 있나”라며 “대한민국 모든 동물보호단체들과 보호소의 떳떳한 관리보호를 위해선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한다”고 전했다.

A씨는 또 “대한민국 어떤 단체도 안락사를 공개적으로 하는 곳은 없다”며 “그만큼 무언의 동의가 있었기에 오늘까지 버텨온 것이다. 안락사는 (동물을) 학대하고, 물건처럼 쉽게 버릴 줄밖에 모르는 무지한 그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권단체에서 근무하는 B씨는 “동물권 단체에서도 (안락사는) 뜨겁고 예민한 문제다”라며 “통상적으로 상해나 질병을 회복할 수 없거나 지속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에는 안락사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받아들여 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 밖의 상황에 처했을 때, 예를 들어 10마리가 한계인 시설에 급히 구조한 3마리가 있고 불가피하게 공간을 마련해야할 때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접근해야한다. 이번 기회에 안락사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의 장으로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선에서 동물들에게 고통없는 안락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화까지 나아가야 한다”면서 “케어의 안락사 논란이 우리 사회 동물복지의 진통이 되겠지만, 이를 승화시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의 안락사는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한국의 개농장 개들을 구조하는 미국단체인 HSUS는 ‘동물보호소 안락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호소에서 해당 동물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고 입양가정이 없을 때 안락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질병 치료가 회복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호소에서 치료할 여건이 되지 않거나 치료 장소,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 시행한다.

신체 상태는 양호하지만 전염성이 있는 호흡기 질환계통 질병, 전염성 기관지염이나 기생충 보균 등 치료가 가능해도 보호소 환경에서 다른 동물에게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을 가진 경우,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의료보호 등 이유로 입양 가능성이 어려운 경우에도 시행한다.

일반가정에서 사육이 금지된 견종이나, 공격성 등이 강해 지역사회에 위협이 되는 견종, 다른 보호소로 이전이 불가능한 경우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안락사를 시행한다.

HSUS는 “안락사는 동물보호소에서 동물 수를 통제, 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부득이 시행되는 필요악”이라면서 “동물 수 증가는 보호소 책임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책임이며 원하지 않는 동물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과 지원, 협조를 받아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해당 동물의 상태, 향후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될 수 있는지, 보존 등의 명분으로 살려둬야 할 이유가 있는지, 동물이 다른 동물이나 사람들의 건강, 안전을 위협하는지, 보호소 재정상태는 어떤지 등을 고려하고 안락사 방침을 세워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케어는 안락사 논란 후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케어는 “불가피하게 소수의 동물들에 대해 안락사를 시행했고 결정과정은 회의 참여자 전원의 동의 아래 동물병원에서 진행됐다”면서 “어찌됐든 모두 다 살려내지 못한 점, 겸허히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조력자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민간 동물 보호소들의 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이 ‘불가피하게, 어쩔 수 없었고, 무언의 동의가 있었다’는 안락사에 대한 여러 입장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락사 찬반 공론화에 앞서, 여론이 분노한 이유는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들이 믿었던 케어가 안락사를 시행했기 때문이라는 초점에 맞춰져 있다.

한편 케어 박소연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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