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이인세 칼럼] 골프 인문학을 써 내려가면서 가장 우려했던 점은 골프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염려였다. 짧은 소견과 자그마한 지식이 과연 6백년도 넘는 웅장한 세월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 내심 조마조마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학문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골프에도 분명 존재하는 인문학을 골퍼들과 독자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목적이었다. 

이인세 칼럼니스트
이인세 칼럼니스트

골프 역사의 집필이 가능했던 것은 필자가 미국에서 골프와 관련된 일에 종사했기에 가능했다. 미국에서 일간지 골프기자 생활을 하면서 선수들을 취재했고, 우연히 골프 골동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골프앤틱동우회 회원이 됐다.

‘GOLF COLLECTOR’S SOCIETY’라는 골프동우회는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전 세계에 거쳐 수 천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는 골프 골동품 수집동우회이다. 전직 프로선수들과 골프장 오너들, 골프 작가와 기자출신들, 그리고 골프를 사랑하는 수집가 등 골프에 관한 여러 분야의 다양한 회원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이들은 1년에 서너차례씩 컨벤션을 열어 회원들끼리 골동품을 사고팔기도 하며 골프 포럼 등을 개최하면서 긴밀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 역시 때로는 라스베가스에서, 혹은 파인허스트 등 유서 깊은 골프장에서 열리는 컨벤션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골동품을 모으는 계기를 마련했고, 골프의 역사를 접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다양한 골프 원서를 보면서 골프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었고, 또 히코리 골프채 등 앤틱 물건을 구입하면서 나름대로 박물관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켄벤션에 참가하기위해 때로는 자동차로, 혹은 비행기로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미국 시골 구석의 골동품상점을 뒤지면서 먼지 묻은 골프 트로피 등을 수집하는, 매니악을 자칭하는 다소 과한 행동을 해 본 적도 수없이 많았다. 

미국에서의 오지랖도 모자라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골프의 기원을 캐보기 위해 나름 여행도 다녔다. 골프의 기원을 고집하는 네덜란드를 몇 차례 찾아 박물관을 리서치하고 암스테르담의 바닷가에서 북해의 서쪽 끝 스코틀랜드를 바라보기도 했다. 물론 골프의 종착지인 영국을 찾아 세인트 앤드루스와 영국 골프박물관, 박물관장을 만났고, 수백 년 전의 골프 선조들의 무덤을 찾아 영령 앞에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골프가 생겨난 세인트 앤드루스를 찾아 바닷가에서 모래사장을 지나 몇 미터를 가면 구릉이 있는지, 코스가 생겨난 초원은 어떤 상태였는지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을 했어야 함은 발로 뛰어서 기록된 기사야 말로 진정된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6백여 년의 골프 역사를 집필하는 동안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골프에 대한 인문학적 상식과 역사가 전달되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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