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소비자 5명 중 1명꼴로 미등록된 대부업인줄 알면서도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절차나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거절당할 이유 없이 급전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불법대부업에 이용 사실을 후회했다.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사진= 김아름내)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한국소비자원 이희숙 원장 (사진= 김아름내)

12일 오후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한국소비자원(원장 이희숙),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사장 신현윤), 이태규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을 주제 발표한 이상식 박사(한국소비자원)는 “미등록대부업은 불법 사채로 생각하면 된다.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금융당국,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미등록대부업 광고를 감독하고 있으나 단속 및 처벌은 미비하다”고 했다.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사진= 김아름내)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이상식 박사의 주제발표 (사진= 김아름내)

이상식 박사에 따르면 미등록대부업 광고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혀 상관없는 문장과 함께 대출 광고를 끼워넣어 노출되는 키워드 광고들은 최근 스마트폰 활성화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성행 중이다. 자세한 정보를 게재하지 않고 전화번호, 카카오톡ID 등 최소한 정보만을 제공해 1:1 상담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불법거래가 진행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폐쇄형 카페에서 대출이 이뤄지기도 한다.

햇살론으로 가장해 대출을 권유하기도 하고 등록대부업체 상호 도용이나 등록번호를 허위 기재하는 사례도 있었다.

광고 표현에 ‘믿을 수 있는 정식 등록업체’, ‘합법적 대부업 전문업체’ 등 법률에 근거해 등록된 적법한 금융기관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이 사용됐으나 미등록불법대부업체였다.

하지만 미등록대부업자가 적발되면 처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2016년 이후 미등록대부업·인터넷광고 대출 이용 경험자 300명을 대상으로 7월 31일부터 8월 10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75.7%는 ‘인터넷에서 미등록대부업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는 주로 포털사이트, 인터넷신문 배너광고, SNS광고, 대출직거래사이트, 블로그·카페 순으로 접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55.7%는 ‘한국대부금융협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통합조회시스템에서 등록대부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17.3%는 미등록대부업인줄 알고서도 대출신청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대부업을 이용한 소비자 53.7%는 ‘미등록대부업체 이용을 후회하고 있고 앞으로는 절대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상식 박사는 “온라인 광고를 빠른 시일 내에 모니터링해 삭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미등록대부업 처벌과 관련해 강도가 약하다보니 재범률이 높다.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사진= 김아름내)
미등록대부업 인터넷광고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토론 모습 (사진= 김아름내)

주제발표 후 정홍주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국제금융소비자학회장)가 좌장을 맡아 토론이 이어졌다.

성영애 교수(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는 “미등록대부업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면 광고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급전이 필요하거나 돈을 빌린 뒤 갚을 수 없는 상태인 응답자가 미등록대부업체를 찾는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닐까싶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제도권에서 해결해주지 못하니 지하경제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다. 결국은 서민금융확대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하지 않나 싶다”면서 “모르고 이용하지 못하는 계층을 위한 활동을 펼쳐야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노형식 연구위원(한국금융연구원)은 미등록대부업에 대해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하면서 음지로 숨어버린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미등록대부업 인터넷 광고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노 연구위원은 “피해자들의 피해가 더 길고 오래간다”고 우려하며 “대형 대부업체는 금융당국이 관리하지만 소규모 대부업체 관할은 시·도지사다. 시·도지사 관할로 대부업을 비교검색하는 사이트를 만든다든지 시·도에서 관리하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최종선 박사(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개인적 의견임을 밝히면서 “시·도지사 관할하는 분야는 많지만 대부업의 경우 협회에 자율구제를 요청한다. 자율구제 활성화에는 도움되지만 위임업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미등록대부업체의 인터넷 광고행위는 규제가 안 될 가능성이 많다”며 현행 법정 최고금리 24%는 대부업, 미등록대부업 모두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에서 대부업광고 내용이 허위광고인지 유인광고인지에 대한 실체를 찾아야한다”고 덧붙였다.

편도준 실장(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은 “급한 돈이 필요한 절박한 소비자는 대부업 광고물을 이성적으로 접하기 힘들다”며 “불법광고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막아야한다고 본다. 정부의 사후 규제 강화, 인터넷광고를 하는 매체 협조, 전문기관 감시가 잘 기능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이재선 사무국장(한국대부금융협회)은 “대부업은 나쁜 이미지가 있지만 7등급 이하, 긴급한 생활자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최고금리 24%인데 문재인 정부가 금리를 20%로 낮추겠다고 했다. 대부업자들은 원가구조 자체상 그 금리로 대출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불법 사채업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선 국장은 “위험이 덜한 인터넷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단속하는 지자체나 금감원, 경찰서는 온라인 쪽을 단속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선 국장의 발언과 관련 한 청중은 “법정 최고금리 24%도 많다”고 질타하며 고금리 대부업을 지적했다.

목지향 변호사(한국인터넷광고재단)는 최근 인공지능(웹로봇)을 통한 불법 광고 모니터링 강화 추진과 관련 “재단은 금감원과 모니터링 사업, 폐쇄형 채널을 통한 콘텐츠형 모니터링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웹로봇이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부분은 미등록대부업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광고인지 규범적인 판단에는 숙련성이 필요하다. 사실상 모니터링이 로봇으로 대체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실시간 인터넷에 접속하는 소비자가 상황 상, 불법 광고를 즉각 삭제하는 등의 조치는 어렵다”고 했다. 현행법상으로는 콘텐츠 미등록 대부업과 관련한 내용은 방통위에서 삭제해야하며 신고하는 기관은 금융감독원이기 때문이다. 불법 광고 삭제에는 최소 3주의 시간이 걸린다.

목지향 변호사는 “기존 전단지와 다르게 인터넷 광고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각 기관의 즉각적인 개선조치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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