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관심으로 시작된 한국어 공부, 책 출판으로 이어져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전 세계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SNS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어로 일본 도쿄 맛집을 설명하고 한국인과 소통하는 일본인이 있다. 그의 본명은 에노모토 야스타카.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은 '네모'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에 약 1년 6개월 간 머물렀다는 네모씨를 지난 5일 오후 3시경 서울시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한국어로 진행됐다.  

11월 5일 오후, 시청 근처 카페에서 만난 네모씨.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지만 인스타그램에 나온 프로필을 컨셉으로 얼굴을 살짝 보이는 모습으로 찍어보았다. (사진= 김아름내)
11월 5일 오후, 시청 근처 카페에서 만난 네모씨.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지만 인스타그램에 나온 프로필을 컨셉으로 얼굴을 살짝 보이는 모습으로 찍어보았다. (사진= 김아름내)

‘한국 어떤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었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네모씨는 “한국의 사회적기업 ‘노리단’을 통해서요”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2012년 서강대학교 국제문화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학생 시절 하숙집에서 지냈는데, 아주머니의 로컬음식(한국음식)과 친구들이 소개해준 서울 맛집을 다니며 "한국 음식에 빠져들었다"고 덧붙였다. 

음식맛에 매료돼 당분간 한국에 살고싶다고 생각했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더 머물렀다. 취업도 하고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네모씨는 “취업비자 기회를 얻지 못해 슬퍼하면서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어를 배웠으니 잊고 싶지 않았어요. 언젠가 또 다시 한국에 관련된 일, 직업이 아니어도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인스타그램을 한국어로 하면 좋은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2016년부터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2여년 노력의 결과였을까. 그는 올해 10월 경 한국출판사에서 도쿄 맛집을 소개하는 책을 냈다.

현지인 친구가 한국 친구에게 진짜 도쿄 맛집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음식점 사진과 메뉴, 음식에 대한 설명과 음식점 주소, 영업시간 등이 적혀있다.

‘음식 얘기를 해볼까요? 어제 뭐 드셨어요?’

“어제 광화문 청국장 맛집을 찾아갔어요”

‘일본의 낫또와 청국장이 비슷하지만 다른데요, 청국장은 냄새가 나서 좋아하는 외국인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청국장과 낫또 재료는 콩으로 기본적으로 같잖아요? 그런데 확실히 차이는 있어요. 청국장 냄새는 강하구요, 낫또도 냄새가 있긴 합니다. 저는 둘다 좋아해요. 저는 음식에 대해서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뭘까’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요” 

“낫또를 못 먹는다고 하는 분이 계신데요, 왜 그럴까 싶었는데 ‘식감’때문이었어요. 식감이 좋지않다고... 맛이나 냄새보다는 식감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잘 먹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잖아요. 같은 재료라도 다른 점이 뭘까. 제가 좋아하는 건 이런 걸 찾아내는 거예요. 저는 일본인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해주는 걸 좋아하고 반대로 한국인에게 일본 음식을 소개하는 것도 좋아해요”

“한국의 회덮밥과 일본의 카이센동도 다르잖아요. 일본에서는 와사비 간장을 뿌려먹는데 한국에서는 초장을 넣어 비벼먹죠. 일본에서는 비비지 않고 떠서 먹어요. 규동도 비비지 않아요. 한국인들은 비벼야 맛이 균일하게 배기 때문에 맛있다고 하는데 일본인들은 먹는 동안 맛의 변화를 즐기는 것 같아요. 밑쪽 양념이 진한 부분, 중간은 거의 공기밥이에요, 맛이 똑같으면 재미가 없다고 봐요. 그런 차이를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나가사키짬뽕을 뽀얀 국물에 칼칼한 맛으로 먹어요. 일본은 다르다던데요?’

“나가사키짬뽕은 원래는 담백한 맛이에요. 한국인이 일본에 와서 나가사키짬뽕을 먹었는데 그 맛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오해는 없는 게 좋지 않을까요? 미리 알고 먹으면 좋겠죠.”

“또, 우나기는 민물장어에요. 아나고라는 바다장어와 다르지만, 우나기와 아나고를 모두 우나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나기 제철은 여름이 아니지만 일종의 풍습같은 거예요. 여름에 먹으면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영양가는 있지만 보양식일지는 모르겠어요. 일본에는 ‘우나기’ 먹는 날이 있는데 보양식 먹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 날에는 수요가 늘어요. 그만큼 공급도 많이하고,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우나기를 사려고 대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민물장어는 멸종위기에 처해있어요. 일본에서 많이먹는 혼마구로라는 참치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우나기, 참치 둘다 좋아하는데요, 소비자 인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계속 먹고싶다면 보호도 해야한다는 인식말이에요. ‘우나리는 맛있지만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먹지 않을까요?, 저는 한국 친구들에게 맛집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이런 내용도 설명하고 싶어요”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일본인 친구나 지인들이 한국에 오기도 하죠? 맛있다는 음식이 있나요?‘

“동대문 닭한마리요”

‘네? 치킨? 삼계탕인가요?’

“동대문 안쪽 골목에 닭한마리 골목이 있어요. 그런 차이가 있어요. 외국인들에 입맛에 맞고 잘 알려져 있는데 잘 모르는 현지인도 있더라구요”

기자는 실제로 ‘닭한마리’라는 음식을 몰랐다. 찾아보니 삼계탕과 비슷하지만 찹쌀이 들어있지 않고 전골냄비에 파, 대추 등 야채와 닭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삼계탕과는 달라요. 일본에서도 전골, 국물요리가 있는데 닭한마리 모습이 그대로 들어있는 요리는 없어요. 잘라서 나오거나 하죠. 그리고 일단 맵지 않아요. 양념을 맵게 할 순 있지만. 일본인들이 한국에는 이런 음식이 있구나 해서 유명해진 것 같아요”

‘음식을 먹는 소비자이자, 맛집을 소개한 저자로서 같은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3곳이 있을 때 꼭 추천해야겠다 싶은 음식점 1곳의 기준이 있을까요?’

“현지 맛이죠. 최대한 제가 평소에 다니는 맛집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맛이라는 것은 너무 주관적인 감각이에요. 제가 맛있다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죠. 제 나름대로 맛과 분위기, 한국인에게 소개해도 문제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맛집을 추천해요. ‘일본인이 추천하고 싶은 도쿄의 맛집’인거죠”

‘그렇구나!, 일본 여행 중 히메지성을 갔을 때가 생각났어요. 근처 아무 가게나 들어갔는데 외국인을 위한 메뉴판이 없어서 난감했어요. 손짓 발짓으로 메뉴를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일본 여행이 처음이 아니라면 안 가본데도 가보고 싶지 않나요? 일본인밖에 없는 곳에 갈 때는 용기가 필요할 수 있죠. 제가 소개하는 맛집은 거의 일본인밖에 없어요. 현지인뿐인 맛집은 메뉴판이 준비돼있지 않아요. 그래서 음식점 소개를 할 때 친구처럼 알려주는 컨셉으로 메뉴 주문 방법부터 발음을 설명했어요. 자판기밖에 없는 가게라면, 어느 버튼을 누르면 되는지도 설명했죠. 점심 한정 메뉴인데 시간을 안 알려주면 안 되잖아요”

“제가 책에 라멘집을 맨 처음으로 소개한 이유가 있어요. 한국인에게 일본 라멘은 일본음식 중 제일 어려운 음식이에요. 일본음식은 기본적으로 소금이 많이 들어있어서 간이 강해요. 라멘 국물은 특히 짜요. 일본인 중에서도 진한 맛, 연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도쿄는 짜요. 상수나 홍대쪽에 일본 라멘집이 많이 생겼는데 그 입맛에 익숙해서 도쿄에서 라멘을 먹으면 맛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잘 못 먹겠다는 사람이 있어요. 메뉴를 어떻게 고르고 진하게, 연하게 등을 조절하는 안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11월 5일 오후, 시청 근처 카페에서 만난 네모씨.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지만 인스타그램에 나온 프로필을 컨셉으로 얼굴을 살짝 보이는 모습으로 찍어보았다. (사진= 김아름내)
11월 5일 오후, 시청 근처 카페에서 만난 네모씨. (사진= 김아름내)

‘도쿄 맛집책을 내셨는데, 지역별로 책을 내실 생각은 있나요?’

“하고싶긴 하지만 좀 어려워요. 2년 간 맛집을 탐방하면서 책을 내게 됐어요. 원래 도쿄 출신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맛집도 있었고요. 직장인이기 때문에 점심때 나갈 일이 있을 때 맛집을 다니기도 했죠. 저는 현지에 있어야 쓸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잠깐 취재하러갔다가 음식을 촬영하고 내용을 쓰는 건 힘들어요”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인데 이 책은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인들과 소통하며 나오게 된 거예요”

‘더 듣고싶어요!’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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