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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세의 골프 인문학(49)] 영국 골프 박물관
  • 이인세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26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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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컨슈머 이인세 칼럼] 인류가 골프를 시작한 이래 6백 여년이 흘렀지만 다행스럽게도 수백년 전의 여러 유물이 현존해 있다. 그 골동품들을 보관하고 기리는 골프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이 브리티시골프뮤지엄이다.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시에 있는 올드코스 1번 홀에 인접해 있는 2층 건물의 영국 골프박물관은 1층에는 기념품점과 박물관이, 2층은 카페 겸 식당이 들어서 있다. 박물관의 입구와 통로, 천정들의 높이가 그다지 넓고 높지 않아 답답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 안에 진열되어 있는 골프 골동품들은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영국박물관 입구

오래 전 조우하기로 했던 박물관장인 ‘안젤라 하우’와 필자는 144회 디 오픈이 치러지는 2015년에야 비로서 이 곳 박물관 입구에서 만났다. 필자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하기로 했던 지가 어언 5년이 흘렀던가. “약속을 한 뒤로 너무 늦게 찾아 미안하다”는 필자의 사과에 손사래를 치면서 안젤라 관장은 필자를 곧바로 박물관으로 안내했다. 골퍼라면 한번쯤은 와서 봐야할 순수한 의무이자 명제라고 생각하고 있던 곳에 첫발을 디뎠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채가소장되어 있는 영국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두컴컴한 조명 속에서 벽에 그려진 수백 년 전의 골프치는 올드코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책에서만 접하던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백년 전의 골프채 8자루도 진열장 안에서 고풍스러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역시 사진으로만 봤던 골프 최초의 트로피로 영 톰 모리스가 영구 소장했던 모로코산 붉은 가죽벨트 또한 주인의 사진과 함께 가지런히 진열장안에 모셔져 있다. 옆에는 올드코스 내에서 공방을 차려놓고 골프채를 만들던 톰 모리스의 공방 사진도 함께 진열되어 있다.

톰 모리스 보다 앞선 그의 스승이자 골프의 신으로 불렸던 알렌 로버트슨의 실제 크기의 밀랍 인형도 인상적이다. 그 방 안에서 알렌이 페더리공을 만드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새의 깃털까지도 그대로 책상에 널어놓았다. 그 모습은 실지로 수 백 년 간 명맥을 유지해오다 1850년 경 사라진 가죽볼을 만드는 역사의 마지막 장인이었던 그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21세기의 우리와 공유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생생하다. 로얄 퍼스골프동우회의 1825년 실버컵이 말 그대로 은색으로 하얗게 자태를 빛내는가 하면 셀 수도 없는 많은 영국의 트로피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1754년 일명 22인의 세인트 앤드루스 젠틀 맨들이 개최한 최초의 골프대회 트로피인 ‘실버클럽’도 비록 복사본이긴 하지만 위용을 보이고 있다. 옆에는 영국의 위대한 3인방이 사용했던 골프채와 공들, 그들이 이루었던 총 16번의 디 오픈 우승에 대한 기록이 여러 사진들과 함께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맞은편에는 사람 실물크기의 밀랍 인형들 여러 명이 공방 속에서 클럽을 제조하는 모습도 재현해 놓아 수 백 년 전의 히코리 클럽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만들어 놓았다.

박물관에는 유난히 많은 트로피가 전시되어 있는데 1983,85,87,89년 등 매 2년마다 개최되는 라이더컵의 우승 트로피도 모두 전시하면서 유럽인들의 자랑스러움을 대변해 주고 있다. 트로피 중에서의 가장 압권은 디 오픈 트로피 원본인 클라렛 저그로 박물관내의 어떤 트로피보다 더 눈부신 광채를 발산하고 있다. 3단으로 되어있는 받침대에는 제 1회 대회부터의 우승자 이름이 적혀있다. 맨 밑단에서부터 순서대로 트로피를 감싸면서 스코어까지 함께 맨 윗부분의 3단에까지 빼곡히 새겨져 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이 크라렛 저그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영국 아마추어 대회의 트로피 역시 이 박물관의 최고 보물 중 하나로 꼽힌다.

트로피 위에 동상처럼 고고하게 빚어놓은 영국 골프의 아버지 올드 톰 모리스는 한뼘 정도의 작은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내뿜는 카리스마는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오래전 영국에서만 이루어졌던 우승자들에 수여되는 금으로 된 골프 메달들 역시 황금빛을 반짝이며 가지런히 진열되어있다. 이 중 귀한 로얄 메달은 1837년 국왕 윌리엄 4세가 ‘로얄 앤드 앤션’골프클럽에 이 메달을 수여한다고 설명이 부연되어 있다. 좁고 어두운 박물관은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하나뿐인 골프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골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유적지일 수밖에 없다.

스코틀랜드의 골프 유적은 박물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올드코스에서 해안길을 따라 도보로 20여 분 정도 떨어진 곳에 다다르면 세인트 앤드루스의 공동묘지가 나온다. 도시 한복판에 을씨년스럽게 자리잡고 있지만 올드코스 방문객 중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영국 에서 가장 존경받는 골퍼들의 무덤이 이 곳에 있어서 이 공동묘지는 세인트 앤드루스의 골프 유적지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7백 년도 더 된 13세기경 세인트 앤드루스 카톨릭 사원 이었던 이 곳은 당시로서는 도시에서 가장 높고 웅장한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정면의 높은 돌담 한쪽 벽만 남아있다.

그들 방문객들이 묘지 입구에서 반대편 쪽의 벽면에 위치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곳에 묻힌 수 백여 영령들의 곁을 지나야 한다. 그럼에도 마다않고 그들은 중앙에 위치한 화장터를 바라보며 기꺼이 겸허하게 풀밭을 따라 걷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벽면에 도달하면 이내 수백 년 된 돌담 안에 양각되어진 하얀 색의 동상이 나타난다. 24세에 요절한 영국이 배출한 영 톰 모리스의 모습이다. 아래쪽 바닥에는 그의 아버지이며 영국 골프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올드 톰 모리스의 무덤도 나란히 있다. 그뿐 아니라 그 옆쪽에 모리스 가족들의 묘지까지도 나란히 만들어 놓은 것은 세인트 앤드루스 사람들이 두고두고 모리스 집안을 존경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 공동묘지가 더 경이로운 것은 모리스 부자 이외에 또 다른 골프의 영령이 모셔져 있기 때문 이다. 바로 영국에서 19세기에 골프의 신으로 불렸던 알렌 로버트슨의 무덤이다. 입구에서 모리스 가족의 영전으로 가는 중간지점에 주변의 비석보다는 좀 크다싶을 정도로만 위치해 있기에 방문객 들은 이를 놓치기 일쑤다. 분명 비석의 앞쪽에는 알렌의 얼굴 동상과 뒷면에는 골프채를  X자로 새겨 넣었음에도 말이다.  골프의 역사를 잘 모르고 모리스 정도만 들었던 여행객들은 하얀 벽면이 눈에 들어오는 관계로 정작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가장 중요한 알렌의 무덤은 놓치는 듯하다. 단지 모리스보다 앞선 세대의 골퍼로 세상을 떠나서 당시 사람들이 무덤을 왜소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하지만 비석에 새겨져 있는 ‘많은 존경을 받던 스코틀랜드의 특별한 챔피언이 잠들다’ 라는 문구는 분명 사람들이 그를 골프의 신으로 존경함을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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