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차도 미분리 및 과속방지턱 미비
도로교통법도 적용 안 받아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대학 내 이동로는 의외로 안전사각지대다. 보도, 차도가 분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과속방지턱 등 안전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운행 차량 대부분이 과속하면서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대학 내 이동로는 ‘도로교통법’에도 적용받지 않는 곳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대학 내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철제 볼라드에 머리를 부딪쳐 목숨을 잃었다.

대학 내에서 자전거 주행 중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해 머리를 다친 경우도 있고 보행자가 대학 셔틀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원장 이희숙)은 한국교통안전공사(이사장 권병윤) 및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성남시 분당을)과 공동으로 전국 대학의 교통안전실태 및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 제공)

대학 내 교통사고가 난 적 있는 20개 대학 399개 구역에서 교통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20개 대학 225개 구역에서 보도·차도 미분리, 보도 단절, 보도 내 장애물 방치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 제공)

19개 대학 65개 구역은 횡단보도 주변에 차량이 주차돼있거나 버스정류장이 있어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19개 대학 58개 구역은 직선이나 내리막 지형으로 차량이 과속하기 쉬운 구간임에도 과속방지턱이 없거나 부족했다. 규격에 맞지 않는 과속방지턱이 설치돼있어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어려웠다.

20개 대학 내에서 주행하는 차량 및 오토바이 속도는 최고 71km/h에 달했다. 차량 및 오토바이 등 510대 중 473대가 대학별 제한속도를 위반하며 과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개 대학 내 보행자 1685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484명은 차도 보행 중 휴대폰을 사용했다. ‘보행 중 휴대폰 사용금지 표지 안내’ 등 사고예방시설을 설치한 대학은 1개에 불과했다.

대학 내 차량 통행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일반도로보다 보행자의 주의력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학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94건이다. 피해내용이 확인된 279건(중복집계)중 부상·사망은 127건, 차량·오토바이 파손은 126건이나 됐다.

20개 대학 내 학생 및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명은 대학 내에서 보행 중 교통사고를 경험했으며 미경험자 444명(미응답자 제외) 중 102명(23.0%)은 사고 위험을 느꼈다고 답했다.

현재 일부 대학에서는 자율적으로 교통관리규정 마련, 교통안전요원 배치, 캠페인 실시 등 교통안전 환경 구축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학 내 이동도로는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 교통사고 통계에서 제외돼 실태파악조차 어렵다. 음주·약물운전 등을 제외한 12대 중과실(상해사고) 또한 합의나 보험처리한 경우 형사처벌할 수 없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관계부처에 △대학 내 교통안전시설 개선 및 확충 △교통안전시설·관리 가이드라인 마련 △도로교통법 적용 대상에 대학 내 이동로를 포함하여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무 강화 △대학 내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 규정 강화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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