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기반은 AI...“후발주자지만 기술 독자 개발, 美-中과 경쟁”

[우먼컨슈머 이춘영 기자]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늦었지만 인공지능(AI)을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잡고 독자개발에 나선 것은 AI선도국인 미국 중국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금 시작해서 늦지않았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이런 상황은 반도체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삼성은 반도체에서 성공을 이뤄 오늘의 삼성을 일구었다.

당장은 선발국가와 제휴해 기술을 도입하면 실패할 우려가 없겠지만 길게 보면 기술 선도국들은 ‘기술 갑질’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부회장은 익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엔 어렵겠지만 독자 기술을 개발, 기술수준을 먼저 끌어올려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이 연초부터 글로벌 AI거점진지를 구축하고 AI대가들 영입에 공을 들이는 등 AI 드라이브를 걸고있는 것은 이같은 기본인식에서 나온 출발한 것이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AI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다니엘 리 펜실베니아대학교 교수를 영입했다.

승 교수는 삼성리서치(SR)에서 삼성전자의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리 교수도 삼성 리서치에서 차세대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를 담당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비공식 일정으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유럽과 북미, 일본 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AI 업계 동향을 직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과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전 세계 거점 도시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해 오는 2020년까지 AI 관련 인력 1000명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최근 사내 스타트업 투자 조직인 삼성넥스트에서 AI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넥스트는 조성된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1660억 원)에서 AI 분야 스타트업만을 지원하는 ‘넥스트 Q 펀드’를 발족했다.

삼성넥스트는 이외에도 스위스 비키퍼, 이스라엘 인튜이션 로보틱스, 포르투갈 언바벨 등 세계 여러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AI기초 다지기가 착착 진행되면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선행 연구개발(R&D) 조직인 삼성리서치가 최근 AI 기계독해 능력을 겨루는 국제 대회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리서치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최한 '마르코 기계독해 테스트', 미국 워싱턴대가 진행한 '트리비아 테스트'에서 잇따라 선두에 올랐다.

마르코와 트리비아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스쿼드' 등과 함께 '세계 5대 AI 기계독해 테스트'로 꼽히는 대회로, 글로벌 IT 업체들과 각국의 유수 대학들이 참가해 첨단 AI 기술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계독해는 AI 알고리즘이 질문을 이해하고 자료를 분석해 스스로 답변을 생성하는 것이다. 특정 질문에 대해 여러 문서를 검토·분석하면서 최적의 답안을 스스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삼성리서치는 강화학습 기법을 적용한 '콘즈넷'(ConZNet)이라는 자체 AI 알고리즘으로 이들 대회에 참가했다.

강화학습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유명해진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 적용된 기법으로, AI의 핵심인 기계학습 가운데서도 가장 고도화된 학습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리서치 언어이해랩 김지희 상무 (사진=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언어이해랩 김지희 상무 (사진=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언어이해랩의 김지희 상무는 "실생활에서 이용자들에게 간편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도록 AI 알고리즘을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기술개발과 함께 제품, 서비스, 고객 대응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회사 내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리서치 중국 베이징 연구소는 지난 3월 국제패턴인식협회(IAPR)의 문자인식 대회 'ICDAR'에서 1위에 올라 컴퓨터비전(글자와 이미지를 스스로 인식·분석하는 기술)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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