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정부 불허로 무산된 아쉬움...재수(再修)한다면

[우먼컨슈머 이춘영 기자]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가 3년 시한이 지나 27일로 일몰되면서 통신사들의 케이블TV인수 경쟁이 시작됐다.

최태원 회장
최태원 회장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전체 시장 점유율의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합산규제가 끝나면서 통신과 방송의 결합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케이블TV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가 M&A 대상이 되면서 판을 뒤흔들 주요 변수로 꼽힌다. 3위 딜라이브도 매물로 나와있다.

당초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1위인 KT의 시장 독주를 막기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런 만큼 규제가 풀린 상태에서 KT가 가장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거느린 SKT는 이런 상황이 가장 아쉽게 느껴질 법하다.

지난 2015년 10월 30일 CJ헬로비전을 인수키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인수합병 심사를 요청했는데 2016년7월 불허 결정이 난 것이다.

대다수 기업 결합에 대해 공정위는 경쟁제한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요금인상 제한, 일부 사업부 매각 등의 조건을 달아 허용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에는 기업결합이 방송은 방송끼리 통신은 통신끼리 결합했던 기존 사례와 달리 방송과 통신 간 결합으로 조건을 달아 경쟁제한을 해소하는 것이 어렵다며 불허 이유를 밝혔다.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CJ헬로비전의 유료방송 23곳 가운데 21곳에서 독점적 1위 사업자가 되어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과 인수합병으로 요금인하 경쟁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대형 인수합병을 성사시켜 인수합병의 명가로 알려진 SK그룹이 의외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SK는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터다.

여기에는 반전도 있었고 운도 따랐다.

SK는 1990년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으나 기뻐할 사이도 없이 정치권에서 특혜설을 제기하는 바람에 포기 해야했다. 그러나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가 공기업 한국통신의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 민영화를 위해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지분 25% 정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수에 성공했다.

시장을 선점한 기존 사업자여서 새로 선정된 사업자들보다 훨씬 유리했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훗날 신세계이동통신을 인수함으로써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최태원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여 인수한 적자기업 하이닉스반도체는 효자기업이 됐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증시를 이끄는 주력 기업이 됐다.

SK가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 30.54%(KT+스카이라이프)로 1위인 KT에 도전하려면 CJ헬로를 인수해야만 한다. 작년 하반기 기준 점유율은 SK브로드밴드 13.65%, CJ헬로 13.10%다.

유료방송은 전국을 78개권역으로 나누고있는데 일부권역에서 특정업체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게 공정위 시각이다. 바로 이 관문에서 2년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가 발목잡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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