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농안법 개정취지 반영하지 않고, 출하자에게 부담 전가"

[우먼컨슈머 장은재 기자] 서울 가락농산물시장에서 16년간 농산물 위탁판매 수수료를 담합해 받아 온 동화청과·서울청과· 중앙청과·한국청과 등 4개 도매시장법인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 116억원을 물게 됐다. 

이들 법인은 농안법 개정 이후에도 2003년부터 3년에 한 번씩 품목별 정액 하역비가 일괄적으로 5~7% 인상시키고, 그 인상분을 그대로 위탁수수료에 반영해 왔다.

4개법인은 농안법 개정을 통해 출하자의 비용 부담 경감 등을 도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개정 취지와는 다르게 종전의 하역비 그대로 위탁수수료 형태로 결정하고, 이를 출하자에게 전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서울 가락농산물시장에서 농산물을 위탁판매하는 5개 도매시장법인이 농민 등 출하자로부터 위탁판매 대가로 지급받는 위탁수수료와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공동으로 정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중 4개 도매시장법인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동화청과 23억5,700만원, 서울청과 21억4,100만원, 중앙청과 32억2,400만원, 한국청과 38억9,100만원이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또한, 도매법인 간 위탁수수료 경쟁 등을 촉진하여 출하자와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관계부처(농림부, 서울시 등)에 권고할 예정이다.

이들 도매시장법인은 2002년 4월 8일  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대아청과 등 5개 법인 대표자들은 도매시장법인협회 회의실에서 '위탁수수료'를 종전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정액 표준하역비는 농안법 개정 전에 출하자들이 법인에게 지급했던 출하품목별로 정해져 있는 하역비를 말한다.

대아청과를 제외한 4개 도매법인들은 지난 2002년 4월 9일부터 현재까지 위탁수수료를 ‘거래금액의 4% + 정액 표준하역비’로 적용하여 출하자로부터 받아 왔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특히 가락시장의 거래금액 규모(4개 도매법인 기준)가 2003년 1조6천억원에서 2016년 2조8천억원으로 2배 증가하는 상황임에도 위탁수수료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여 출하 농민들의 부담은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도매법인들의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불합리한 시장구조를 고착시켰다.

이들 법인은 판매장려금도 담합했다.

2006년 9월경 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등 4개 법인 대표자들은 서울청과 회의실에서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거래금액의 0.55%에서 0.6%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판매장려금은 법인이 출하자로부터 판매위탁 받은 농산물에 대한 중도매인들의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장려금을 의미한다.

 4개 도매법인들은 2006년 12월경부터 거래금액의 0.6%를 판매장려금으로 중도매인에게 지급했으며, 현재까지 동일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판매장려금을 동일하게 인상하고 그 수준으로 유지한 것은  중도매인들의 요구에 따른 행위였음이 인정됐다.

공정위는 담합에 참여한 5개 사업자 중 시효가 지난 1개업체를 제외한 4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가락시장내 도매법인들은 위탁수수료를 단일화하고, 하역비를 자기부담으로 하도록 하는 농안법 개정취지를 반영하지 않고, 출하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등 위탁수수료 경쟁을 회피해왔다"며 "이들 도매법인들은 서울특별시의 지정을 받아 영업하면서 지난 20여년간 신규 진입 없이 6개 법인으로 유지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위탁수수료 등의 담합행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관계부처는 이들 도매법인들의 시장 개설과 운영을 포함한 도매시장 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도매법인들간 경쟁 유도 및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영위를 통해 출하자는 물론 소비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하고, 이러한 제도개선은 가락시장을 포함한 국내 농수산물 도매시장 전반에 걸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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