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17년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 가입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86.9%에 달한다. 보험소비자들은 질병, 상해 발생 시 보험 약관의 모호한 규정으로 보험금을 일부만 받거나 아예 지급받지 못하기도 한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감시팀장, 고계현 사무총장, 오동형 변호사(소비자법률센터 실행위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15일 오전 14개 손보사 약관을 분석, 평가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김아름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법률센터는 보험소비자들의 피해 방지와 권리 보장을 위해 국내 영업 중인 14개 손해보험회사의 의료실손보험에 대한 약관을 평가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소재한 가든타워 10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사 약관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고계현 소비자주권 사무총장은 “보험소비자가 사고가 나거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약관과는 다른 내용으로 보험사 분쟁이 일어나 보험금이 제때 지급이 안 되거나 낮은 금액으로 지급되고 있어 약관 조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제공)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제공)

소비자주권이 평가한 14개 손보사는 △삼성화재보험-무배당 삼성화재 실손의료비보험 △농협손해보험-무배당 헤아림 실손의료비보험 △메리츠화재보험-무배당실손의료비보험 △현대해상보험-무배당 실손의료비보장보험(갱신형) △DB화재해상보험-내생에첫건강보험(1801) △ACE손해보험-배당 Chubb 3대질병의료비보장보험(갱신형) △KB손해보험-무배당 KB노후실손의료비보장보험(18.01) △AIG손해보험-무배당 AIG 다이렉트 참쉬운건강보험 △AXA손해보험-다이렉트 더좋은상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무배당 THE‧K 가족사랑 건강보험 △한화손해보험-한화실손의료보험(갱신형)Ⅱ △흥국화재보험-무배당 다이렉트 실손의료보험 △MG손해보험-무배당, 건강명의 4대질병진단보험 △롯데손해보험-무배당 롯데 더알찬 건강보험이다.

평가는 보험가입자 수와 상관없이 약관만으로 이뤄졌다. 평가기간은 2017년 12월 8일부터 2018년 3월 20일까지다. 손보사 인터넷에 올라온 약관 자료를 내려받아 법률전문가 5인, 소비자주권 상근활동가 1인이 평가 후 보험의 △보장성 △명확성(지급, 부지급) △평이성 △공정성 등에서 양호, 보통, 불량 등 등급을 매겼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제공)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제공)

좋은 점수를 받은 보험은 DB화재, 더케이손해, 한화손해로 12점 만점에 9점이었으며 가장 낮은 점수는 AIG손해로 0점이다. ACE손해와 롯데손해는 각각 2점을 받았다.

소비자주권은 “14개 보험사의 의료손실보험 약관을 종합적으로 검토, 평가할 때, 특별히 우수한 약관은 없었다”고 했다.

한화손해는 보장범위가 양호(3점)으로 평가됐고 나머지 보험의 명확성, 평이성, 공정성은 각각 보통(2점)으로 평가돼 양호한 수준이었다. DB화재와 더케이손해는 각각 보험의 보장성, 명확성, 공정성은 2점, 평이성은 3점이다.

0점을 받은 AIG손해는 보험의 보장성, 명확성, 평이성, 공정성 등이 모두 불량했다.
약관 서두에 ‘가입자 유의사항’, ‘주요내용 요약서’, ‘용어해설’이 없었고 약관 내용 중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예시, 도해, 해설 등으로 추가해야함에도 이를 생략했다. 상품설명서에 금융감독원에서 요구하는 ‘보험계약자 권리사항 및 유의사항’ 등을 기재하지 않았으며 글자색, 크기, 여백, 목차, 이해도 평가, 약관내용의 배열순서 등도 허술하고 조잡했다.

ACE손해, 롯데손해는 공정성에서 각각 2점을 받았으나 나머지 항목에서는 0점을 맞았다.

약관을 모두 읽는 보험소비자는 많지 않다. 비슷하고 다양한 문구가 빼곡해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 또한 약관을 소비자에게 올바르게 설명하기 힘든 실정이다.

오동형 변호사는 “약관을 보면 일반적으로 보장되는 것보다 특별약관으로 넘겨지는 게 많다. 최근 도수 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을 많이 받는데 여기에서 보험금 제한이 발생된다. 암으로 인한 직접적인 목적에 의한 치료 등과 관련된 보험지급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일부 보험사는 병원에 입원 또는 통원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증식 치료 등을 받을 때 각 치료횟수를 합산해 50회, 350만원 이내로 제한했다. 회수를 초과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

피보험자 질병 및 상해보험의 경우 임신, 출산, 산후기에는 보험금을 미지급하고 그 외 손해보험사가 보장하는 보험금은 지급한다. 보험사가 보장하는 지급사유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이 없어 보험사별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같은 질병, 상해라도 보험료를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

암 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부지급 분쟁도 다수 발생한다. ‘암의 치료의 직접적인 목적’으로만 이라는 관련 규정의 모호함과 불명확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제자리암’, ‘경계성종양’ 등 보험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의학, 법률용어를 사용하고 보험료 청구와 관련된 문제 발생 시 ‘해석 차이’로 보험금을 소비자 예상과 다르게 지급하거나 거절하기도 한다.

오동형 변호사는 “보험약관에 암호문 수준의 의학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공정성과 개인정보 유출관련 문제도 소비자가 입증해야해 불리하다”고 했다.

또 암진단 시 소비자가 수술, 치료받았던 곳이나 원하는 기관이 아닌 곳에서 검사를 받아야하며, 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절차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오 변호사는 “보험사의 자의석 해석으로 회사는 이익을 얻고 있다. 소비자가 보험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약관 설명에 대한 수정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고계현 사무총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금감원에 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요구하는 권고신청을 낼 예정이다. 낮은 평가를 받은 AIG, 롯데 등은 불공정약관심사 청구를 할 계획이다.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일부만 받거나 거부당한 보험소비자들과 공동 소송에도 나설 예정”이라 밝혔다.

또 의료손보업계에 이어 생명보험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IG손해보험은 16일 오전 본지 기자에게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 발표한 상품 중 AIG손해보험의 ‘(무)AIG다이렉트 참쉬운건강보험’은 골절, 화상진단의료비용을 주 담보로 하는 장기보험"이라며 "AIG손해보험은 2017년 4월 1일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소비자주권에서 조사대상이된 (무)AIG다이렉트 참쉬운건강보험은 의료실손보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기사보강 2018년 5월 16일 오전 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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