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KB국민은행 , KEB하나은행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업무에 성별이 뭐가 중요하죠?”
“국민은행 절반만 국민인가, 하나은행 하나도 필요없다”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채용과정에서 여성을 차별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을 찾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은행 채용비리에 이어 은행권의 채용 논란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채용성차별 철계 공동행동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을 찾아 여성 채용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김아름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2013년 상,하반기 공채과정에서 합격자 남녀 성비를 4:1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여성지원자만 합격 커트라인이 48점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은 2015년 상반기 채용 시 남성 지원자 100여명의 서류전형점수를 여성보다 높게주는 등 불공정 채용이 진행됐다.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채용단계에서부터 성차별적 점수 조작, 최종합격자 성비결정 후 남성을 뽑기위해 여성지원자를 탈락시켰다"고 주장하며 "채용기준과 채용성비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채용성차별 철계 공동행동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을 찾아 여성 채용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김아름내)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은 "채용성차별은 비단 금융권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가스안전공사나 대한석탄공사같은 공기업에서 수년에 걸쳐 일어났다"면서 "여성, 청년 등은 관련 법 집행과 미비한 제도 보완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기억하십니까. 채용인원의 거의 전부가 청탁으로 입사해 구직 청년들의 공분을 샀다"고 운을 뗀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은 "금융권 채용 성차별도 여성청년이 느끼기에 강원랜드 채용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더 크게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 많은 청년들이 이력서를 50개 넘게 써도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왜 떨어졌는지 모르는 것이 일상적이라 생각했는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떨어진 것을 알았을 때 청년이 느끼는 허탈감은 상상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민 사무처장은 "업무상 불필요한 채용 성비를 고정시키고 여성에만 더 높은 커트라인을 임의적으로 적용한 기업이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그런 부정이 조직 묵인 없이 인사담당자 개인행위로 가능한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채용과정에서 청년의 절반(여성)을 배제해왔다. 은행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위직급을 여성으로 채운다든가, 정규직에 여성을 30% 미만으로 뽑는 곳이 적지않을 것이다. 성비를 공개하고 여성청년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채용성차별 철계 공동행동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을 찾아 여성 채용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김아름내)

한국여성노동자회 손영주 회장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전 사장은 ‘여자는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어 점수를 조정해서 탈락시켜야한다’라고 지시를 내렸다. 국민은행은 조사받는 과정에서 명백한 점수 조작임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너무 많으면 곤란해서 남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점수를 올려준 것이므로 조작이 아니라 조정’이라 얘기하고 있다. 이게 조정인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 말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모집채용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손 회장은 "고용평등법의 주무 부서인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의 오늘 아침 '(금융권)관행이고 손을 댈 수 없다'는 발언은 고용부가 자기 업무를 안하겠다는 반증"이라 지적하며 "고용부는 이번에 드러난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 사회에 모집채용 상 성차별 선례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과정에서 담당자 몇 명을 꼬리자르기식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 고용부는 사업장에 대한 처벌과 더불어 금융권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한다"면서 "성평등을 포함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채용 기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한다. '남성이 스펙'이라는 말이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박인숙 여성위원장은 "김영주 장관의 발언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 스스로가 금융권 출신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국회에 진출하고 장관도 됐는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 거절당하는 문제를 조사하는 것에 대해 담당 부처장으로 책임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거절하는 사태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인숙 여성위원장은 "은행에 가면 여성이 많이 보이지만 정규직 진입에서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무기계약직(준규직) 문만 열려있다. 여성이 제대로 고용되고 임금받을 수 있도록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겨례는 24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진행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여성위원회 비공개 초청강연에서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 성차별 채용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우먼컨슈머에서도 해당 기자회견 관계자에게 김 장관에 발언을 직접 들은 사람이 있느냐 물었으나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은 "채용 차별이 뭔가 문젠지도 모르겠지요? 그게 문젭니다", "여자는 국민도 아니냐, 국민은행!", "여성을 차별하는 기업에 미래 따윈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 "남자라서 취뽀(취업뽀개기)하고 여자라서 취준(취업준비)하는 2018년 한국, 이거 실화냐!!", "금융권 채용 성차별 전수조사 실시하라", "여자라서 떨어뜨린 성차별기업 처벌하라"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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