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조치 4개월째 깜깜이…대한체육회 은폐 의혹까지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대한체육회 내부에서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징계조치가 늦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한체육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무리 작업 및 경영평가 등으로 “인사가 늦어진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대한체육회 차원의 은폐 의혹도 나온다.

대한체육회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이자 대한체육회 직원으로 근무하는 최민경 씨는 지난해 7월 회식이 끝난 후 간 노래방에서 같은 부서 여(女)상사 B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남녀 7명이 있었는데 B씨가 최씨에게 기습적으로 달려와 목을 휘어 감고, 쪽쪽 빨며 입 주변에 침을 발랐다는 것이다.

최씨는 지난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다. 이후 2007년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았다.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경 선수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경 선수

사건이 벌어진 7월 이후, 누군가 '성희롱고충위원회'에 이를 알렸고, 8월 대한체육회 감사실이 직원을 대상으로 사실파악에 나섰다. 최씨는 "당시엔 같이 일을 해야하는 상사라서, 어떻게 말을 하겠나 생각에 말을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4개월이 지난 12월 28일 대한체육회 감사실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경위서를 작성하게 했다. 이 때 최씨는 용기를 내 "당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위서 작성 후 인사총책임자 D상사의 회유가 있었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올해 1월 5일, 최씨는 인사총책임자 D상사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D상사는 최씨에게 "여자(B씨)가 여자(최민경 씨)에게 뽀뽀할 수 있지 않냐, 그런 것도 못 받아 들이냐, 대한체육회에 여성 간부가 없다는 것이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사항이었다. B상사를 뽑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는 것.

최씨는 "D상사는 '운동선수 성추행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D상사에 입장을 들어봤다.

D상사는 현장에는 없었지만 경위서 확인을 위해 최씨를 만났다.

D상사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 경위서에 노래방 추행 사건 후 피해자 본인이 주변인과 나눈 얘기에서 '여자끼리는 성희롱이 아닌데'라는 말이 있어 그 말을 그대로 피해자에게 한 것이라는 것. D상사는 "제가 (사건을 무마하려는)차원에서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씨가 주장한 '운동선수에 대한 성추행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말에 대해서 D상사는 "정반대다. 제가 2000년대 중반부터 성폭력을 포함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왔다"고 강조했다.

D상사는 최씨에게 지난해 8월 감사실 직원에게 고충센터 상담을 안했냐고 물었을 때 최씨가 '(상담까지는)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그러다가 10월 말 (일이)불거진 것"이라 했다.

또 여성 임원(간부)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B씨는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다. 제가 얘기한 것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체육회가 올해 들어 많은 여성을 승진시켰다"며 "가해자라는 사람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제가 그때 (피해자)본인이 요구한 사항에 대해 조치할 것이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 D상사는 "더불어 말하면 피해자를 그때 처음 봤고, 그 이후에 만나지도 않았다. 더 이상 관여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설득하거나 그랬다면 전화 등을 했을 텐데, 경위서를 확인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뿐"이라며 "미투 운동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제가 적극적으로 관여할 생각은 안 했다. 다만 피해자에 대해서만 경위서를 받고 가해자 경위서를 받는 것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만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16일 D상사의 반론을 재반박하며 8월 감사실 직원의 고충민원에 말 못한 이유는 "B씨가 같이 일하는 상사였기 때문에 (추행 사건을)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최씨는 “이니셜로만으로는 힘을 낼 수 없어 이름을 공개하게됐다”고 밝혔다.

한편 본지 기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B상사 입장을 듣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연락을 요청했다.

먼저 지난 13일 저녁, 대한체육회 홍보실을 통해 기자의 연락처를 남겼다. 이어 16일 오전 9시 이후에도 여러 차례 홍보실 등을 통해 연락을 취하다가 오후 2시 대한체육회를 찾아갔다.

오전 중 홍보실 관계자들은 “회의가 있다”, “자리를 비웠다”라고 말했다. B씨가 대기발령난 부서에 전화하자 “여기로 대기발령된 건 맞지만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

홍보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면담에서 “부서 직원들이 언론에 부담을 갖고 있다. (B씨가) 회사 내부에 있다는 말을 잘못 표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B씨에게 입장에 대한 얘기를 직접 전달했으나 개인의 인권문제기 때문에 기다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B상사의 대기발령에 대해서는 “행정상 절차에 있어서 대기발령 조치가 난 것이지 징계조치가 아니다”라면서 “인사가 빨리 나야하는데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시간이 늦춰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기자는 오후 5시 11분경 대한체육회 홍보실을 통해 B상사의 “(반론을) 안 하고 싶다”는 말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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