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기업, 건빵회사 모태로 현재 레미콘 1위 대기업
산업용재협회·소상공인연합회 등 "유진기업 통해 2,200명 일자리 얻고, 소상공인 39,000명 일자리 잃는다"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인터넷언론인연대 공동취재] 1960년대 군납 건빵을 만들었던 영양제과로 몸집을 키운 유진기업, 1970년대에는 레미콘 사업에 손을 대면서 현재 업계1위 대기업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유진기업이 지난 2012년 하이마트를 매각하며 전자제품 유통사업에서 손을 떼나 싶더니, 최근 공구, 철물 등 산업용재와 건자재를 전문으로 한 유통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하이마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업용재 시장에서의 대형마트 출점 기회를 노리는 유진기업에 대한 소상공인의 비판이 만만치 않다.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빼앗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1월 2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유진기업에 사업 중지 권고안을 내리고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유진과 소상공인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

인터넷언론인연대는 지난 14일 송치영 대기업 산업용재‧건자재 진출저지 비상대책 위원장, 장호성 (사)한국산업용재협회회장, 안수헌 (사)한국산업용재협회 사무총장이 참여한 가운데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의 입장은 유선으로 확인했다.

(왼쪽부터) 송치영 대기업 산업용재, 건자재 진출저지 비상대책 위원장, 장호성 (사)한국산업용재협회회장, 안수헌 (사)한국산업용재협회 사무총장이   © 인터넷언론인연대
(왼쪽부터) 송치영 대기업 산업용재, 건자재 진출저지 비상대책 위원장, 장호성 (사)한국산업용재협회회장, 안수헌 (사)한국산업용재협회 사무총장이 © 인터넷언론인연대

-정부 중기벤처부가 조정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유진 또한 정부의 조정 결과를 따르고 소상공인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한 (사)한국산업용재협회(이하 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 입장은 무엇인가.
협회 “정부 결정에 따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유진그룹이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있다고 말하고싶다. 유진은 5년 이내 100개를 출점하고 20개는 직영점으로, 80개는 프랜차이즈 형태라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생각한다는 것은 유진 담당자 이병우 상무가 협회 사무실에 와서 임원 20여명이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 협회가 비판적이자 유진은 자신들의 상호를 ‘이에이치시’로 변경했다”

연합회 “우리는 유진에서 중기벤처부 입장에 따라 품목을 정한다는 말을 거짓이라 생각한다. 유진은 최초에 사업 진출 당시, 산업용재 공구업계를 초토화 시키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신뢰성이 없다”

-유진그룹이 산업용재 시장 진출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협회 “그렇다. 이병우 상무는 유경선 회장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저희는 유진의 시장 침탈을 용인할 수 없다. 유진 같은 곳이 들어오면 집단상가 판매점은 수년 내 문을 닫을 것이다”

-왜 ‘문을 닫는다’고 말하나?
협회 “현재 산업용재 시장은 힘들다.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판매 유통 자체가 이익이 없고 온라인 마켓이 늘면서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유진이 시장 진출 후 선진 기법이라 하겠지만 단가 후려치기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우리가 그 경쟁력을 이기기 어렵다”

-‘대기업이 진출하면 죽는다’는 논리는 어떤 이유인가. 자영업자는 경제 상황에 맞춰 능동적이고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무조건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 죽는다는 말은 엄살 아닌가?
협회 “그렇지 않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쑥대밭이 된다. 예로 대기업 편의점을 생각하면 된다. 일반 구멍가게는 사라졌다. 하이마트가 들어서면서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을 파는 동네 전파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유진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1000평 이내 규모로 중형 매장을 만든다고 했다.

유진 1호점인 금천점은 785평 건평에 직원이 22명이다. 785평이면 시흥상가 120~130개 매장 규모다. 한 집에 3명이라 치면 390명의 고용이 유지되고 있다. 유진같은 매장 한 개는 22명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반면 390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

100개 매장이 들어서면 2,200명이 일자리를 얻은 셈이지만 그와 비례해 소상공인 39,000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산업용재는 60~100만 가지에 이르는데 유진은 그중 22,000개를 갖고 시작한다.

협회는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 소상공인들이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달라는 게 아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내부적으로 주차문제, 가격경쟁력 등을 개선해서 소비자가 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다”

연합회 “판매점이 시장에 있다 보니 일부 낙후되기도 했다. 단순히 낙후됐다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공동물류 등에 소상공인들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소상공인 스스로 자본을 내서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금천 시흥협동조합의 경우 공동물류에 대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유진의 시장 진출을 막는 이유는 무엇인가?
협회 “유진이 비도덕적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유진이) 페어플레이를 해도 힘든 상황에 트릭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진은 소비 회전이 빠른 2만여 개 품목만 팔겠다고 한다. 2만 가지만 추려 가격을 좋게 매겨 산업용재 시장의 소비자를 뺏어가겠다는 것이다. 2만 가지만 가지고는 모든 산업이 돌아갈 수 없다.

결과적으로 소상공인이 많이 판매하는 부분에서 매출 타격을 입게 된다. 자기네들이 맛있는 음식 몇 개만 빼먹겠다는 말이다”

-유진의 산업용재마트 1호점인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 출점을 막으려는 이유가 이 때문인가?
협회 “1988년 올림픽 선수촌 내 아파트에 편의점이 처음 생겼을 때 누가 신경 썼나. 지금 편의점은 39,000개에 달한다. 금천 1호점을 주시하는 이유는 현재 유진이 2호점을 낼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분명 100개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강행할 것이라 판단된다.

제 2, 제3의 유진이 생기면 대기업이 참여하는 산업용재 마트는 늘어날 것이다.

마트가 생기면서 골목상권이 완전히 죽었다고 볼 수 있다. 95%는 5인 미만이며 그중 90%는 3인 미만이다.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자체가 죽었다. 동네 철물점도 포함된다”

-협회는 유진이 1호점을 준비한다고 했다. 유진그룹은 ‘중단’이라고 해명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협회 “금천점은 준공은 물론 사용허가 승인이 났다. 물건도 들어간 상태다. 중단이라기보다는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지니까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금천점에서 물품을 실은 차량이 계속해서 들어가는 것은 1인 시위 과정에서 목격했다. 유진이 중단할 의사가 없다고 본다. 

-유진기업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협회 “유진기업은 장점이 있는 회사다. 건빵으로 유명한 영양제과가 모태다. 세계적으로 제과를 갖고 성장한 업체가 많다. 한 길만 가더라도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왜 골목상권인 상업용재 시장을 기웃거리나. 사회와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이 됐으면 한다”

-유진의 산업용재 시장 진출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점은?
협회 “유진이 100곳을 출점하면 2,200명을 고용하게 될 것이다. 반면 소상공인 4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정부 역할을 사회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대기업만 살아남는다면 일반 국민은 무엇을 먹고 사나. ‘일자리 창출, 골목상권 보호’라는 구호만 외치지 말고 균형을 맞추는 실질적인 행정을 펼치길 바란다”

연합회 “소상공인 업종에 어떤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상생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대기업과 협력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진처럼 자본주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경험상 중견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시장에 대한 노력 없이 돈으로 무조건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뺏겠다는 탐욕의 의지가 강했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 들어올 때 소상공인과 대화를 통해 들어온다면 환영한다”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협회 “소비자들은 구멍가게가 없으니 편의점 가격이 높더라도 편리성 등으로 찾아간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 저희가 마진을 많이 보고 비싸게 판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최소한의 마진으로 판매하고 있다. 소상공인이 사라지고 대기업만 시장에 남는다면 견제 대상이 없어 대기업이 판매하는 가격에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산업용재는 조선, 반도체, 자동차, 건설 산업이 성장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 여러분이 소상공업이 대기업과 건전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관심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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