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고 장자연씨의 자필유서가 2009년 3월 발견됐다. SBS는 2011년 3월 6일, 2005년부터 2009년사이 고 장씨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 50여통과 여기에 적힌 31명의 리스트를 보도했으나 경찰은 그해 3월 16일 국과수 감정결과 ‘친필이 아닌 조작’이라고 발표했다. 여성단체들은 퍼포먼스 등을 통해 인권문제를 공론화했지만 성착취 구조는 현재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관계자들이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고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를 고려한다는 내용과 관련 "검찰은 장자연 리스트를 철저히 재수사해 진실을 밝혀라"라고 말했다. (사진= 김아름내)

지난해 9월 말,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의 과거 인권침해,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과거사위원회’를 설치했고 12월 12일 발족됐다.

이와 관련 최근 ‘장자연 리스트 재조사 방침에 대한 검찰 과거사 위원회 고려’가 알려지면서 여성단체들은 23일 오후 서울여성플라자 도서관 계단 앞에서 “검찰은 ‘장자연 리스트’를 철저히 재수사해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관계자들이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고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를 고려한다는 내용과 관련 "검찰은 장자연 리스트를 철저히 재수사해 진실을 밝혀라"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아름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검찰 수사결과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를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고 고 장씨의 유서에서 언급된 유력인사들의 ‘강요 방조죄’는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이 마무리됐다”면서 “한국 언론, 방송, 재벌이 유착관계에 있고 이들이 남성 성문화로 연대와 친분을 이루고 있으며 여성연예인은 생계를 지속하기 위해 이 과정에서 성상납과 착취를 강요받고 있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는 이러한 잘못된 수사·재판 과정에 경종을 울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말했다.

황지영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성폭력예방치료센터 소장은 “고 장자연씨가 죽음으로 알리고자 했던 연예계의 성상납 의혹과 문제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 처벌이 이뤄지는 것만이 장 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검찰은 즉각적인 재수사를 통해 의혹을 명백하게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과거사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인권 문제로 보고 재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이 사건은 사회적 타살이다. 검찰이 부실수사 과정을 제대로 해명해야한다. 우리는 진실을 밝히고,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장자연 리스트' 재수사 하라 (사진= 김아름내)

김경숙 사람과평화 부설 용인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여성 연예인에게 강요된 술접대, 성상납 등 연예산업 내에 폭력적인 관행에 고통스러워하던 고인의 사실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지만 법은 외면했다. 고 장자연씨 죽음을 계기로 인권위는 실질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성상납 등을 거절하고 난 후 불이익을 받은 여성연예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숙 소장은 “문화예술계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철저한 권력구조에 의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자행해왔다.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고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누구라도 성착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2009년 3월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며 유력인사들을 거론한 故장자연씨의 자필 유서가 발견되면서 이 사건은 단순 자살이 아닌, 한국사회의 추악한 권력과 접대, 여성 연예인들의 인권 문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사건 당시 경찰은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며 4개월 만에 언론사와 금융사 대표 등 20여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면서 “특히 리스트에 등장한 유명 일간지 사주에 대한 의혹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일간지는 2009년 당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사건을 언급한 이종걸 당시 민주당 의원과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끝에 모두 패소한 바 있다. 또한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보도한 KBS, MBC 소속 기자 5명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소송을 제기했고, 기자회견에 참여한 활동가도 기나긴 소송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누락한 모 신문사 사주에 대해 여성‧시민단체들과 정당들이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을 개최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를 촉구했다지만 검찰은 드라마 PD, 금융회사 간부, 전직 언론인 등의 강요죄 공범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의 중심에 있던 소속사 전 대표 김 모씨를 고인에 대한 폭행‧협박으로, 전 매니저 유씨를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을 뿐”이라면서 “김 모 씨만 ‘폭행죄’를 인정해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선고로 끝났다. 또한 일명 ‘장자연 리스트’를 세상에 공개한 전 매니저는 오히려 기획사 대표를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단체들은 “이제 故 장자연씨 사건은 여성연예인이 어떻게 이른바 권력과 이해관계에 있는 집단에 의해 ‘성상납’을 강요받았고,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지목된 사람들을 검찰이 왜 무혐의 처분을 했는지 철저하게 재수사하여 억울한 죽음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장자연은 살아있다. 그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써놓은 무수한 기록들이 남아있는 한 그는 살아있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진실이고 이 기반 위에서 故 장자연 사건은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의미를 새겼다.

한편 오늘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 단체)등이 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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