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옥 교수의 평양워치(13)]평양 거간꾼은 남한의 포털 격
  • 곽인옥 숙명여대 교수
  • 승인 2017.12.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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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쟁이 역할부터 치킨배달 서비스까지

[우먼컨슈머 곽인옥 북한전문 기자] 평양시는 고난의 행군이후 국가중앙공급소에서 주는 식량배급이 줄어들면서 비공식 루트로 버는 소득이 없으면 살아가기가 어렵게 됐다.

평양 시장경제 실태조사에 의하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공식부문의 비중은 13.3%, 비공식적 부문의 비중은 86.7%로 조사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공식소득의 종류를 살펴보면 장사, 개인부업지(소토지), 개인수공업, 개인서비스업, 짐승기르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비공식 소득 종류 중에서 개인서비스업에 대해 살펴보자. 개인서비스업은 평양에서는 거간꾼이라고도 하는데 거간꾼이란 유·무형의 상품을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적인 알선업자로서 서비스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식으로 하면 일종의 포털이랄까. 이러한 거간꾼의 서비스가 평양에서 아직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않아 많은 부문에서 은밀한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거간꾼으로 일컫는 개인서비스업의 역할

평양에서 주로 거간꾼은 대학을 나오지 않고 별다른 직업이 없는 사람으로서 몸이 조금 아파 육체적인 일을 하기에는 힘든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사람보다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평양에서 사는데 전문적인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취급하는 물품에 따라 여러 거간꾼으로 나눌 수 있는데 거래하는 물품이 비싸고 고급스러울수록 급수가 높으며, 상품의 가격에 따라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으로 분류할 수 있다.

평양에서는 취급하는 물품에 따라 다음과 같은 종류의 거간꾼이 존재한다.

첫째, 집 거간꾼이 있다. 집 거간꾼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집과 집을 바꿔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남한의 부동산중개업소와 같은 일을 하는 거간꾼이다. 평양에서 전문적인 집 거간꾼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락랑구역 통일거리 시장 주변으로  100-150명이 있으며, 그외 각 구역마다 50명 정도의 거간꾼들이 있다.  그물망처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둘째, 환전 거간꾼이다. 환전거간꾼은 내화 즉, 북한화폐를 달러나 인민폐로 바꿔주고, 달러나 인민폐를 내화로 바꿔주는 역할도 한다. 이들도 장마당 주변에서 볼 수 있으며, 보통 ‘돈장사’라고 부르는데 나중에 발전이 되면 은행에서 하는 금융서비스업이 진화될 전망이다.

셋째, 숙박거간꾼이다. 평양을 예로 든다면 평양역 근처에는 지방에서 출장 온 사람들이 편안히 묵을 수 있도록 개인집을 개인여관처럼 운영하는 곳이 있는데 이런 데를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이 숙박거간꾼이다.

평양역에서 가까운 평천 구역의 단층집에서 이러한 개인숙박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숙박서비스업이다.

거간꾼 유형

넷째, 버스(써비차) 거간꾼이다. 평양시 락랑구역에는 동평양시외버스터미널, 서성구역에는 서평양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데 지방으로 가는 장사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남한에서는 용달차인데 평양의 써비차는 남한의 용달차와 유사한 개념인데  이러한 차량을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차량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다섯째, 교육 거간꾼이다. 이들은 대학입시를 위한 과외선생님이나 대학입시 관계자를  연결해 입학을 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피아노, 손풍금과 같은 악기를 알선하거나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소개하기도 한다.

여섯째, 가전제품 같은 상품 거간꾼이다. 평양에서는 시장의 매대가 매우 작아 물품을 다 진열해 놓을 수 없다.  시장에서 가까운 개인집에 대부분 있는데 수요자를 집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물품으로는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의류, 가구류, 신발, 레자, 탁구용품, 모자, 장갑, 아동옷, 소주(송악), 의약품, 한약, 체육복(단체복), 삼푸, 수건, 조선옷, 화장품, 학생복, 그릇, 이불 등 다양하게 알선하는 거간꾼이 존재한다.

일곱 번째, 중매 거간꾼이다. 이들은 남녀 결혼을 주선하는 일을 하는데 남한의  결혼정보서비스업과 같닫고 할 수 있다. 한 쌍을 결혼시켜주면 알선비로 대략 100달러 정도 받는다.

여덟 번째, 농토산물 거간꾼이다. 평양 주변 농촌에서 농토산물을 시장, 개인 도매업자, 식당에 알선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또한 입쌀 거간꾼, 야채 거간꾼, 고사리 거간꾼, 양배추 거간꾼, 국수 거간꾼, 강냉이 거간꾼, 감자 거간꾼, 계란 거간꾼, 약초 거간꾼, 돼지거간꾼, 개 거간꾼, 양 거간꾼이 있다.

과일거간꾼으로는 사과 거간꾼, 배 거간꾼, 바나나 거간꾼, 딸기 거간꾼 등이 있다. 수산물 거간꾼으로는 동태 거간꾼, 낙지(오징어) 거간꾼, 가재미 거간꾼, 새우거간꾼, 대구거간꾼, 골뱅이 거간꾼, 조개 거간꾼 등이 있다.

특히 음식 거간꾼도 있는데 룡성순대, 룡성어묵, 돼지족발, 닭백숙 거간꾼 등과 같은 것들은 남한의 치킨가게와 같이 집으로 배달 서비스까지 한다.

아홉 번째, 석탄 거간꾼이다. 평양에서는 아직도 전기가 전체 가구의 30-40%정도 밖에 공급이 되지 않으며, 도시가스가 없기 때문에 겨울철 난방에 석탄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각 가정에  석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석탄 거간꾼이 있다.

열 번째, 한국 드라마 CD 거간꾼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드라마를 마음대로 못 보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고 할 수 있는데 평양에서는 한국드라마를 본다든지, 국가를 비난하는 말을 하다 들키면 추방당하기 때문에 매우 은밀하게 거간꾼들은 움직이며,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평양에서 거간꾼들은 가격을 흥정해 거래를 알선하고 때로는 배달까지 해준다. 수수료로 거래액의 2-3%를 받는다고 한다.

사실 남한에서는 인터넷이 발달이 되어 ‘네이버’나 ‘다음’같은 포탈에서 정보를 검색하는데 평양에서는 아직 이러한 포탈이 발달되기 전이라 거간꾼들이 남한의 포털(네이버 등)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평양에서 핸드폰과 인트라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거간꾼의 역할이 이전보다 감소되는 추세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 제공자 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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