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 호소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인터넷언론인연대 공동취재] “내무부 훈령 제 410호에 근거해 사회정화사업을 하면서 부랑인도 아닌 일반인을, 형기없는 수용소에 가뒀는지, 최소한 피해 당사자인 우리가 어떤 죄명으로 수용소에 갇혀야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왼쪽)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왼쪽)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노숙농성 현장에서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진과 만나 “국가 예산이 투여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에 대해 국가는 전혀 추징하지 않았고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형제복지원에서 입은 후유증 및 장애에 대해 그 책임을 피해 당사자들에게 돌렸다”고 주장했다.

피해생존자들은 국회에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법률안(형제복지원 특별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올바른 처신이었는지, 유년시절을 송두리째 뺏긴 자신들의 삶이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명확한 진실을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을 격리 수용하고 폭행·협박·감금·강제노역·학대했던 인권침해 사건이다.

부산직할시(현 부산광역시)는 1975년 7월 25일, 형제복지원과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하 내무부 훈령 제410호) 및 부산시재생원설치조례에 따라 부랑인수용 보호위탁계약을 체결했다. 부산시 경찰, 군청 직원 등은 부랑인들을 단속해 형제복지원에 이들의 신병을 인수·인계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은 부랑인의 수용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없던 점, 내무부 훈령 제410호, 부랑시재생원설치조례 등에 따라 보호위탁계약을 체결한 점, 해당 시설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이 미흡했다는 증언 등을 종합할 때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는 12월 6일, 상임위를 열고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 구제를 위한 ‘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법률안(형제복지원 특별법안)’의 조속한 법률 제정을 표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국가기관과 그 종사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외교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에게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보호협약)’ 비준·가입 재권고를 의결했다.

앞선 2008년 1월 14일에는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국가기관과 그 종사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강제실종보호협약을 비준·가입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의 경우 △수용자 가족에게 적절한 연락을 취하지 않고 강제 격리하거나 수용됐던 점 △내무부 훈령 제410호 등에 따라 수용됐고 관리·감독이 미흡했던 점 △가혹행위 및 강제노역을 시켰던 점 △사망에 대한 사인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보았을 때 강제실종보호협약의 강제실종 개념에 부합하고 특히 인도에 반하는 실종 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재권고를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이 이뤄지고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향후 형제복지원 특별법 입법과정 및 강제실종보호협약의 비준·가입 과정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왼쪽)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왼쪽)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책 ‘살아남은 아이’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린 피해생존자 한종선씨는 “2012년 1인 시위를 했다. 2014년, 진선미 의원에 의해 법이 만들어졌지만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 ‘공청회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공청회가 열렸고 우리는 한발 물러섰다. 2015년 단식농성을 했는데 진선미 의원이 ‘(몸이 망가진다)위험한 상황’이라고 만류했고 결국 병원에 실려갔다. 진 의원이 국회의원들에게 자필 편지를 써서 법이 통과됐지만 19대 때 폐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 20대 국회에서 진 의원이 다시 법 발의를 했지만 탄핵정국과 맞물리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9월에 부산에서 국토대장정을 하고 청와대에 우리의 입장을 요구하고 연대 농성이 들어갔다. 농성 한 달째인 6일, 인권위는 ‘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법률안(형제복지원 특별법안)’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현재 한종선씨와 연락이 닿는 피해생존자는 240여명으로 알려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016년 7월 6일 대표 발의한 ‘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일명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 특별법)’은 소병훈·인재근·김철민·이철희·노웅래·김민기·조승래·김경협·백혜련·황희·김영진·김병관·이원욱·김상희·이춘석·원혜영·김정우·이찬열·신창현·윤관석·김경진·제윤경·이종걸·심상정·윤소하·송기헌·김태년·이훈·신경민·손혜원·박정·박경미·추혜선·도종환·우원식·이학영·심재권·양승조·홍영표·김현미·박주선·노회찬·기동민·김영호·권미혁·서영교·김현권·표창원·정춘숙·송옥주·김종대·유은혜·이해찬·신동근·김한정·강병원·박주민·김종민·박홍근·이정미·박남춘·김경수·최도자·유성엽·박영선·남인순·김영춘·민병두·이용득·백재현·위성곤·김해영 의원 등 73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장제원, 이완영 의원 등이 최근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선미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형제복지원은 개별 시설에서의 악행일 뿐 아니라, 당시 내무부 훈령인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등 국가정책에 따라 운영되었고, 부산시에 부랑인 수용을 위탁받는 등 국가의 관여가 상당 부분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그런데도 형제복지원 원장은 횡령죄 등으로 가벼운 처벌만 받았을 뿐 불법구금·폭행 등에 대해서는 재판조차 받지 않았으며, 사건의 진상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은 단순한 과거 한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피해자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인권문제라 할 것”이라며 “이 법을 제정하여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피해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그에 따라 실질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인권신장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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