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소비위한 민관협력방안 마련 토론회
"내 취향과 용도 맞게 찾는다면 마트에서의 변화 이끌어낼 수 있을 것"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도농상생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가 농촌 생산물을 살 때 ‘어려운 농촌을 돕는다’는 생각은 바꿔야한다는 것. 

7일 오후 서울 충정로 LW컨벤션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소비위한 민관협력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유종규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 박사는 이같이 지적하면서 생산주의 농정에서 다기능 농업으로 도시 소비자와 협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허혜연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사회로 시작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유종규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 박사가 ‘농정의 패러다임 변화와 도농 상생의 방향’을, 이동민 서울대 Food Biz Lab(농경제사회학부) 선임연구원이 ‘소비자 농식품 소비행태와 지속가능성’을 발제했다.

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과 소비를 위한 민관협력방안 마련 토론회가 7일 오후 LW컨벤션에서 열렸다. (사진= 김아름내)
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과 소비를 위한 민관협력방안 마련 토론회가 7일 오후 LW컨벤션에서 열렸다. (사진= 김아름내)

유정규 박사는 “2015년 말 현재 1ha 미만의 농가분포는 69.1%”라며 “농가인구 및 농업경영자의 고령화, 낮은 후계농 확보, 농촌인구의 과소화로 한 달에 매출이 80만원도 되지 않는 농가가 꽤 있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사람이 없어서 농사짓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데, 목표를 정해놓고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이다. 목표가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면서 “생산주의 농정에서 다기능 농업으로 도시 소비자와 협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이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아야 한다”면서 “지역상생사업을 통해 도시민이 ‘농촌을 돕는다’는 생각은 말아야한다. 도시민과 농촌주민간의 인간적인 신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게 도농상생 상호작용의 개념인데, 현실적으로 농민들은 생산 판매로 소득을 올리길 원하고 도시민은 경험을 중시하면서 쌍방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과 소비를 위한 민관협력방안 마련 토론회가 7일 오후 LW컨벤션에서 열렸다. (사진= 김아름내)
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과 소비를 위한 민관협력방안 마련 토론회가 7일 오후 LW컨벤션에서 열렸다. (사진= 김아름내)

또 “도농상생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한다. 소비자가 농촌 생산물을 살 때 ‘어려운 농촌을 돕는다’는 생각은 바꿔야한다”고 도시 시민이 가진 인식을 지적했다.

유정규 박사는  “농가의 87.4%가 일손부족으로 영농애로를 경험한다”면서 “민간의 관심, 적극적인 참여, 깨어있는 소비자가 적극 나서야한다. 민간활동을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돼야하며 비용에 대해서 세금공제를 해준다든가 학생들의 농촌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장했다. 

이동민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연구원은 “품종의 다양성을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의 토대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팔던 같은 품종의 사과와 총 14개종의 사과를 판매하는 스페인을 비교했다.

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과 소비를 위한 민관협력방안 마련 토론회가 7일 오후 LW컨벤션에서 열렸다. (사진= 김아름내)
지속가능한 농식품 생산과 소비를 위한 민관협력방안 마련 토론회가 7일 오후 LW컨벤션에서 열렸다. (사진= 김아름내)

이동민 연구원은 ‘18세기 미국에서는 7,100여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사과가 재배됐는데 이제는 300여종밖에 남지 않았다. 생물 다양성은 농업생산의 근본적인 토대이며 농작물이 진화할 수 있는 원재료이자 성분이 되는 것’이라는 케리 파울러의 말을 인용했다.

이 연구원은 “생물다양성의 정의를 살펴보면 지구상의 생명체의 다양함과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진화를 위한 원재료’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자연재해를 통해 생명 다양성이 훼손되는데 최근 들어서는 인간의 선택에 의해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 경작방식, 어떤 품종을 재배하고 구매하고 먹을 것인지를 소비자가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나나맛 우유향, 멸종된 바나나와 흡사"

이 연구원에 따르면 ‘바나나 우유’의 향은 실제 1950년까지 있던 ‘그로스미쉘’이라는 바나나와 흡사하다. 더 풍미가 깊고 진한 맛인 ‘그로스미쉘’은 파마나병에 걸려 멸종됐다. 그 병에 강한 캐번디시 품종만 남게됐다. 지금 인간이 먹고 있는 바나나다.

이 연구원은 “한꺼번에 멸종한 이유는 단일 품종으로 심었기 때문이다. 야생바나나는 안에 씨앗이 있어서 과육으로만 생산된 개량된 바나나는 유전자가 동일해 병에 약하다”면서 “끊임없이 멸종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1845년 극심한 대기근을 겪은 아일랜드에 사례를 전했다. 10년간 지속된 역병으로 800여만 명의 인구가 이사하거나 해외로 이주했다. 그 당시에 아일랜드인들이 먹었던 감자(럼퍼)가 단일품종이었기 때문이다.
럼퍼는 감자마름병에 내성이 없는 품종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동민 연구원은 “극단적인 사례를 설명했는데, 이렇듯 생명의 다양성을 보존하지 않았을 때 인간에게 크나큰 영향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생산성이 좋은 ‘부사’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원가를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비슷한 제품만 마트 등에 납품하게 된다”고 했다.

이동민 연구원은 “소비자가 까다롭게 먹기 시작한 농식품이 있다”면서 커피, 맥주, 라면을 예로 들었다.

다방 커피를 즐기던 소비자들이 2000년대 들어 커피 전문점이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커피를 취향에 맞춰 소비하게 됐다. 라면과 수입맥주, 수제맥주 등도 마찬가지다.

이동민 연구원은 “기호식품말고, 신선식품에서 다양성은 없을까 찾던 중 ‘돼지고기’에서 희망을 봤다”고 했다.
현재 소비자가 먹는 돼지는 115kg 규격돈, 제주산 흑돈 등이 있다. 최근에는 수입산 돼지고기의 프리미엄 품종인 ‘이베리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베리코는 흑돼지며 방목으로 큰다. 한 마리당 필요한 토지 크기는 1ha다. 뛰어다니면서 도토리와 버섯을 먹고 배설을 하는데 1ha가 돼야 자연순환을 통해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소비자가 주어진대로 구매하거나 먹지 않고, 저렴한 것만 찾지 않으며, 내 취향이 무엇인지, 용도에 맞게 찾는다면 생산성 중심이 달라져 마트에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발제 이후 김성숙 인천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아 곽영진 양평로컬푸드 직매장 국장, 김미혜 여물리마을 대표, 노하빈 소비자 TV팀장, 최세려 한국부인회 소비자분과위원장, 탁명구 식생활교육네트워크 사무총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좌장은 “다양성 부분은, 사과가 왜 부사밖에 없는 걸까, 제 기억으로도 홍옥, 국광 뿐 아니라 인도라는 연두빗 사과가 있었다. 골림이라는 은행빛 사과도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왜 요즘은 배추가 지역만 나오지 품종에 대한 것은 안 나올까”라며 패널들에게 의문을 던졌다.
이어 “농촌에서 나온 생산물에 대해서 ‘기여 지불’이라 말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소비자가)농촌에서 ‘사준다’는 개념에서 ‘농촌이 있으므로 우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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