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시기 이후 국가배급시스템 마비...생존을 위한 시장화

[곽인옥 교수의 평양워치 (4)] 평양에서 ‘고난의 행군’시기이후 국가배급시스템 마비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식량과 생활필수품이 시장을 통해 공급되자 생존을 위해 아래로부터 시장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양시민들은‘시장에서는 고양이 뿔만 빼놓고 다 살 수 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시민들이 시장을 도깨비 방망이처럼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시장은 기존의 농민시장이 확대돼 형성됐으며 2002년 이후에는 새로운 현대식 시장 건물들이 건설됐는데 공식적인 시장은 30여개가 넘는다.

특히 시장의 형성은 중국으로부터의 공산품 수입과 농토산물이 개인부업지(개인텃밭이나 명의는 국가 것이지만 개인들이 화전을 일구어 만든 수많은 소토지)로부터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다.

평양시 락랑구역의 3종류의 시장

락랑구역은 평양시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28만 여명, 2008년 기준)으로 통일거리시장과 락랑장마당, 새벽에 여는 토성도매시장이 있다.

통일거리시장은 물품이 가장 좋아 상류층이나 외국인들이 찾는 북한의 대표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총 52개 매대가 들어서 있고 상인 수는  4,000여명이 넘는다.

평양시 락랑구역 통일거리시장 외관모습

거래되는 공산품으로는 의류, 학용품, 신발, 안경, 책, 그릇, 의약품, 전등류, 레자, 화장품, 시계, 목걸이, 유리, 라면, 사탕과자, 핸드폰, 태양열판, 단체복(유니폼), 자전거, 정수수기, 컴퓨터, 축전지, 우산, 타이어, 가스렌지 등 다양하다.

농토산물로는 쌀, 콩, 가지, 호박, 고추, 당근, 고구마, 토마토, 파, 대홍단 감자, 백도라지, 더덕, 송이버섯 등이, 과일로는 수박, 사과, 배, 밤, 바나나, 황금복숭아, 백살구, 딸기, 참외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으며, 고기로는 돼지, 보신탕(개), 토끼, 너구리, 사슴, 칠면조, 오리고기, 소고기 등이 거래된다.

소주, 대동강맥주, 개성 인삼 술 등의 주류와  룡성 순대, 룡성 어묵 등이 있으며, 어패류인 대합조개, 밥 조개, 생복, 해삼, 조기, 광어, 대구, 가재미, 잉어, 메기, 자라, 명란젓, 털게, 꽃게, 문어, 낙지 등 해산물이 있다.

평양시 락랑구역 통일거리시장 매대구조

락랑장마당은 중·하류층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으로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평양시민들에게 공급한다. 주로 매대가 있는 건물과 장마당으로 나누어지는데 매대에는 식량매대, 수산물매대, 야채매대, 건어물매대, 음식매대, 기초식품 매대, 조미료매대, 생활용품 매대, 식료품매대, 신발매대, 잡화매대, 기성복매대, 속내의 매대, 가방매대, 학용품매대, 화장품매대, 가전제품매대, 벽지매대, 그릇매대 등이 있다. 

장마당에는 고정된 매대는 없고 오는 순서대로 자리를 차지하며 식량장사, 담배장사, 음식장사(두부밥, 인조고기밥, 순대, 떡, 빵), 식량장사, 야채장사, 가축장사, 생선장사, 잡화장사 등 총 5,000여명의 상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성도매시장은 동평양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한 도매시장으로 지방에서 상인들이 버스(벌이차)로 물품을 실어와 형성된 시장이다. 도매시장의 특징은 어떠한 건물의 형태도 없으며, 길거리나 골목, 공터에서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하여 낮까지 계속 이어지는 시장으로서 총 상인의 수는 1,000~1,500여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멀리서 온 장사꾼들은 그곳에서 가까운 아파트를 물품 도매창고로 활용하기도 한다. 동평양버스터미널에서는 버스가 순천(2대), 안주(4대), 숙천(3번), 정주(2대), 남포(6대), 사리원(5대), 해주(2대), 원산(4대), 평성(4대)을 왕래한다.

이러한 버스에 실려 지방에서 올라온 공산품, 농토산물과 수산물 등이 유통되면서 형성된 도매시장이다. 이 도매시장에서는 통일거리시장, 락랑장마당, 평천시장, 동대원시장, 선교시장, 각 동에 있는 메뚜기 시장 등으로 물품들이 유통되고 있으며 물품이 집결되고 배분되는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평양에서는 시장화를 지향하는 세력이 집권하면서 시장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평양은 현재 유통중심의 시장화가 활성화되면서 생산중심의 시장화를 견인하는 추세여서 시장이 경제발전소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시장화 과정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선 신흥 상인들이 새로운 자본가(돈주)계층으로 부상하면서 시장을 거점으로 하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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