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의 검은 돈은 누가 가져가나

[우먼컨슈머]

곽인옥 교수
곽인옥 교수

북한에서 보안원이 되기 위해서는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에 있는 인민보안성정치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인민보안성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뇌물이 필요한데 대학을 관할하는 중앙당 행정부 간부에게 1만 달러(한화 1000만원)를 주어야 하며, 특히 인민보안성대학 감찰과를 가기 위해서는 3만 달러(한화 3000만원)를 줘야한다. 이렇게 입학하는데 거액의 뇌물이 필요한 것은 졸업하고 보안원(경찰)만 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을 인터뷰한 결과 요즘 평양에서 선호하는 대학 순위는
1위 인민보안성정치대학
2위 평양외국어대학
3위 김일성종합대학(정치경제대학)
4위 김책공업종합대학
5위 평양컴퓨터대학
6위 장철구상업대학 순이다.

순번을 매기는 기준은 졸업하고 취직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평양의 구역인민보안서(경찰서)에는 보안요원이 500~600명, 동파출소는 20~30명이 있다. 보안서 부서는 감찰과, 수사과, 소방과, 계요과, 총무과, 부기과, 5과가 있는데 감찰과 보안요원이 돈을 가장 많이 번다. 경제 감찰과는 시장경제의 돈줄이라 할 수 있는 무역회사나 공장기업소를 감찰하고, 일반 감찰과는 장마당을 단속하기 때문이다.

보안요원은 일반주민들과 달리 특별 배급을 받아 생활형편이 좋다.  월급은 직급이나 직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북한 돈으로 2,000~6,000원을 받는다.  그 돈으로는 쌀 1kg 정도 밖에 살 수 없고, 또한 쌀이나 부식물로만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위반자를 감옥 보낼 수 있는 특권을 활용해  단속을 통해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탈북민들은 돈을 많이 버는  1순위로 평북도(신의주) 보안서 감찰과 요원 사모님을 꼽는다.

이어 2위 제2경제 무기를 외국에 파는 무역회사 사장,
3위 중앙당 39호실 산하 회사 사장들,
4위 대학총장(학장),
5위 내각 도시경영과 공무원,
6위 인민 무력부 산하 무역회사 사장(금, 석탄, 광석을 파는 사람),
7위 무역회사 사장,
8위 봉사소 (헬스장, 식당, 수영장, 상점이 있는) 소장,
9위 장마당 돈 장사꾼 순이다.

평북도(신의주) 보안서 감찰과 요원 사모님들이 어떻게 가장 많은 돈을 버는지 외부인들은 궁금할 것이다. 북한 전체 물동량의 80%가 중국단둥 - 신의주 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유통과정이 키포인트다.

무역회사 사장들이 당국의 까다로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신의주 물류창고 기지장으로 평북도(신의주) 보안서 감찰과 사모님을 채용하는 사정을 알면 이해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돈 버는 방법으로는 남편이 단속과정에서 압수한 물품을 그 부인인 팔아 돈을 챙기는 것이다.

신의주 물류창고를 거쳐 전국으로 물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물품들 즉, 액정TV, 피아노, 자전거 부속품, 컴퓨터(중고), 오토바이, 외국상품의류, 한류CD, 수입할 권한이 없는 회사의 쌀, 의약품, 가전제품, 명품신발, 화장품, 시계, 정수기, 타이어, 태양열판, 라면, 과자(사탕) 등 고가의 물품들을 검열할때  평북도 보안서 감찰과 요원들이 빼앗아서 자기 부인들에게 압수물품을 준다. 

사모님들은 압수한 물품을 전국적인 도매 유통망을 통해 약간 싼 가격에 팔아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  또한 무역회사의 물품들을 빼앗을 때 중국대방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받아서 중국대방까지 가로채며, 중국대방 또한 감찰과 사모님들이 맞돈(현금거래)을 주기 때문에 중국대방과 무역까지 독점하게 되어 북한에서 ‘왕돈주’로 올라서게 된다.

          <평북도 보안서 감찰과 사모님의 뇌물체계(탈북자 FGI, 2017년)>

예를 들면 신의주 보안서 감찰과 사모님이 100억을 벌었다면 50억을 자기가 챙기고, 50억은 10억 씩 평북도 보안성 정치국 담당부원(1명), 평북도 국가보위부 담당부원(1명), 평북도 국경경비대 본부(1명), 평북도 중앙당 조직부 (1명), 평북도 비사회주의 그루빠 부원(1명)에게 각각 뇌물을 준다.

그들은 또 50%를 자기가 챙겨 자기 상관들에게 뇌물로 상납하고 상위의 간부들의 권력을 통해 보호를 받으면서 이러한 일들을 계속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에서 최고지도자에게 이러한 부정부패를 해결해 달라는 1호 편지를 대학생들이 써서 보냈는데 유야무야되는 이유도 바로 고위 간부들에게 상납하는 뇌물 때문이라고 한다.

돈을 빌려서 이러한 물품을 들여와 장사하려고 했던 무역회사나 도매상인들이 많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밑천도 하나 들이지 않고 막대한 돈을 버는 감찰과 보안요원을 ‘인민들의 피를 빠는 흡혈귀’, ‘오빠시(땅벌)’, ‘도둑놈’으로 부른다고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시장경제로 살아가는데 이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을 쥔 보안요원들이 인민들을 약탈하는 성숙하지 못한 초기 자본주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현상은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남한의 1960~1970년대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북한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저개발국가들이 경제성장을 하면서  겪는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