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업계 변방에서 중심으로...다국적사 공장 인수-백신 개발경쟁

[우먼컨슈머 노영조 기자] SK그룹의 바이오분야 계열사 SK바이오텍이 지난 6월 미국계 다국적제약사 BMS(브리스틀 마이어스 스퀴브)의 생산공장 인수에 성공한 것은 제약업계에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글로벌 제약업계의 변방으로 치부되던 한국 제약사가 다국적사의 대형원료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하기는 이번이 첫 케이스다. 인수금액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8만1000리터의 의약품원료를 생산하는 이 스워즈 공장에서 생산되는 원료의약품은 항암제, 당뇨치료제, 심혈관제 등 고령화로 수요가 크게 늘고있는 품목이어서 SK가 덩치를 키우고 실속을 채우는 경영을 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태원 SK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제약을 꼽고 과감한 투자를 하고있는데 공을 들인 만큼 그 뚝심 투자의 성과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반도체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반도체를 인수함으로써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할 수있는 계기를 잡았으며 장차 15% 지분 확보의 계기도 마련한 것이다. 현대전자(SK하이닉스 전신) 인수에 이은 쾌거로 평가받는다.

SK그룹은 제약·바이오에서 중추신경계 혁신신약개발에 집중하는 SK바이오팜,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SK바이오텍, SK케미칼 등 3개 계열사를 축으로 의약품을 개발 생산하고있다.

사실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오래됐다. 지난 1999년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주’는 국산 신약 1호다. 그래서 한국 신약개발의 역사는 SK케미칼로부터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케미칼은 이듬해 천연물 신약 1호인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정’을 개발함으로써 동양 의학의 원리를 현대의학으로 검증하고 제품화하는데 성공했다.

2007년 개발한 발기부전치료 신약 엠빅스 정은 필름형(엠빅스S)으로 개량되면서 비아그라와 경쟁하는 국내 3대 발기부전치료제로 부상했다.

2009년엔 혈우병 치료제 바이오 신약 물질인 NBP601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물질 단계에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전문 기업인 호주의 CSL사에 기술 수출을 하기에 이르렀다.

SK케미칼은 2000년 이후 R&D에 대해 매출의 10~15%수준을 투자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힘을쏟고있다.

결국 SK케미칼은 다국적제약사 MSD가 10년 넘게 독점해온 대상포진 백신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해냈다. 회사측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가 식약처로부터 최종 판매허가를 받아 상업생산에 들어갔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백신 자급률 50%에 도달했다.

800억원 규모의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이제 경쟁체제를 갖추게됐다. 글로벌 시장진출을 계획하고있다. 세계 대상포진 백신시장은 6억8500억달러(약 8000억원)에 이르는데 가격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진출 초기에 연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은 글로벌 생명과학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되고있는 추세를 파악, 2008년부터 4000억원을 투자해 예방의학의 핵심인 백신연구에 집중하고있다.

김명자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은 백신-바이오산업에 대해 “4차산업혁명의 동인 자체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식량·환경·에너지·질병·고령화 등 전 지구적 난제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야하는 시대적 사명과 연관된다”며 “바이오경제시대에 진입하고있는 만큼 바이오의약품 등에 선순위 투자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한국 바이오산업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62%(2015년 기준)에 불과하다.

‘선택과 집중’같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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