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200여 곡의 주옥같은 피아노곡을 남긴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폴란드 태생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바르샤바에서 서쪽으로 버스로 1시간여를 달려야 하는 ‘젤라조바 볼라(Zelazova Wola)’라는 작은 마을이다.
낡은 버스로 비포장도로를 달려 도착한 그의 생가는 쇼팽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생가 뒤쪽으로 ‘쇼팽공원’이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생가는 전 세계에서 많은 음악인들이 즐겨 찾는다. 쇼팽은 7살 되던 해까지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바르샤바로 이사한 후에도 쇼팽은 이곳에 자주 들러 음악적인 천재성을 키워 나간 곳이다.
입구(매표소)에서 생가(박물관)까지 약100m 거리에는 쇼팽의 얼굴 흉상이 서너 곳 전시되어 있었다.
늦은 가을에 찾아간 하얀 건물 생가는 현관 앞의 아름드리 은행나무 한 그루가 노란 잎을 거의 다 털어 내고서 방문객을 맞았다.
넓은 정원에는 어느 곳에서나 쇼팽의 야상곡(夜想曲)이 속삭이듯 들릴 수 있도록 특수한 음향장치가 되어 있어 항상 쇼팽 음악이 흘러 나왔다.
현관을 들어서자 관리자가 나와 안내를 했다.
몇 개의 방에는 쇼팽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그가 사용했던 악보, 가구, 가족사진, 필기도구, 일기장 등 여러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가 사용하던 피아노도 볼 수 있다. 쇼팽이 사용하던 피아노는 건반을 보호하기위해 투명플라스틱 덮개를 덮어 두었다. 그 옆에 관람객의 연주할 수 있도록 같은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왔다는 한 중년남자 여행객은 쇼팽을 연주해 보기도 했다.
쇼팽의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둘러 본 생가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평범한 가옥의 구조와 비슷했다.
생가를 다 둘러보고 현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매표소 옆 기념품점에서는 쇼팽음악과 엽서 등 여러 가지를 팔았다. 커피도 마실 수 있었다.
그런데 기념품점에서 파는 쇼팽음반(CD)의 거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폴란드에서 만들어진 쇼팽음반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쇼팽음반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폴란드에서는 쇼팽 음악을 완벽하게 담아내는 음반 제작기술이 조금 부족하여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결국 ‘메이드 인 폴란드’ 쇼팽 음반은 구하지 못하고 생가를 나와야 했다.
생가를 나와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 한참 걸으니 울창한 숲의 공원 나오는데 바로 쇼팽공원이다. 쇼팽의 동상이 있었다.
39세에 폐결핵으로 파리에서 운명한 쇼팽의 유해는 파리의 한 모퉁이에 자리한 ‘피에르 라 세즈 묘지’에 묻혀 있다.
그의 유해 위에는 그가 폴란드를 떠나던 날 친구들이 전해 준 고국의 흙 한 줌이 소중히 뿌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비석에는 ‘그대 파리에 묻혔으나. 폴란드의 흙에서 잠들도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쇼팽의 심장은 ‘고국에 묻어 달라‘는 그의 유언에 따라 바르샤바 성십자가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바르샤바 도심의 성십자가 성당에는 그의 심장을 보러 온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웅장한 성당 내부에는 높고 커다란 하얀 기둥이 몇 개 있었다. 그 중 한 개의 기둥 안에 쇼팽의 심장이 보관돼 있다고 성당입구의 안내문에 적혀 있었다.기둥 내부를 파내어 그 안에 석고화한 심장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
잠시 후 관광객을 담당하는 안내 신부가 나왔다. 그는 성당 내부 구조를 자세히 소개하며, ‘쇼팽 심장이 있는 기둥’ 앞으로 안내했다. 정교하게 조각된 목책이 기둥을 둘러싸고 있었다. 안내 신부는 목책에 달린 자물쇠를 풀고 기둥에 붙은 스위치를 눌렀다. 기둥 내부의 도르레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도르레 소리가 멈추자 안내 신부는 기둥에 붙은 두 뼘 크기의 작은 문을 열더니 하얀 상자를 열어 보여 주었다. 석고화한 심장이었다. 쇼팽의 심장이 눈앞에 있었다. 그가 호흡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쇼팽의 음악이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성당에 설치된 전자오르간으로 연주하는 쇼팽의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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