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을지로에 39곳...서울시 "브랜화해서 이색체험 제공키로"

금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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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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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컨슈머 장은재 기자] 서울시 종로와 을지로에는 '오래가게'가 있다.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양장점,다방,레코드점 등 39곳이다.

30년 이상 운영하거나 2대 이상 계승하고 무형문화재 지정자 등이 운영하는 가게로 서울시는 시민추천 등으로 이들가게를 발굴했다.

서울시는 서울의 숨은매력과 함께 이들 '오래가게'의 가치를 브랜드화해서 이색 서울관광 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명맥을 유지해오며 서울만의 정서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의 오래된 가게를 발굴해 '오래가게'라는 브랜드로 소개했다.

시는 오래된 가게를 칭하는 일본식 한자어 표기인 '노포(老鋪)'를 대신하고 서울만의 오래된 가게를 지칭하는 새로운 이름을 찾기 위해 지난 6월 시민공모를 진행, '오래가게'라는 새 명칭을 선정했다.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업 후 30년 이상 운영했거나 2대 이상 전통계승 혹은 무형문화재 지정자(또는 기능전승·보유자)인 곳들로 선정했다.

그 시작으로, 주변 관광지와 접근성이 좋고 오래된 가게들이 밀집한 종로와 을지로 일대 '오래가게' 39개소 리스트를 공개하고 '오래가게 지도'로 구성했다.

39곳은 다방, 고미술화랑, 떡집, 인장, 시계방, 수공예점, 레코드점, 한의원, 과자점, 분식점, 불교용품점, 공방 같이 생활문화와 전통공예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됐다.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홍보가 된 요식업 분야는 제외됐다.

시는 전문가 자문을 받아 서울의 특수성을 반영한 ‘오래가게’의 기준도 마련했다.

생활문화 분야(방앗간, 책방, 이발소 등)는 개업 후 30년 이상 운영 중인 가게를, 전통공예 분야(칠기, 유기, 공방 등)는 주인이 2대 이상 전통을 계승했거나 무형문화재 지정자(또는 기능전승·보유자)인 곳을 대상으로 했다.

서울시는 개별 여행객 증가 추세에 맞춰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최첨단의 화려한 도시 이면에 숨어있는 오래된 것들의 가치와 오래된 가게만이 갖는 매력과 이야기를 알려 색다른 서울관광 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시는 ‘오래가게’ 발굴을 위해 시민 추천, 자료조사 등을 통해 2,838개소의 기초자료로 수집했고, 전문가 자문·평가를 통해 종로·을지로 일대의 171개소를 2차 후보 가게로 발굴하였다. 이를 토대로 여행전문가, 문화해설사, 외국인, 대학생 등의 현장방문·평가를 거쳐 52곳을 추천받은 후, 전문가 최종검토와 해당 가게의 동의를 받은 총 39곳을 오래가게로 확정했다.

‘오래가게’를 찾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서울은 한 세기 안에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수난을 겪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옛 시간의 흔적들이 빠르게 사라진 탓이다. 오랜시간 명맥을 유지해온 점포들도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존립의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한 집 건너 프랜차이즈 카페가 즐비한 명동에서 65년째 옛 다방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영업 중인 '왕실다방'의 경우 ‘서울에 변하지 않는 곳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인의 고집과 철학 때문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손님이 계속 줄고 있어 가게가 앞으로도 유지될지 미지수라는 이유로 ‘오래가게’로 추천하는 것을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시는 향후 BI(Brand Identity)를 제작하고 이야기책과 지도, ‘오래가게 탐방 여행기 영상물 등을 제작-배포해 ‘오래가게’ 알리기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달 중순부터는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은 동영상 커뮤니케이션 앱 ‘스노우(SNOW)’를 통해 ‘오래가게’ 필터를 제공한다. 필터를 켜고 촬영만 하면 마치 ‘오래가게’에 온 것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서비스다.
또,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오래가게’ 주변을 방문하면 다양한 즐길거리에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오래가게를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래가게가 일본의 시니세(老鋪)나 유럽의 백년가게 같이 서울만의 개성을 알리고 세계의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홍보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자유 여행객이 늘어나는 요즘, 화려한 서울 도시 이면에 간직한 오래가게만의 정서와 이야기를 매력 있고 독특한 관광 콘텐츠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신당필방
명신당필방

명신당필방

명신당필방은 간송 전형필이 운영하던 고서점 한난서림의 터다. 3대에 걸쳐 맥을 잇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국왕 부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이곳에 방문해 자신의 이름 전각을 새겨갔으며, 프란치스코 교황,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의 이름이 새긴 전각이 선물로 전달되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돌레코드
돌레코드

돌레코드

가게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아날로그 전축의 낡은 스피커에서는 오래된 음악이 끝없이 흘러나온다. 오래된 그 시절, 음악 좀 듣는다는 여드름투성이 더벅머리 소년들을 청계천과 세운상가로 몰려들었다. 돌레코드는 온갖 장르의 라이선스 레코드를 구입할 수 있는 ‘보고(寶庫)’ 였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강산이 여러번 변했지만 그때 그 시절 ‘LP 키즈’들은 아직도 LP를 향한 애정으로 돌레코드를 찾고 있다.
 

 

통인가게
통인가게

통인가게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설립된 이래 전국의 수준 높은 고미술품은 다 이곳으로 집결했다. ‘통인가게’는 한국의 전통문화 예술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보급한다는 설립 이념으로 4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1층부터 4층에 이르는 공간은 실용적으로 쓰기 좋은 도자, 장신구, 조명, 액자 등 현대공예품부터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고미술품까지 구경할 수 있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시간이 간직해온 보물 창고를 구경하듯 들러볼 수 있어 외국인 동행이 있다면 단연 필수 코스로 손꼽힌다.

 

순희네반찬
순희네반찬

순희네 반찬

서울을 찾는 외국인은 서울의 세련된 멋과 전통이 조화로운 모습에 반하곤 한다.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광장시장에서 1969년부터 장사해 온 순희네 반찬가게는 마늘장아찌, 콩자반, 창란젓, 양념게장, 고들빼기, 멸치조림 등 40여 가지 반찬으로 행인을 유혹한다. 찾는 단골이 많아 국내 배송은 물론, 하루 평균 2~3건은 해외배송 주문이 들어온다고 한다. 뚝심 있게 도심 속 전통시장을 지켜온 오래된 가게의 저력이 느껴지는 곳이다.

 

만나분식
만나분식

만나분식

한쪽 벽면에 할머니의 맛을 그리워하는 손 편지들이 다닥다닥 차지하고, 명절이 되면 인사차 단골들이 찾아온다. 30년 전 여고생이 결혼 후 자녀들과 찾기도 한다. 47년째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는 만나분식의 비법은 정(情)’이라는 양념이다. “멀뚱하게 서서 뭘 하냐. 너도 같이 먹어 이놈아.” 주머니가 비어 떡볶이 먹는 친구를 그저 바라보는 초등학생에게 떡볶이를 냉큼 건넨다. 할머니만의 독보적 어투와 서비스는 불친절이 아닌 재방문하고 싶은 가게로 정평이 났다. 미슐랭 스타에 고객을 만족시키는 친절한 서비스란 항목이 있다면 할머니의 투박한 정이 아닐까.

금박연
금박연

금박연

한복 하나를 작업하는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반년이 넘게 걸린다. 이 힘든 작업을 오로지 자긍심 하나로 지켜오고 있는 김덕환, 김기호 부자. 철종부터 금박을 시작해, 지금까지 162년 전통을 이어가며 조선 왕실 금박 장인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금박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선대가 지키려 했던 소중한 전통을 끊고 싶지 않았다는 결심이 오늘날까지 조선 왕실의 전통 금박 기술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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