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재철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장

 

연달아 한반도를 할퀴고 간 15호, 14호 태풍 ‘볼라벤’과 ‘덴빈’. 두 개의 태풍이 북상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전에 없었던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짧은 기간 동안 가족, 친구, 학교, 직장 등 대한민국 국민의 대화와 관심은 온통 ‘태풍대비’였다. 약속취소하고 일찍 귀가하기, 초등학교 전면휴업, 테이프나 신문지 활용한 창문 보호 작전, SNS메신저를 통한 태풍대비 문자열풍, 총리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선 정부. 국가 차원의 훈련계획도 시나리오도 없었지만,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실제상황 재난대비훈련”이었다. 
 
짧은 기간에 모든 국민이 위기극복을 위해 이토록 스스로 몰입한 적이 있었을까? 그동안 국민의 ‘안전의식’은 이토록 성숙되어 있었고, 어느새 국민의 ‘안전욕구’는 선진국 수준이 되어 있었다. 온 국민이 재난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번에도 태풍의 길목인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전남·광주에서만 재난피해액이 4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지역 전통산업인 농어업이 큰 피해를 당해 시름에 잠겨있다. 또 전국 각지에서 15명의 소중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태풍 규모에 비해 그나마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온 국민 스스로 실천한 ‘사전대비’와 성숙된 ‘안전의식’ 덕분이었다. 
 
최근 3년(2009~2011) 통계에 의하면 태풍 등 자연재해로 매년 35(0.5%)명이 사망(실종포함)하는데 비해, 교통사고, 화재, 추락 등 인적재난으로는 6,908(99.5%)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양한 시책을 통해 인적재난분야 인명피해 줄이기를 추진해 왔다.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를 통해 과거 평균 150명 수준의 사망자를 최근3년 평균 59명으로 줄인 것은 좋은 사례이다. 
 
먼저, 인적재난관리 전반에 대한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실태점검·평가가 필요하다. 이 분야 인명피해는 소규모로 발생하고 있어 국민 관심이 적고 사회적인 이슈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 대부분은 인적재난에 의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법에서 정하는 재난관리체계 점검·평가가 자연재해 위주로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인적재난분야는 미흡했다. 그 결과 유사한 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주 5일제 정착 등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른 최근 새로운 인적재난관리영역을 주목해야 한다. 재난연감(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추락, 등산, 농기계, 붕괴, 익수, 자전거사고 등 취미생활, 야외활동, 작업현장과 관련된 인명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재난영역이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관리 기준을 점검, 없는 것은 새로 만들고, 미흡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하는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이 기준이 실제 현장에서 잘 적용·이행되고 있는지 확인, 이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평가·보완하여 인명피해를 줄여야 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다. 인적재난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작은 안전사고지만 한건 한건이 모여 매년 6700여명이 희생되고 있다. 인적재난 중에서도 추락, 등산, 농기계 사고, 해양, 열차, 붕괴, 물놀이, 지하철, 전기, 해양, 자전거 사고와 같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로 매년 1000여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고 있다. 
 
각종 소규모 안전사고에 대한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방자치단체별로 재발방지대책을 병행 추진해야 이러한 인적재난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인적재난을 총괄하는 소방방재청에서도 소규모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인명피해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안전의식’과 생활 속의 실천만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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