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600g에 50만원 호가 산지 세 배 달해 비판 여론 비등

 

 

 서울에 사는 옥모(25·여)씨는 설 선물을 준비하러 백화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죽방멸치 선물세트의 가격이 600g에 50만원을 호가하고 있었다. 죽방멸치가 고가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비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러나 옥씨는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죽방멸치의 인터넷 판매가가 백화점의 3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옥씨는 "도대체 백화점이 가져가는 이윤이 얼마냐"며 혀를 내둘렀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부 백화점이 초고가 명절 선물을 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몇몇 제품은 산지에서 직접 구입할 경우 절반 내지 3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백화점의 행태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러 상품 중 특히 가격차가 큰 것은 독특한 어획과정과 뛰어난 맛으로 인기가 높은 죽방멸치다. 
 
죽방멸치는 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대나무발 그물을 세운 뒤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활용해 잡는다. 생산량이 적어 가격대가 높지만 빠른 물살에 단련된 육질 탓에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최근 죽방멸치의 인기가 상승하자 서울시내 A백화점은 이에 발맞춰 1마리에 1024원, 600g에 50만원짜리 죽방멸치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치솟는 물가에 신음하던 소비자들은 설 명절 선물의 가격마저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불만을 쏟아냈다.
 
주부 진모(59·여)씨는 "백화점이라 가격이 높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이처럼 가격폭리를 실제로 경험하니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초구 문래동에 사는 옥모(25·여)씨도 "일반 서민들 입장에서는 산지 가격도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백화점으로 오면서 가격이 더 올랐다"며 "과연 50만원짜리 멸치로 국물을 낼 수 있는 집이 몇 집이나 될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직접 죽방멸치를 구경하러 나온 김모(78·여)씨도 "선물용이라면 모를까 일반서민들이 50만원짜리 멸치를 먹을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백화점이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라 가격을 높게 잡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이같은 반응에도 백화점들은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백화점은 자신들이 내놓은 죽방멸치가 산지에서 파는 제품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항변한다. 산지에서 파는 제품보다 꼼꼼하게 선별하고 포장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가격이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죽방멸치 선물세트의 경우 최상급 멸치를 골라 담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7㎝가 안 되는 멸치는 다시 한 번 걸러내므로 최고급 제품 중에서도 최고를 골라서 팔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를 놓는 작업에 버금갈 정도의 정성을 들여 1마리씩 포장하고 있다"며 "가격이 산지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화점의 이같은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가격이 높은 것은 '백화점 프리미엄' 때문이란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12개 백화점에 죽방멸치를 납품한다는 한 회사의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파는 상품과 산지 상품의 가격은 3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며 "이른바 백화점 프리미엄이 붙는 바람에 값이 비싸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직접 죽방멸치를 잡으며 건어물상을 하고 있는 박모(62)씨는 "A백화점은 600g에 50만원이지만, 우리는 같은 품질의 멸치를 1㎏당 35만원에 팔고 있다"며 "백화점의 경우 땅값이 높다는 점, 특소세, 백화점 프리미엄까지 모두 더해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 역시 백화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흥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원가분석팀 회계사는 "백화점은 다른 유통업체보다 유통마진이 매우 높은 곳 중 하나"라며 "비싸야 고급스럽다는 인식 탓에 백화점들이 높은 판매가격을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백화점도 수요가 있으니 공급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꼼꼼히 따져보고 현명한 구매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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