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영학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장

 

 

성(性)은 시장에서 거래를 해도 되는 대상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의 저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하버드대 교수는 ‘매춘은 섹스에 대해 나쁜 태도를 반영하고 부추기는 부패의 한 형태로, 성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자발적 동의가 있든 없든 성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성매매는 허용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으며, 인신매매와 같이 착취를 동반하지 않는 자발적 성매매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성매매에 대한 정책적 태도는 국가와 사회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일본, 중국, 중동과 동남아 국가 대부분이 불법화하고 있는 반면, 일부 유럽 및 중남미 국가, 영연방 국가 중 캐나다와 호주는 합법화하고 있다. 성매매 합법화를 선택한 국가는 성매매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주요 근거로 한다. ‘관리’ 측면의 접근이다. 그러나 합법화가 성매매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대표적 합법화 사회인 호주의 거의 모든 주와 자치령에서 성매매 산업은 법의 영역 밖에서도 급속히 성장하였다. 합법화 속에서 불법적 성매매가 증가했다는 말이다. 
 
호주의 경험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줄이는 것에도 실패했으며, 다양한 형태의 성산업 증가와 함께 불법 성매매(합법 성매매의 4~5배로 추정)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도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이유로 합법화를 선택하였으나, 여성인권신장에 실패하였고 사창(私娼)은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실적 측면 외에도, 성매매 합법화라는 ‘관리’ 측면의 접근은 성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문제를 담고 있다. 성매매가 매매의 대상인 성의 가치를 훼손하고 성에 대한 나쁜 태도를 부추긴다는 반박논리와 같은 이유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우리 사회에 성매매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이 갖는 몇 가지 편견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성매매는 성적 자기결정권 측면에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권리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오해라는 생각이다. 금전을 매개로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 돈만 주면 여성의 성을 마음대로 착취할 수 있는 성매매를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니 어불성설이다. 인간의 ‘인격 또는 자아’와 ‘신체’는 분리할 수 없다. 금전을 매개로 신체의 일부를 일정 기간 사용하도록 하는 것과 성을 사고파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여성이 동의한 경우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여성의 동의 여부와 성매매의 정당성 문제는 별개의 것이다. 여성의 동의 여부가 성매매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는 행위자의 자발성으로 노예나 장기매매가 허용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셋째, 성매매를단속하면 할수록 성폭력이 증가한다고 한다. 성매매를 없애면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인데 이는 성매매와 성폭력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성매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성을 사물로 취급하는 인식을 당연시하게 된다는데 있다. 성매매 확산은 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자꾸 왜곡시켜 성인에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성은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킨다. 
 
이런 왜곡된 인식과 상품화된 여성의 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 인간의 성이 돈보다 못한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는 성을 억압하고 강제하는 폭력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성폭력은 단순한 성욕이 아니라,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자기 절제능력의 부족이 주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성매매 확산은 성폭력을 증가시킨다. 성매매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법원은 ‘성매매는 실질적으로 단기간의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사람의 신체를 폭력적으로 지배하는 관계로 고대 노예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2009고단3339호). 성매매 피해 실태를 들여다보면 선불금과 고리사채, 성매매 여성 간 상호보증 또는 가족에 알리겠다는 협박과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인신 구속이 존재한다. 
 
특히, 세계화 현상과 더불어 성산업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요즘은 나라와 국적을 불문하며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여성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업주와 브로커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의 수익을 챙긴다. 권리와 자유의 박탈, 재산증식의 도구로서의 성매매가 고대 노예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성매매는 인간의 가치에 관한 문제이다. 단순히 여성 또는 남성의 문제를 넘는 인권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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