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

 

 

우리는 고대 로마가 국방 유지를 위해 수입한 용병에 의해 멸망했음을 익히 알고 있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일본은 G2의 경제대국으로서 호령한 반면 중국은 막 굶주림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G2로서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일본은 고령화의 여파로 쇠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야말로 인구 변동은 한 국가의 흥망성쇠와 맥을 같이 한다. 
 
저출산 정책, 넓은 범주의 인구정책으로 확대돼야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현대사만 들여다보면, 6.25전쟁 후 1950년대 초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기간에 베이비붐과 선진보건의료기술 도입에 따른 사망률 감소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높은 인구증가율이 낮은 경제성장률을 잠식하면서 경제사회 발전을 기약할 수 없게 되자, 정부는 1960년대 초부터 ‘인구증가 억제정책’을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통합하여 추진하였다. 그 성과로 인구증가율이 둔화되고 경제와 사회는 눈부신 발전을 하였다. 
 
그러나 출산율이 인구를 자연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준보다도 훨씬 낮은 초저출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또, 베이비붐 세대가 곧 노년층에 진입하고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인구가 급격하게 고령화될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은 보다 넓은 범주의 인구정책으로 확대되고 보다 더 체계적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정책은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표는 있으나, 과연 어느 시기에 어느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국력 유지를 위한 인력 확보 정책도 누구를 어느 시기에 얼마나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인구정책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해서는 미래 한국의 사회·경제에 규모와 구조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구로서 적정인구’(optimum population)를 추정할 필요가 있다. 적정인구는 그 전제가 되는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우리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유지하고, 성장이 지속되며, 성장과 복지 간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인구를 적정인구로 설정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적정인구는 2020년 4960만명, 2030년 5010만명, 2040년 5031만명, 2050년 4938만명, 2080년 4299만명으로 추정된다.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적정인구도 어느 한 시점에서 고정되기보다 계속 변화할 것이다. 
 
통계청에서 출산율, 사망률 및 국제이동률의 인구학적 요소들을 감안하여 우리나라 장래 인구를 추계한 바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44년까지 적정인구보다 많으나 이후에는 적정인구를 유지하지 못하여 인구가 부족해질 것이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42년을 기점으로 적정인구의 생산가능인구보다 적어질 것이다. 노동력 수급추계 결과, 적정인구 유지에 필요한 인력은 2030년대부터 부족하기 시작하여 점차 심화될 것이다. 
 
2045년까지 출산율 최소 1.8명 수준으로 높여야
 
적정인구를 유지하여 인구(노동력) 부족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적극적인 인구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인력 부족이 본격화되는 2030년대에 생산가능 연령층에 진입할 인구는 지금 출생한 인구이므로, 현재의 출산율 1.2명 수준을 2045년까지 적어도 1.8명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2030년까지는 인력이 부족하지 않으므로 청년층, 여성, 단기외국인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노동시장의 인력미스매치 해소에 역점을 두도록 한다. 만약 출산율이 적정인구를 유지시킬 만큼 충분히 높아지지 않는다면 2030년대부터 잠재인력(여성·고령자)을 노동시장에 적극 유인하는 정책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2040년대에 들어서도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어 인력 부족문제가 심화될 경우에는 국내의 잠재인력(여성·고령자)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외국인 인력의 유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혼, 출산, 양육 걸림돌 제거하는 획기적 노력 있어야 
 
이와 같은 인구전략에서 출산율 회복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출산율이 확실한 반등세로 전환하여 1.8명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 및 양육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획기적인 노력이 긴요하다. 
 
만혼화 경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취업준비 기간과 결혼준비 기간을 단축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현 대졸자-대기업 중심에서 고졸자까지 확대하여 고용을 안정화하기 위하여 고졸자 취업할당제를 도입하고, 학력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일-학습병행 후진학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또한 학교교육과 산업현장 요구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직무능력개발형 인턴제를 정착하는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 
결혼준비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및 소형주택 공급 확대, 주택특별공급 확대, 전세 및 주택 구입 자금 이자율 완화 등을 통해 주거부담을 경감시켜 줘야 한다.  
 
우리 사회가 출산·양육에 쾌적하고 유리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자녀를 언제든지 어디에서든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육아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며, 일과 생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문화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적 부담이 없는 자녀양육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의료, 공보육 및 공교육을 구현하고, 아동수당 도입, 조세감면 확대 등을 통해 자녀양육안전망이 공고히 구축되어야 한다. 
 
안전하고 촘촘한 질 높은 육아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공보육과 민간보육 간 역할을 재구조화하고, 시설보육과 시설외 보육 간 균형을 만들고, 근로-보육 간 연계를 강화하여야 한다. 일과 생활이 조화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급여를 현 임금의 40%에서 80% 이상으로 확대하여 현실화하고, 휴직기간 동안 인력이 원활하게 대체될 수 있도록 대체인력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전담조직을 설립하여야 한다. 이는 부모보험제도 도입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다. 
가족친화적 직장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 기업의 가족친화경영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그 의무를 준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적정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나 시혜적인 복지가 아닌 미래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로서 재정 투입이 확대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GDP 대비 가족지출 비율을 현재 1% 미만에서 3% 이상으로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만성화된 초저출산율은 적극적인 투자 없이 회복되기 어려우며, 출산율의 적정수준으로의 회복 없이는 사회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인구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OECD 국가들 중 출산율이 높아 강건한 인구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이 장기간 일관성 있게 적극적으로 투자하였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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