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1926.6.1~1962. 8.5) 사망 11년 지났을 때 가수 엘튼 존은 마릴린 먼로에게 바치는 노래를 만들었다. "내 진작 그대를 알았더라면…하지만 그 때 나는 아이였다네…"
 
그리고 더 유명한 한 구절. "그대의 촛불은 너무 일찍 타버렸지만 그대의 전설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
 
마릴린 먼로가 타계한 지 5일로 50주년이 되지만, 엘튼 존도 자기 노래의 가사가 40년 뒤에까지 진실이 돼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대중문화의 상징이자 모든 남성의 꿈의 여인인 마릴린 먼로는 사후 50년이 지난 지금도 연예계, 광고계는 물론 각종 대중문화매체들과 심지어 페이스북까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고개만 돌리면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1950년대의 '폭탄'이었던 여배우가 21세기에도 대중문화의 현상이 돼 있다.
 
웬만한 연예 잡지엔 밝은 금발 곱슬머리에 새빨갛고 촉촉한 살짝 벌린 입술, 귀엽고 당찬 표정, 몸매를 최대한 드러낸 S라인 자세의 먼로의 모습이 발견된다. 일대 유행이다. 외관상으로만 본다면 지난해 '틴 초이스' 수상자로 레드 카펫을 밟은 테일러 스위프트도, 돌체 앤 가바나의 광고 모델 스칼렛 요한슨도, 지난해 디오르의 전속모델이었던 배우 샤를리즈 테론도 먼로였다.
 
이들은 모두 '7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송풍구 위에 서 있다가 열차가 지나갈 때 바람에 날리는 치마폭을 붙잡는 먼로의 모습을 어김없이 연출, 흰색 홀터넥 드레스를 입고 나섰다.( 먼로가 입었던 그 드레스는 지난해 한 경매장에서 560만 달러에 팔렸다.)
 
현재 활동 중인 스타 중에는 마돈나가 먼로의 이미지를 가장 닮았지만, 잡지화보 등에서 먼로의 모습으로 분장했던 스타만 해도 니콜 키드먼, 린지 로한, 리한나, 미셸 윌리엄스, 비올라 데이비스 등 끝이 없다.
 
올해 6월 마릴린의 86회 생일을 기념해서 레이디 가가는 " 생일 축하해요 마릴린 - 누구도 우리의 금발과 빨간 립스틱을 뺏어가지 못할거예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마릴린 먼로에 미친 가가"란 얘길 들었다.
 
영화계에서는 미셸 윌리엄스가 마릴린 먼로의 일대기를 그린 감동적인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에서 먼로 역을 연기,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NBC의 새 TV연속극 '스매쉬'는 마릴린의 일생을 그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상으로 리메이크한데다 두 명의 여배우가 마릴린 역을 맡아 경쟁함으로써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밖에 흰 드레스의 치마자락을 붙잡고 있는 먼로의 모습을 조각가 시워드 존슨이 높이 9m 무게 1.5t 의 조각상으로 만들어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 세웠다. 2010년 마릴린 먼로의 저택과 유품들을 사들인 오센틱 브랜즈 그룹에서는 그녀의 이름과 분위기를 딴 최고급 라인의 화장품, 스파, 살롱, 스포츠웨어, 수영복, 구두와 핸드백 등을 개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무엇이 마릴린을 이처럼 사후 50년이 지난 뒤에까지 '팔리게 '하는 것일까? 그 소구력에 대해서는 그녀의 아름다움, 다양한 계층에 다양한 이유로 어필하는 인간적인 모습과 불행한 일생의 여러 사연 등 사람들마다 다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바로 그것이 인기 유지의 원인인 듯도 하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란 코믹 영화에서 그녀가 불렀던 '다이아먼드는 여자의 최고의 친구'같은 노래가 신세대에게도 어필하는 것은 지금도 20∼30대 여성들에게 그 영화에서의 핑크색 원피스와 '7년…'의 흰 홀터넥 드레스가 인기 있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엘튼 존의 노래 '바람 속의 촛불' 가사처럼 마릴린은 "그들이 그대의 머리에 속삭여 넣어준 것" "그대를 다람쥐 쳇바퀴에 넣어 돌리던 그들"을 포함한 할리우드의 비정한 메커니즘 속에서 희생된 순진무구한 철부지 미인이기도 했다.
 
1926년 노마 진 모텐슨으로 태어난 마릴린은 어린 시절 양부모들 집을 전전하며 자랐고 너무 일찍 성적 학대와 불안정한 생활에 내몰렸던 희생자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관점의 마릴린 전기와 그에 맞서서 마릴린을 할리우드와 영화계를 지배한 강렬하고 '건설적인' 능력자로 다루는 관점의 전기류까지 출간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로이스 배너(남가주대 교수) 같은 전기 작가는 최근 강의를 통해서 "마릴린 먼로가 고졸 학력이지만 대단히 지적인 인물이었고 능력있는 여성이었다"고 말하고 그녀가 지금도 어필하는 이유로 젊은 나이에 죽은 것, 20세기 전체를 통해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고 배포된 여성이라는 점,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이용해서 큰 돈을 벌었다는 점의 세 가지를 들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페이스북에는 마릴린의 팬들이 300만 명 이상 올라와 있으며 그중 70%는 24세 이하 청소년들이다. 또한 트위터의 팔로어는 5만3000명에 달한다. 역사상 최고의 모델, 가장 섹시한 스타, 가장 동정이 가는 여성으로 그녀는 사후 50년인 2012년의 첨단 통신망과 인터넷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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