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판도 바꾸려는 이통2·3위 생존전략...‘적과의 동침’ 언제까지

[우먼컨슈머 노영조 기자] 4차 산업혁명 열차에 올라탄 국내 통신업계가 새삼 기원전 중국 전국시대 합종연횡책을 끌어다 경영전략으로 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칠웅 중 세력이 약한 여섯 제후국이 뭉쳐 강대국 진나라에 대항한다는 합종책이 진가를 발휘하는 분위기다.

이통업계 2,3위인 KT와 LG유플러스가 부동의 1위 SK텔레콤에 대항하기 위해 비즈니스 제휴를 맺어 공동전선을 펴는 것이다. 2015년 말부터다.

그전만해도 LG유플러스와 KT는 앙숙관계였다. '만년 3위‘인 LG유플러스로서는 SKT가 넘볼 수 없는 벽이기에 KT를 고객 빼 오기 등에서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다소 만만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SKT가 2015년 말 매물시장에 나온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인수합병 신청을 내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그렇지않아도 막강한 SKT가 가입자 500여만명을 가진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면 이통시장은 물론 유선방송도 장악해 통신-방송 공룡이 된다며 KT와 LG유플러스가 손잡고 반대에 나섰다. 작년 6월 결국 합병은 무산됐다.

80년대 선경의 유공 인수에서 시작해 인수합병으로 커온 SK그룹으로서는 뼈아픈 첫 패배였다. 그만큼 '적과의 동침‘인 양사의 협력은 효과가 컸다. 당시 KT 황창규 회장과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이 찰떡 공조를 한 결과다.

상용화를 눈앞에 둔 자율주행차 기술의 핵심인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서도 양사는 손을 잡았다.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다.

KT와 LG유플러스는 20일 양사의 내비게이션을 통합해 ‘원내비(ONE NAVI)’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실시간 교통정보 공유협력을 맺은 데 이어 각자 보유중인 목적지 데이터, 누적 교통정보 등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 공유하는 단계까지 갔다. 아예 브랜드를 통합한 것이다.

KT와 SKT 모두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KT와 LG유플러스 내비 앱의 월 이용자는 각각 300만명, 100만명으로 합치면 카카오내비의 이용자 수와 비슷하다.

SK텔레콤도 이날 무료 개방 1주년을 맞은 자사 T맵의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통신사들의 내비게이션 앱 경쟁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 고객 확보를 위한 서비스 및 시장 점유율 향상을 위한 경쟁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기술 개발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 짙어졌다.

자율주행은 지리정보와 교통정보 등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비하는데 내비게이션은 사용자의 수가 많을수록 생성되는 정보가 많고 정확도도 높아진다. 자율주행을 위한 핵심정보인 지리정보는 물론, 사용자의 운전패턴과 운행하는 동안의 맛집 정보까지 다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간 비즈니스 제휴는 이번이 7번째다.

LG유플러스는 3월 KT의 음악 스트리밍 자회사 지니뮤직에 260억원을 투자하며 KT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주소록 검색창에 상호명을 입력하면 전화번호, 주소, 영업시간 등을 안내하는 '번호안내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다. 또 KT 후후앤컴퍼니가 LG유플러스 전용 스팸차단 서비스 '후후-유플러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SKT를 견제하기위한 KT-LG유플러스의 2인3각 경주가 언제까지 계속될까에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