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영업 농촌진흥청 전작과장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국내 농업생산 통계에 의하면 옥수수의 국내 생산액은 500억 원 남짓 되는 수준이고 작목별 생산액 순위도 대략 50위권인 것으로 되어있다.
 
옥수수의 국내 자급률 또한 1% 수준으로 국내 생산 농산물로서의 중요성이 그리 높지 않은 작물인 것처럼 되어 있다. 
 
옥수수와 관련된 농업기술 개발업무에 종사하면서 생산현장과 피부를 맞대고 살아가는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써 위와 같은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작물별로 생산규모에 따라서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잘못된 통계라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옥수수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6억톤 이상 생산되는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이고 그 용도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사료용으로 이용되거나 식용유, 당류 등 식품소재 등 가공용으로 소비된다. 옥수수 종실의 국내 생산량이 미미하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나라 농업에서 옥수수의 비중이 아주 낮은 것으로 여기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인식이다. 
 
우리나라는 옥수수를 매년 2만 6000ha 내외 재배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2010년의 경우 용도별로 사료용 옥수수는 1만 1000ha, 식용옥수수는 1만 5000ha 정도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의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옥수수 총생산액을 얼핏 계산해 보면 적어도 3000억원 정도 될 것이다. 
 
가축사료로 품질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사일리지용 옥수수는 ha당 생체 수확량이 평균 60~70톤 수준이다. 그리고 최근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사일리지 옥수수 수입가격은 톤당 16만원 정도이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사료용 옥수수의 총생산액은 매년 약 1100억원 정도 된다. 
 
또한 식용 옥수수의 생산액도 이에 못지않다. 식용옥수수로는 대부분 풋옥수수를 이용하는데, 찰옥수수는 전국적으로 생산되며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단옥수수를 생산한다. 최근 몇 년간의 풋옥수수 농가 판매 및 수취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 볼 때, 찰옥수수의 ha당 생산액은 1200만원 수준이다. 국가전체 생산으로 보면 식용옥수수의 총생산액은 18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생산액이 1조원이 넘는 작목은 쌀을 비롯하여 양돈, 한우 등 일부 축산분야를 제외하고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옥수수의 연간 생산액이 3000억원 정도라면 그 규모가 적지 않은 작목이며 생산액 순위도 상당히 앞설 것이다. 
 
옥수수는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농산물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품목이기도 하다. 최근 10년간 매년 800만 톤 내외 옥수수 곡물을 수입하고 있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조 10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여기에 국내에서 재배하는 옥수수의 생산액 3000억 원을 더하면 총 규모는 매년 1조 4000억 원 수준이 된다. 생산액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옥수수 자급률은 20%가 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옥수수는 우리나라에서 비중 있는 작물임이 확실하고 정책적으로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농업 생산 분야인 것이다. 
 
따라서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옥수수의 생산액을 공식적으로 조사하고 평가하기 위한 대상작목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이며 체계적으로 통계를 수치화 할 수 있는 분석지표를 개발하는 일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사일리지용 옥수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자가 소비 되기 때문에 생산액으로 환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용 풋옥수수는 시장에서 거래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액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엄청난 양이 매년 생산되고 있으며 농업소득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옥수수의 생산액이 제대로 평가됨으로써 우리 농업 총생산액에 추가된다면 결국 우리나라 농업생산액의 규모도 증가될 것이고 그 비중 또한 다르게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옥수수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며, 이 분야에 대한 정책적 검토와 전략도 달라지 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비록 작은 부분이더라도 개선해야 할 점들을 찾아 보완하고 발전 시켜 우리 농산업이 제대로 평가 받음으로써 국민이 제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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