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길주 고용부 전주지청 산재예방지도과장

 

 

#1 지난 5월 27일 충남 태안에서 지하 생강 굴에 고구마를 꺼내려고 들어갔던 70대 주민이 생강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에 질식돼 쓰러졌다. 사고 소식을 들은 아들과 이웃주민이 아무런 장비가 없이 구조에 나섰다가 이웃주민과 아버지가 사망하고 아들은 병원치료를 받았다. 
 
#2 몇 해 전 대전시 중구 문화동 한 아파트 정화조에서 감속기 수리작업을 하던 청소용역업체 인부가 질식재해로 쓰러졌다. 밖에서 지켜보던 동료근로자가 이들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예를 든 2건의 사고는 모두 산소결핍에 의한 질식사고다. 또한 이들 사고는아무런 구조장비 없이 무리하게 구조에 나섰다가 2차 사고를 당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올라가면서 여름철의 대표적인 안전사고인 산소결핍에 의한 질식사고가 발생되면서 안전사고 경보가 발령됐다. 
 
질식재해는 여름철에 지하공간이나 밀폐공간에서 유해가스나 미생물 등의 번식으로 산소가 결핍되면서 발생하는 사고이다. 여름철에는 온도가 상승하고 잦은 호우로 인해 지하공간에 빗물의 유입이 늘면서 물질의 산화작용과 미생물의 번식이 활발해진다. 이로인해 상·하수도 맨홀이나 아파트 오·폐수 처리장, 식품 저장탱크 등 밀폐공간에서 산소결핍과 유해가스 발생으로 인한 질식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생활을 하면서 쾌적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어야 한다. 인간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공기중의 산소농도는 21%다. 산소농도가 18%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호흡곤란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산소가 16%이하로 저하된 공기를 마시면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10% 이하가 되면 의식상실, 경련, 혈압강하 등의 현상과 함께 맥박수가 감소하게 되어 수 분내에 질식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다. 여름철 지하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이 작업공간의 산소농도가 낮아져 발생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밀폐공간 질식사고 위험이 높은 여름철을 맞아 6~8월을 질식사고 예방기간으로 정하고 경보를 발령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일터에서 질식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171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전체 사망자의 43%인 73명이 급격한 기온 상승과 집중호우가 동반되는 6~8월에 사고를 당했다. 질식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장소로는 맨홀과 오폐수처리시설이 절반에 가까운 48%를 차지했다. 6~8월 사이에 맨홀과 오폐수처리시설에서 작업을 할 경우 질식사고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질식사망자 144명 가운데 사고를 당한 동료나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사고현장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사람이 27명이나 되었다는 사실이다. 전북지역은 900여 개의 가스취급 사업장과 오폐수처리장, 도금사업장, 맨홀작업장 등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여름철 질식재해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과 노사의 관심이 요구된다. 
 
매년 여름철이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질식재해는 사전에 정해진 안전수칙만 지키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밀폐공간 등 산소결핍 우려가 있는 작업장에서 작업을 할 경우에는 작업 전과 작업 중에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측정결과에 따라 환기를 실시하거나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는 등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한 후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유해가스 등이 계속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작업 중에도 지속적으로 환기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동료작업자가 질식해 쓰러질 경우 호흡용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구조에 나서야 한다. 호흡용 보호구가 없을 경우 소방서 등 전문기관에 신속하게 구조요청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맨홀이나 하수관 등의 공사를 담당하는 업체에 대해 공사 착공 전에 철저한 안전교육은 물론 안전설비를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밀폐공간작업 대상 사업장에 대해 산소 및 유해가스 측정장비와 환기팬, 공기호흡기, 송기마스크 등의 장비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다. 또한 산소결핍 및 유해가스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작업안전수칙, 사용해야 할 보호구 및 장비, 구조방법 및 응급처치 요령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밀폐공간 안전작업 프로그램’의 제공과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환경변화로 인해 전북지역의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위 날씨에 일을 하는 근로자들의 안전사고와 건강이 염려가 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생강굴 질식사고가 발생했던 태안군의 인접지역인 서산시에서는 매년 2∼3명씩 발생하는 생강 저장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토론회를 통해 ‘공기 주입식 비닐튜브 설치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두 번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다음에는 소가 아닌 고귀한 생명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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