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30분이면 엄마 품에 안겨 민정이가 어김없이 맨 처음 들어온다. 아침마다 만 1세부터 만 5세까지 87명의 꽃들이 우리 어린이 집에 모인다. 어린이집은 매일 아침 홑벌이 가정, 맞벌이 가정, 한 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장애통합 아동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어우러지는 꽃밭이 된다.

아이들은 놀이로 하루를 보낸다. 블록을 와르르 붓기도 하고, 엄마 아빠 놀이도 하고, 악기 놀이, 미술 놀이까지 하루 종일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어울린다.

놀다 보면 어느새 먼지가 풀풀 날리고, 때로는 다양한 놀잇감이 아이들 입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선생님들은 교실은 청결한지, 아이들이 입으로 물고 빠는 놀잇감은 안전한지 항상 걱정스럽다. 아이들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15년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들이 안전한 보육환경을 최우선으로 요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좋지 못한 먹거리와 실내 환경 때문에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아 걱정이다.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도 30% 정도가 건강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시에서는 보통 하루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낸다. 어린이집 아이들도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지낸다. 그렇기 때문에 실내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실내 공기 질에 대한 걱정스러운 언론보도를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환경오염에 민감한 계층인 어린이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운 좋게도 우리 어린이집은 환경부 지원으로 실내공기 정화시스템을 설치했다. 그 이후 교사들도 교실에서 상쾌함을 느끼고, 아이들이 달고 살던 아토피, 비염 등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사실이 부모님들에게 알려지자, 더욱 안심하고 아이를 맡긴다는 말씀도 많이 하신다. 우리 어린이 집의 ‘행운’이 보다 많은 어린이 집의 ‘행복’으로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해 말 환경부의 2012년도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바 있었다. 이 자리에서 어린이 집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현장의 걱정거리, 정부에 기대하는 바 등을 가감 없이 말씀드렸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때 그런 용기가 어떻게 나왔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자신 있게 건의할 수 있었다.

당시 환경부는 대통령께 어린이 환경유해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제일 먼저 보고했다. 어린이에게 유해한 용품은 판매를 금지하고 회수하겠다고 했다. 보육시설의 환경관리와 개선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하고, ‘좋은 실내환경 인증제’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보고했다. 아토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예방교실의 확대방안도 발표했다.

무엇보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부모의 심정’으로 어린이 건강을 챙기겠다고 보고 드리는 것을 듣고, 매일 매일을 꽃 같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저로서는 가슴이 찡했다. 업무보고가 끝나고, 정부에서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고 어린이 건강을 위해 노력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든든했다. 이후 유장관이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하여 정책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등 어린이 보건환경에 대한 관심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어린이 집을 운영하다보면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보육교사 처우관리, 친환경 먹거리, 특수보육 등에 집중하다보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데 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유해물질까지 살피고 관리할 전문성은 더더군다나 없다. 이것이 바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역이다. 환경정책이 깨끗한 생활환경을 만들어 국민을 보다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면, 첫 번째 수혜자는 우리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어린이 보건환경 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되어 한시라도 빨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노는 건강하고 좋은 환경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2012.07.17 허현주 인천 청천1동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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