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 부는 봄바람 따라 대구 여행

[우먼컨슈머]

우먼컨슈머는 여행&문화전문 월간지 road와 제휴협력을 통해 여행관련 콘텐츠를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야시장 시리즈를 게재한다.

[게재순서]

① 국내 상설 야시장 1호 [부산 부평깡통야시장]
② 맛깔스런 여행의 완성 [전주 한옥마을 남부시장]
③ 104년 시간 위에 펼쳐지는 밤 풍경 [광주 1913송정역시장]
④ 솔솔 부는 봄바람 따라 대구 여행 [도깨비야시장과 서문시장]

대구 교동 도깨비야시장은 규모는 다소 작아도 대구역과 가까운데다 젊고 활기찬 동성로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교동귀금속거리, 야시골목, 구제골목, 통신골목 등 동성로의 명물 골목 구경과 야시장 탐험을 엮으면 재미난 하루 코스가 된다.
해가 지기 전인 오후 6시 무렵, 야시장에 가족과 연인, 친구, 직장 동료 등 손님이 삼삼오오 찾아들기 시작한다. 몇몇 인기 있는 점포는 음식이 준비되기도 전에 줄이 이어진다. 저마다 독특하고 기발한 레시피로 손님을 불러 모으는데, 이곳에선 웬만한 산해진미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오동통한 새우와 팽이버섯을 삼겹살에 돌돌 말아 구운 버섯새우말이, 토치를 이용한 직화구이 불막창, 무즙을 사용해 만든 무떡볶이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한 메뉴가 없다. 점포 사이에 간이 테이블이 마련되어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다.
교동 도깨비야시장은 토요일에 찾으면 두 배 더 즐겁다. 프리마켓이 함께 열리기 때문에 야시장과 더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 골목을 벗어나 대구역 맞은편 대우빌딩 앞부터 옛 한일극장 횡단보도 구간 사이 넓은 공간에서 열리는 프리 마켓은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운영되고, 야시장은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영업을 한다.

대구에는 매일 밤 열리는 야시장이 하나 더 있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문시장 야시장이다. 작년 말 화재 이후 임시 휴장하던 서문시장 야시장이 다시 열리며 전국의 여행자를 유혹한다. 서문시장 안 350m 정도 이어진 주 통로에 밤이면 음식과 잡화, 소품 등을 판매하는 노란색 점포 80여 개가 불을 밝힌다.
서문시장 야시장에선 입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거리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 작은 콘서트와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무대가 아니라도 곳곳에서 버스킹이나 자유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 때때로 벌어지는 경품 행사와 건물 벽면에 펼쳐지는 미디어파사드가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서문시장이 파한 뒤 오후 7시부터 11시 30분(금·토요일 자정)까지 열린다. 찾아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서문시장역 3번 출구에서 1분가량 직진하면 야시장 입구에 닿는다. 연중무휴로 장이 서지만 평일에도 북적이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발 디딜 틈이 없으니, 가급적이면 평일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여행자라면 야시장이 열리기 전 근대문화골목 투어에 나서보자. 중구 일대를 둘러보는 골목투어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1.64km로 다소 짧은 거리지만, 그 길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근대건축물과 역사 흔적을 찬찬히 보며 시간 여행을 하는 동안 대구라는 도시가 새롭게 다가온다.

동산청라언덕에서 선교사 주택 세 곳을 관람하고 3·1만세운동길을 내려오면 바로 계산성당이다. 100년이 넘은 고딕 건물은 여전히 고풍스럽고 굳건해 감탄스럽다. 미사가 없을 때는 내부 관람도 가능한데, 특히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성당 뒤편에는 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서상돈 선생의 고택이 나란히 있다. 이곳에 서면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가 오롯이 되살아난다. 이상화고택 앞에 한복과 근대 의상을 대여해주는 한복 체험관도 있다.

대구약령시는 조선 시대부터 전국 3대 한약재 전문 시장이 운영된 곳이다. 지금도 이곳에 한약방과 한의원이 밀집하고, 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세워졌다. 우리나라 한의약의 역사와 한약재에 쓰이는 약초가 이해하기 쉽게 전시된다. 박물관 관람 후엔 한약재를 이용한 족욕을 즐겨보자. 맞은편 건물 지하에 꾸며진 ‘청춘살롱’은 약차를 마시며 여행 중 지친 걸음을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기념 촬영하는 여행자들.

 



박물관에서 나와 진골목을 지나 화교협회에 도착하면 근대문화골목 투어가 마무리된다. 여기에 대구근대역사관을 추가하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르네상스 양식 건물에 대구의 근현대사가 온전히 담겼다. 대구근대역사관은 근대문화골목 마지막 코스인 화교협회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그려진 벽화.

 


시간이 넉넉하면 김광석다시그리기길도 들러보길 추천한다.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김광석을 테마로 조성된 벽화 거리로 그림과 조형물, 공연장 등이 알차게 꾸며졌다. 2010년 첫선을 보인 뒤 지속적으로 벽화를 보수하고 거리를 확장하고 있으며, 주변에 카페와 음식점, 소품 숍 등 먹거리와 볼거리도 많아 주말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코스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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