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생산 양식 플랫폼

[우먼컨슈머 장은재 기자] 

■ 플랫폼 경제의 도래
 
플랫폼(platform) 이란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활동을 위해 반복적·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토대’를 말한다. 제품, 부품, 서비스, 기술, 자산, 인프라, 노하우 등 무엇이든, 이를 토대로 경제 활동 이나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면 모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생산 양식이다.

과거 자동차 산업에서 제너럴 모터스 (General Motors, GM) 를 시작으로 등장하여 제조업에 일반화된 플랫폼이 이제는 대부분의 산업에 확산되어 경제, 사회 변화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급격히 성장하여 글로벌 상위 기업이 되었으며, 국가나 지역 차원에서는 혁신의 원천이 다원화되는 한편 산업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며 네트워크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컴퓨팅을 통한 스마트한 기능이 모든 대상에 연결될 수 있게 되면서, 다수의 기업이 협력하며 다양한 효용을 이용자 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에 원인이 있다. 네트워크에서 참여자 개체 (node) 와 참여자 간 연결 (link) 의 수가 증가할수록 이를 매개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제품과 연계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제품 경쟁력의 주요한 요소가 되는 것처럼 시장 경쟁은 플랫폼 간 경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플랫폼을 매개로 생산자와 연결되어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프로슈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플랫폼은 생산 활동에 필요한 거래 비용을 크게 줄여줌으로써 개인도 쉽게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을 수 있는 것처럼, 플랫폼은 개인이 생산 활동을 수행하는 공통분모를 제공해 준다.

개인이 이러한 공통 요소를 활용하면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 출처-‘10년 후 미래전략 보고서-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산과 소비’

 


플랫폼은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구심점이 되기도 한다. 초연결의 시대에는 다양한 자원을 가진 외부 기업과 협력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산업 생태계는 일반적 으로, 플랫폼을 설계하여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 이를 활용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 및 개인, 그러한 제품과 서비 스를 구입해 이용하는 소비자로 구성된다.

이미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표적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여러 기업과 개인들이 모여들어 상품과 콘텐츠를 생산, 유통, 소비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대표적 기업 에어비앤비는 숙소 제공자와 여행 객을 연결하고, 우버는 차량 제공자와 승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제공하고 있다.
 
■ 플랫폼 경제의 숙제
 
그러나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에 의한 승자독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인기 높은 플랫폼일수록 더욱 인기를 얻고, 인기 낮은 플랫폼은 더욱 인기를 잃는 피드백 현상 (양의 되먹임, positive feedback)이 일어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예를 들면, 고객들이 있는 곳에 좋은 판매자들이 모여들고, 모여든 좋은 판매자들로 인하여 다시 더 많은 고객과 판매자를 끌어모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참여자들이 특정 플랫폼에 수렴하는 현상으로 인해 소수의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능정보사회에서 플랫폼 중심의 산업 재편을 산업 주도권의 위기로 인식하는 시각 (platform anxiety) 이 있다. 즉, 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독과점하는 구도로 글로벌 산업의 주도권이 재편된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미국의 한 싱크탱크가 세계에서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 가치를 조사한 결과 이의 70% 이상을 미국 기업 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플랫폼 경제에서 기업이 플랫폼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시장 지배적 기업에 깊이 의존하게 된다. 생산과 소비의 혁명 시대에 현명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플랫폼 경제에 대한 거시적 비전을 수립하는 동시에 구체적 전략을 수립하여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새로운 플랫폼 경제에서의 능동적 역할 전환 필요
 
최근 우리 기업들도 플랫폼 전략에 관심을 갖고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은 해외의 플랫폼 기업 인수, 플랫폼 사업 개시, 글로벌 컨소시엄 참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CT 기업들도 네이버 라인, 카카오톡 등 메신저 플랫폼으로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고, 웹툰 등콘텐츠 플랫폼도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도전은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두되고 있는 기술들에 있어서 선도적 위치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즉, 가상현실 분야의 오큘러스나 인공지능 분야의 구글, 아마존 같은 선도 기업에 비하여 기술력이 부족한 형편이다.다가오는 플랫폼 경제라는 무대에서 우리 기업들이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참여자나 이용자에서 플랫폼 설계자로 역할을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플랫폼 생태계 육성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고, 한국어 문화권이 협소한 것과 같은 제약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플랫폼 생태계의 성패는 여러 변수들의 영향을 받아 왕도가 있을 수는 없으므로, 슬기로운 방안을 찾아 내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플랫폼 생태계에서 입지를 넓혀 가기 위해 다음의 방안들을 고려할 수 있다.첫째,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여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 하면 고객은 외면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경쟁사의 상품을 모방하여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내놓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플랫폼 경제에서 유효하지 않다.

경쟁사가 내놓는 알파고, 포켓몬 고 같은 새로운 상품이 관심을 끈다고 해서 전략을 수시로 바꾼다면 플랫폼 생태계를 주도할 수 없다.

이제 승부처는 빠르게 가는 능력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안목과 통찰로 옮겨가고 있다.

둘째, 플랫폼을 구축하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무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플랫폼 생태계에서는 자신의 힘을 과신해서는 안되고, 더 많은 우군을 모아 그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영어라는 언어적 우위와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문화적 우위를 보유한 미국, 방대한 인구와 자원을 가진 중국의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하며 차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슷한 전략적 상황에 처한 다른 국가의 기업들과 폭넓게 제휴하여 플랫폼을 활성화시킬수 있는 최소한의 임계질량(critical mass)를 달성해야 한다.
 
셋째, 기술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플랫폼은 플랫폼 참여자 들을 위한 솔루션이자 규칙이다. 성공적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솔루션을 발굴하는 안목, 비즈니스를 꾸준히 이끌어가는 추진력, 정교한 규칙 설계, 참여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 다. 우리나라에서는 플랫폼을 기술적 요소 위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공은, 기술적 우위보다 검색 기능과 가격 구조를 통해 제공자와 이용자의 연결을 촉진하고 리뷰 시스템을 통해 참여자들의 행동을 적절히 규제한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특히, 우버는 이용자의 수요에 따라 요금을 탄력적으로 부과하는 서지 프라이싱 (surge pricing) 체계를 통해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이루어지도록 이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으로 기존의 성공한 플랫폼에 참여하는 투트랙 (two-track) 전략도 구사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생태계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 목적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추격자 에서 선도자로 역할 변화를 시도하는 이 시점의 한국 기업에게, 플랫폼 구축이냐 참여냐의 선택은 사업 전략 수립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항목이 되었다. 과거에는 운영체제, 앱마켓, 클라우 드, 인공지능처럼 산업을 주도하는 플랫폼은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 지만, 향후 지능정보사회에서는 역량, 규모, 자원 등을 고려하여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기업도 모든 영역에서 플랫폼을 구축할 수는 없는 것이며, 누구나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있는 것도 아니다.

플랫폼을 확보하여 성과를 낼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기존 플랫폼에 참여하는 전략이 현실적일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에서 주도적 지위를 확보한 기존 플랫폼이 있는 경우, 우선은 이에 올라탄 후 협상력 확보나 기술 학습을 위해 자체 플랫폼에 병행하여 투자하는 전략(make and buy) 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 생산·소비의 변화 흐름에 맞는 새로운 혁신 방식 필요
 
미래에는 생산과 소비가 다양해지며, 개인 맞춤형 생산이 확산되고, 소비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며, 생산 혁신도 가속화될 것이 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공학, 3D 프린팅,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지능정보기술들은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다른 기술, 산업, 사회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생산과 소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 개발과 혁신의 방식 또한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해야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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