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이른바 '반값TV' 돌풍이 40인치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작은방 TV'에서 '거실 TV'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옥션이 지난 17일 내놓은 42인치 LCD TV(49만9000원) 300대가 1분 만에 모두 팔리면서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대기업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40인치 이상 프리미엄TV의 경우 저가형 TV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옥션 측은 "40인치 이상 대형사이즈에서도 중저가TV가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신뢰를 주는 AS정책이 있다면 중소기업의 제품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실속파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경쟁 업체들은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다. 동종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치를 조작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24인치에서 시작된 유통업계의 저가TV 경쟁은 27인치와 32인치로 점차 사이즈를 키우며 경쟁범위를 넓혀왔다. 하지만 40인치 이상 시장의 경우 저가 TV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시장 진출을 망설여왔다. 
 
32인치 TV는 '세컨(second) TV' 의미가 강하지만 42인치 TV는 거실용 '메인(main) TV'로 대기업 브랜드의 고성능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실제 홈플러스와 11번가의 경우 40인치 이상 시장진출은 당분간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마트도 올 1월을 목표로 대만 TPA사와 진행하던 42인치 출시 협의도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42인치 TV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음을 확인한 만큼 유통업체들의 전략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가형 TV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인터파크는 40인치 이상 제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저가형TV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최근 저가형 TV의 흥행 원인은 대기업 제품과의 가격차이와 사후서비스(AS) 정책 강화, 유통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삼성과 LG 등 대기업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아, 그동안 국내 평판 TV(LCD, PDP)시장은 국내 대기업 위주(2010년 말 기준 삼성전자 49.8%, LG전자 49.6%)로 과점화 돼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대기업 TV 가격은 미국·유럽·중국 등지보다 30~100만원 가량 비싼 편이다. 지난 12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가격 담합사실이 적발돼 출고가 거품과 유통마진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낮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잦은 고장 등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컸지만 점차 품질이 향상된 데다 유통업체와 손잡고 AS를 강화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유통업체들이 '반값TV', '통큰TV', '쇼킹TV' 등의 마케팅도 흥행에 한 몫 했다. 
 
강윤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제품의 국내 유통마진이 높은 편인데 비해 중소기업 제품의 가격매력이 부각됐고, 유통업체들이 눈길을 끌만한 이름을 붙이는 능력도 이슈화에 도움이 됐다"며 "저가 TV의 인기가 40인치 이상 대형TV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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