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종호 중소기업청장

 

 

지난 주말에는 가족들과 ‘대한민국 동네빵집 페스티벌’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동네빵집 주인들의 맛 자랑이 있었고 프랑스와 일본에서 온 제과 명장들과 비법을 교류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쪽에서는 제과제빵학과 학생들도 서툴지만 학교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고, 유치원생들도 직접 쿠키를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었다. 달콤한 버터 향과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코엑스 전시장을 가득 채웠고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해 모처럼 코와 입 그리고 눈이 즐거운 나들이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수없이 많은 물음과 반문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전시회가 열리는 3일 동안은 가게 문을 닫았을 터인데 무엇이 그들을 이곳 전시장으로 불러냈고 또 그들은 무엇을 우리에게 말하려고 한 것일까. 최근 대기업의 가맹점인 프랜차이즈형 빵가게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많은 동네빵집(개인점포)들이 설자리를 잃고 지난 4년간 전체 개인점포의 36%인 29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그 사이에 대기업 가맹점은 1800여 곳이 생겨나서 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두는 곳은 개인점포인 동네빵집이다. 이들은 프랜차이즈형 가맹점과는 달리 나름대로의 제빵 기술을 가지고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온 분들이다. 최근 대형화·정보화로 대표되는 시대의 변화로 인해 빵집뿐만 아니라 이발소, 세탁소, 서점, 만화방, 비디오 대여점 등 많은 가게가 설 자리를 잃었으며 일부 업종은 그 흔적을 찾기도 힘들다. 이러한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가장 취약한 영세 자영업의 영역에서 그것도 가장 빠르게, 전방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하루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날 보니 세상이 바뀌어 버렸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과제빵 분야만 보면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에서도 경쟁력 있는 동네빵집은 장인의 맛으로 수십 년의 전통을 지키며 당당히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라고 해서 대형화와 정보화의 물결이 없었겠는가. 
 
결국 문제의 해결책은 우리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얼마 전 재벌가 2·3세의 제빵사업 진출이 너무한 것 아니냐는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사업 철수가 이어졌다. 불과 3개월 전의 일이다. 이제 남은 일은 우리 중소 제빵업계의 몫이다. 이번 동네빵집 페스티벌에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장님들의 자부심, 아이디어가 넘치는 신제품, 부단한 노력으로 기술을 완성하려는 장인정신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착한 빵집’ 운동을 다짐했다. 이는 좋은 재료와 직접 만든 빵을 정직하게 팔겠다는 것이었다. 사장님들의 결의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 운동이 확산될수록 빵 맛에 그 냄새에 소비자들도 발걸음을 할 것이다. 
 
어떤 TV 연속극에는 ‘장수 단팥빵집’을 운영하는 가정사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장수의 비결은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사장이 직접 국산 팥을 가마솥에 삶아 알맹이가 씹히는 맛을 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착한 빵집을 만들겠다는 동네빵집 사장님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근 대구 서구지역의 동네빵집 6곳이 공동으로 ‘서구(西區) 맛빵’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매출이 20%나 증가했고 원재료를 공동으로 구입한 결과 원가도 5%가량 절감했다고 한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도 이러한 착한 빵집들의 노력에 힘을 보탤 것이다. 대학과 협력해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하거나, 전문가를 활용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현대식 점포로 바꾸는 것도 지원할 계획이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동네에도 유럽이나 일본의 동네빵집 모습처럼 수십 년을 이어오는 장수 가게에서 아침에 갓 구운 빵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는 풍경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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