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당시50일 영아와 54세 성인"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가습기살균제 최초 사망자는 1995년 생후 50일된 영아와 54세 성인으로 확인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생후 50일된 아기를 잃은 부부가 함께했다.

이장수(62세), 허정자(50세)씨는 1995년 11월 23일 생후 50일된 딸을 잃었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허정자씨는 “1993년부터 가습기를 사용했고,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건 1995년”이라면서, “아기가 태어나서 얼마 안 돼 감기가 걸렸다. 병원에 갔는데 계속 다녀도 차도가 없었다. 반지하 집이 건조했다. 어느 광고인지 모르겠는데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면 나쁜 균들이 죽는다고 해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장수씨는  “가습기는 1993년부터 사용했고 가습기살균제는, 사망한 아이가 1995년 10월 5일생인데 그때부터 사용했다”면서, “아이 코가 누렇게 나와서 동네 소아과를 계속 다녔다. 서울역 소아아동병원에 입원한지 하루만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당시 생후 50일에 사망한 이의영 영아는 1남 2녀 중 둘째다.

첫째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허정자씨는 “첫째와 방을 따로 썼다. 저는 들락날락했지만 아기는 무방비로 (가습기살균제를 맡고)있었다”고 전했다. 

영아를 잃은 이 부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양호’한 상태로 출생했고, 사망진단서도 있지만 병원기록은 시간이 지나 병원에서 발급받을 수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살균제로 사망했다는 의학적인 증거가 없는 셈이 된다.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미판정, 불판정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오래전 병원기록이 폐기된 상태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있고, 이번에 제정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에는 소급적용을 20년으로 제한해놓고 있다. 법이 2017년 8월부터 시행예정인데 그때부터 20년이다. 1997년 8월 이후가 되는데 1995, 1996년, 1997년 8월 이전까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가 피해를 입거나 사망한 피해자는 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제품은 1994년부터 나왔다. 제품 판매 이후부터 소급적용을 해야 하는데 국회에서 20년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라는 문제점이 개선돼야한다”고 했다.

이번 가습기살균제 첫 사망자와 관련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유공이 처음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것이 1994년이다. 피해자 중 첫 사망은 1995년 8월과 11월이라는 것을 정부에 신고된 것을 보고 파악하게 됐다”며, “제품 출시되고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 성인과 영아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최예용 소장은 “정부는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 폐 섬유화를 중심으로 한 일부 피해를 인정했는데 확인된 바로는 가습기살균제는 몸으로 들어와 전신에 퍼진다. 전신독성을 일으키고 다양한 형태의 질환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확인된 폐질환도 다양한 형태며, 사망자도 영유아, 산모, 노인에게 집중되고 있다”면서, “쟁점 부분인 ‘비특이적질환’, 가습기살균제 말고도 다른 발병원인이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피해로 인정되지 않았던 질환도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중 상당수는 폐암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용 소장은 “피해자들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2월 28일까지 5,473명이 신고를 했고 그 중 1,143명이 사망했다. 생존자는 4,330명이며, 정부가 판정한 사람은 883명뿐”이라고 말했다.

이장수, 허정자 씨도 지난해 8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신고했다.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약 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신고자는 10%도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 <사진 김아름내>

 

최 소장에 따르면 1994년, SK케미컬 당시 유공은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서 2001년까지 팔았다. 2002년 SK 제조원, 애경이 판매원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SK케미컬은 2011년까지 모든 제품의 90% 이상을 원료로 공급했다. 1995년~2000년 옥시 가습기당번이, 2001년~ 2011년까지 옥시레킷벤키저 뉴가습기당번, 1997년~2003년 LG생활건강이 119가습기세균제거, 2003년 롯데마트PB상품 등 많은 종류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제품에는 CMIT/MIT, DDAC, PGH, PHMG 등의 물질이 포함돼 있었다.

최예용 소장은 “초동수사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24개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며, “19개 제품 중 판매량 조사가 어려운 2개 제품을 제외한 17개 제품은 18년간 모두 7,191,804개가 판매됐다. 2005년 94만개로 가장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 <사진 김아름내>

 

그는 “2017년 8월 31일은 가습기살균제 7주기가 되는 날이다. 대규모역학조사와 검찰재주사가 필요하다”면서, “국가차원에서 추모행사와 대통령이 국가책임을 사과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1년 초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응급실에 산모 7명과 성인남성 1명이 원인미상의 호흡곤란으로 실려왔다. 이들 모두 비슷한 증상을 보였고 상태가 나빠진 4명이 사망했으며 3명은 폐이식 수술로 살아났다. 폐를 이식한 산모 1명은 후에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병원 측이 질병관리본부(KCDC)에 신고해 역학조사가 진행됐고 2011년 8월 31일 정부는 산모사망의 원인을 가습기살균제로 추정한다고 발표 후 사회에 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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