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혁신과 인간중심의 생산 시스템 혁신

[우먼컨슈머 장은재 기자] 
 
불안정한 근로자의 사회보장 강화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제도적 논의의 대상이 전통적 노동 형태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놓칠 수도 있다.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복지제도가 발달된 유럽 국가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보장제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불안정한 근로자의 보호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 유럽 각국에서 논의되거나 운영되고 있는 제도적 노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구직자 최저소득급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직업 훈련 혜택과 실업수당을 함께 받는 실업부조와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사회부조를 함께 실시하는 제도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장기 실업자와 노동시장 신규 진입 자를 위한 실업부조 제도를 세분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특히, 소득이 없거나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사회최저급여와 추가소득을 통합한 사회연대소득 (RSA)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대상자들을 상대로 구직 활동이나 직업 활동에 참여할 의무를 부여하고, 사회적 안전망 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며 취업우선 정책 (work first) 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사회적 이익 재분배 
 
향후 기계화·자동화의 증가, 로봇과 기계 학습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 현상은 실업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소득불평 등까지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 재분배를 위해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최소 연 5만 달러의 이윤을 배분하여 노동자들에게 5,000달러까지 제공할 수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근로소득세액공제 (earned income tax credit, EITC)제도의 확장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어반-브루킹스 (Urban-Brookings) 세금정책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900만 명이 이 제도를 통해 빈곤을 탈출했고, 2,220만 명의 빈곤이 완화되었고, 2014년에는 2,750만 가구에 대해 약 67억 달러의 예산이 지원되었다. 
 
한편 부의 재분배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의견은 다가올 사회에서의 노동 가치가 더욱 미미해져, 부의 발생이 자본으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다는 예측에서 기인한다. 이에 관해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학자 노아 스미스는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성인이 되었을 때 다양한 주식 포트폴리오를 부여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자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출처 미래부,'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보고서>

 

미래 세원으로 로봇세(기계세) 도입 모색 
 
미래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의 과세제도에서 진일보한 미래 세원을 발굴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산요소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는 방향에서, 노동을 부분적 또는 완전하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과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현재 유럽 (EU) 의회에서는 ‘로봇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향후 30년 후에는 인간의 일자리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기계가 직접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렇듯 제조업이나 다른 여러 분야에서 로봇이 확산되면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로봇을 ‘전자인간 (electronic persons) ’으로 간주해 과세하고, 로봇 소유자들이 세금을 내거나 사회보장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계세 신설은 부의 편중 방지와도 연관이 있다. 로봇이 생산하는 부가가치를 급여나 납세 없이 모두 기업이 차지하게 된다면 편중이 심화될 것이다. 또한, 실업자가 증가하는 반면 납세자가 감소 하므로 사회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벌어지게 될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에 대한 좋은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기존보다 더 나은, 그리고 새로운 노동의 방식과 역할을 발견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의 역량 고도화와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고도화된 역량을 펼칠 수있는 좀 더 나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즉,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에서 인간의 고도화된 역량의 활성화는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있는가?”, “자동화로 인해 인간의 역할이 많이 대체될 것으로 예상 되는 제조업과 미래 사회의 수요 증가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업의 혁신 방안은 어떻게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 “그러한 혁신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는 또한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가?” 등과 같은 질문들에 답을 찾을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한다. 
 
제조업의 혁신 
 
사회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은 위기와 함께 기회를 제공한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과감한 결단과 투자를 통해 변화 이후의 새로운 산업군 혹은 시장 형성을 주도하고, 그 과정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가올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개념을 설계할 수 있는 축적된 힘, 소위 개념 설계 역량과 이를 적극 적으로 활용해 혁신을 추진해 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개념 설계 역량은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축적된다. 때문에 우리는 연구개발과 사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공과 실패를 기술 축적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초기 프로젝트 기획과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기술 에서 기존 대비 얼마나 성능을 개선할 것인지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 적인 속성을 새롭게 해석하여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의 지속적인 발현을 위해서는 개념 설계 역량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 최대한 신속하게 축적하기 위한 합의된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의 기술 혁신 생태계는 선진국이 제시한 방향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이른바 ‘추격자형’ 혁신에만 집중해 왔다.

다양한 시행착오는 비용 증가와 낮은 효율성의 산물로 취급되었다.

그 결과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한 개념 설계 역량이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일부 개념 설계에 성공한 경험을 통해 글로벌 수준에 이른 소수 기업들이 지속적인 개념 설계에 도전하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경제 전반의 투자 의욕 저하 등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까지 실행 역량 중심 체제에서 개념 설계 역량 중심 체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실행 역량에서 벗어나 개념 설계 역량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비용 중심의 효율성 대신 획일화를 탈피하는 차별성을 ‘실수 없이’ 대신 ‘시행착오’의 가치를 평가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위에서 창의적 도전에 익숙한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체제, 발달한 모험자본, 경쟁력 있는 중소 벤처기업, 상향식 정책 형성 체제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함께 변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존에 축적된 경험을 유지하고 그에 대한 가치 또한 잘 활용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조업에 축적된 우리만의 성공 경험에 개념 설계 역량이 더해지고, 창의적 인재가 이를 활용해 혁신을 지속 창출 시킨다면, 새로운 형태로 활성화되는 산업 속에서 새로운 업무와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또한 형성될 것이다.

즉,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은 개념 설계 역량을 통해 지속적 혁신을 창출함으로써 그 결과 경제 활성화가 자연스럽게 일자리 생성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간중심의 생산 시스템 혁신 및 역할 재정립 

 
미국의 스마트 공장,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Industry 4.0) 과 같은 생산 공정 자동화를 통한 제조업 혁신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혁신 방식의 변화 가능성이다. 미국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 디지털비즈니스센터장은 기술 중심적 자동화가 노동 대체가 아니라 노동을 보완하는 기술을 지향해야 하고, 가치 창조자적인 관점에서 혁신을 추진해야 함을 제시했다. 생산시스 템의 자동화 과정에서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방식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인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모색하는 한편, 제조업 종사자의 새로운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혁신에서 인간의 경험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른바 ‘경험적 공장 (Lenende Fabrij) ’이라는 개념이다. 즉, 기기간 통신 및 데이터 교환을 통해 조립과 가공 등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인간은 제품 혹은 공정의 조건 설정 및 요구되는 품질 수준, 생산 시스템 개설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요구하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지멘스(Siemens)사의 엠버그 공장은 기존의 고용 인력과 동일한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자동화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8배나 향상시켰다. 직원들의 업무를 단순 작업에서 개발·연구 등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혁신은 혁신 방식의 변화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함은 물론, 새로운 근로 형태와 유연한 근로 환경, 그리고 여가 공존 등의 기대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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