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 때마다 뒤엎는 방식은 이제 지양해야

[우먼컨슈머] 

글/ 백세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홍보실장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스타트업을 보육하고 지원하는 중책을 맡은지 17개월.

혁신센터에서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이 갖는 어려움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 9월부터 해외 고위 방문객들이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4차산업혁명을 맞이하여 혁신적인 스타트업 육성이 전세계적인 흐름이 되어서이기도 했다.

스타트업들은 작기는 하나 변화에 대한 민첩성,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여 세상에 내놓기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는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믿음이 대세적이었다.

그동안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중국의 리커창 총리, 몽골 차히아 엘벡도르지 대통령, 코스타리카 루이스 기예르모 대통령 등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120개국, 2740명이 넘는 해외 고위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중국의 과학기술청장이 방문했을 때 우리 보육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그 스타트업의 혁신성에 감명 받은 과학기술청장은 해당 스타트업을 중국 현지 대기업에 소개했고 그 스타트업은 성공적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그 외에도 해외 방문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아는 기업들에게 우리 보육기업을 알리고 입소문을 많이 내주었다. 그래서 경기센터는 개소한 지 불과 2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겠다고 하면 직접 연결해줄 수 있는 소위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다. 

경기센터가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후원기업인 KT의 공이 작지 않았다. KT는 훌륭한 스타트업 발굴에 큰 역할을 했고 경기센터와 함께 해외 유명 전시회나 박람회 등에 보육 스타트업들이 나가서 스타트업들의 글로벌화에 큰 역할을 했다. 해외 고위 관계자들이 해외 파트너나 해당 분야 산업 관계자와 우리의 보육기업들을 연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경기센터는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몇 가지 사항을 고려했다.

첫째,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해외 관계자들과 토론하면서 그들의 통찰력 있는 질문들을 통해 우리가 갖는 장단점 파악 및 보완이었다. 

둘째로는 이미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다양한 국가 관계자들에게 홍보하고 센터를 방문하는 해외 고위 관계자들 및 지도자들에게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해외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채널을 만든다는 점이었다.

셋째로는 해외 스타트업 육성 및 혁신 동향을 매스미디어가 아닌 현장에서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형성해놓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트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더욱 용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경기센터는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판교테크노밸리’라는 지리적 장점과 함께 대기업이 정부기관들과 함께 하는 그 구조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해외에서 오는 정책 결정자들의 경우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미국에 맞는 모델이고 각자 나라에서는 미국식의 실리콘밸리를 갖는 것이 사실상 요원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기업들의 자발적인 내부혁신과 스타트업 육성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많이 갖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대동소이했다. 스타트업들의 실패율이 높은 만큼, 정부는 어떻게 스타트업 지원을 해야 하는지 등이다.

또 어떻게 하면 대기업들로 하여금 스타트업들을 육성하고,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성공적으로 새로운 혁신적 아이템을 갖고 도전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이 제일 많았다. 

한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그들의 고민을 풀어내는 좋은 모델이 되었다. 

국내외의 관심속에서 숨가쁘게 현장에서 일해오던 어느 날, 갑자기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그 폭풍 한 가운데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서 있었다. 지난 17개월간 정말 오로지 스타트업 육성과 성공을 위해 밤낮을 업무에 몰두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창조경제혁신센터운영에 최순실이나 차은택이 개입했다는 등 별의별 추측들이 난무했다. 함께 일해온 동료들과 90여개가 넘는 스타트업들,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1440개를 넘는 스타트업들 모두 아연실색했다.

정말 죽지 않을 만큼 일했는데 갑자기 왜 우리가 정치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고 부패와 의혹의 산실이 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정치와 무관하게 스타트업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온 것이 전부인데 갑자기 여기 저기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국비 내지 도비가 삭감된다는 등 흉흉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내 일자리를 걱정하기 보다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왜냐하면 어떤 스타트업들도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정부기관이고 현정권의 총아니까 들어온 게 아니며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받기 위해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것이었기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이제까지 쌓아온 것이 혁신센터들이나 혹은 스타트업들 자체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정치 때문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것에 대한 우려가 스타트업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사업에만 전념해도 될까 말까인데 4차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로 스타트업 육성에 1000퍼센트 매진해도 될까 말까인데 이런 정쟁의 사이에 서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들이 갖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과 난관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은 없고 그저 최순실과 관련이 있거나 현정권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것 같아 너무 속상했다.

단지 자신의 자리에서 본인들에게 주어진 스타트업 내지 중소기업 육성 및 생태계 조성 업무에 몰두해온 것이 전부이다.

창조혁신센터는 오로지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 지원에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로 평가 받는 것이 가장 알맞다.

차기 정권이 누가 되었든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은 그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 존폐가 논해져서는 안되고 일관성 있는 혁신정책들로 이어져야 한다.

일본의 한 학자는 한국은 변화에 강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차기 정권이 전 정권이 한 것의 흔적들을 너무 지우려고 하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 역할과 기능을 하더라도 새롭게 갈아치우는데 이는 너무 큰 낭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대의 피해자는 스타트업들이고 결국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창조혁신센터 소속원들은  오늘도 스타트업을 위해 뛸 것이며, 모두 오로지 스타트업 육성과 성공을 위한 생각뿐이라고 생각한다. 

 (*외부기고는 본지 보도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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