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한의학에서 기(氣)의 순환을 조정하는 약을 이기제(理氣劑)라고 부릅니다.

이기제는 특히 스트레스와 과도한 긴장상태가 계속되는 현대 사회의 생활환경에서 매우 유효한 효과를 많이 보입니다.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긴장상태의 지속은 기울(氣鬱)의 상태를 유발하며, 이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은 보통 불면, 불안, 동계, 숨참, 소화불량, 수족궐냉증 등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52세 직장인 여성 박 모씨는 원래 성실한 성격으로 항상 남보다 두 배의 일을 해내왔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인정받아 2년 전부터는 회사 이사로 취임했고, 많은 부하를 거느린 채 바쁜 매일을 보냈습니다.

한편, 박 모씨는 가정에서도 주부로서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이처럼 그녀는 본래 성격이 매우 꼼꼼하고 무슨 일도 책임 전가하지 않는 편인 그런 여성이었는데, 약 6개월 전부터 회사에 출근하면 점차 동계(動悸) 증상 - 가슴과 명치가 심하게 두근거리며 박동을 자각하는 증상 - 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계는 때때로 가벼운 가슴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안정하면 통증이 경감되었고, 심전도 등에 이상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위장이 약하고, 위 내시경 상 역류성 식도염을 진단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순환기 내과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만 이상은 없고, 신경성이라고 진단을 받아 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습니다만, 오히려 신체가 나른해져 약 복용을 중지하였습니다. 최근에는 간혹 회의 중, 긴장때문인지 기침 증상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한방 치료 를 권유받아 내원하였습니다.

박 모씨는 약간 물렁물렁하게 살찐 경향이며, 혀는 다소 부어있는 형상으로 치흔과 두꺼운 백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주소인 동계(動悸) 이외에도, 쉽게 지치며, 약간의 우울한 기분, 간헐적 두통, 어깨 결림, 약간의 설사경향, 수족냉증 등 다채로운 증상을 호소하고 계셨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동계(動悸)를 심계(心悸)라고 부릅니다.

심계란 위의 증례처럼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박동하며 불안해지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심계의 원인으로는 기혈부족(氣血不足) 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박 모씨의 경우는, 혀의 소견, 체격 및 기타 신체 소견으로 보아 수독(水毒)으로 인한 심계로 진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렁물렁하게 살찐 체격, 설사경향, 관절종통 등이 수독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으며, 동시에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 긴장시 기침이 나타나는 증상 등으로써 기울(氣鬱)을 겸한 것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박 모씨에게 처방된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은, 반하와 복령이 다량 배합된 것이 특징으로, 수독으로 인해 기의 순환이 저해되어 기울이 악화된 상태를 조정하는 효능이 뛰어납니다.

반하후박탕을 2주간 복용한 이후, 동계 증상이 경감되었음을 자각하게 되었고, 역류성식도염으로 인한 소화기 증상도 개선이 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6주 후, 기침을 포함한 모든 증상이 완전히 소실되었으며, 주위에서도 ‘안색이 밝아졌다’라고 할만큼 몸이 회복되었습니다.

반하후박탕은 보통 기울의 대표적인 증상인 매핵기, 즉 ‘무언가 목에 걸려있는 듯한 인후, 식도부위의 이물감’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이기도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인후두염을 치료하는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울적한 증상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반하후박탕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기원

경희무교로한의원 원장
한방내과 전문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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