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성기원 경희무교로한의원 원장
한방내과 전문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 박사

현대 사회에서 ‘두통’으로 인해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두통은 특히 여성이 자주 느끼는 증상 중 하나이며, 두통으로 인해 진통제를 상용하는 분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진통제는 그 중독 증상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며, 소화장애 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두통약에 의존하는 일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두통에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한약 처방이 많이 있으며, 한의학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통해 진통제 복용을 중지할 수 있게 되는 케이스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던 중,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진통제 사용을 중지할 수 있던 증례를 소개합니다.

<기상충(氣上衝)을 동반한 두통에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과 영계출감탕(苓桂朮甘湯) >

한 식당의 요리사로 일하는 40대 여성 박 모씨가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입니다. 특히 5년 전 직장을 옮긴 뒤로부터 발생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한 두통을 자주 느끼게 되었습니다. 종합병원을 찾아 두부 CT와 MRI 검사도 해보았으나 특이한 소견은 있지 않았고, 두통이 일어날 때마다 안정제나 근이완제를 투여했습니다만 증상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두통약을 상용하게 되어, 현재는 1일 3회 정도를 거의 빠뜨리지 않고 복용하는 상태로, 두통이 심할 때는 3시간 간격으로 두통약을 복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지압이나 마사지를 받아보기도 했지만, 증상이 지속되었고 결국 한방 치료를 원해 한의원에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박 모씨의 과거력으로는 정기 건강 검진에서 고지혈증을 진단받은 적이 있고, 부모님 모두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습니다. 현재 박 모씨의 가장 불편한 증상은,  “쉽게 지치며, 기분이 초조하고 자주 신경질적이 된다. 변비경향이 있고, 윗목 부위에 땀이 나며, 가끔 가슴이 두근거린다. 간혹 욱신욱신거리는 박동성 두통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며, 두통에 동반하여 심할 때는 구역감이나 구토가 나타날 때도 있으며, 목이 항상 뻐근하고, 눈 안쪽이 아프기도 하다.” 라고 호소하셨습니다.

진맥상 맥은 다소 미약하며 가라앉아 있었고, 혀의 징후는 정상이었으나 설첨부가 약간 붉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복진상 옆구리쪽이 거북한 느낌이었고, 배꼽 주위 압통이 있었습니다.

이상의 진찰 결과, ’편두통’으로 판단되었고, 한의학적으로는 ‘기역(氣逆)’, ‘어혈(瘀血)’증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역증과 어혈증을 치료하는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과, 기상충(氣上衝-기운이 인체 상부로 치받아 두부와 안면부에 증상이 뻗치는 양상)이 심한 상태로 보여 영계출감탕(苓桂朮甘湯)을 병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두통이 매우 극심하게 일어나는 경우는, 불가피하게 두통약을 보조적으로 간혹 복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한약 복용 후부터 두통은 신속하게 개선되어, 점차 두통약을 거의 사용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었습 니다. 약 1개월의 복용으로 두통이 소실되었기 때문에 한약을 자가 중단했는데, 이후에 다시 격렬한 두통과 과호흡이 일어나 다시 내원하였습니다. 그래서 같은 약을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두통이 신속하게 개선되었습니다. 두통약의 복용 횟수도 서서히 감소했고, 현재도 같은 약을 주기적으로 복용 중입니다만, 두통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 주로 여성의 혈허(血虛)로 인해 몸에 열이 오르게 되어, 몸의 일부가 가려운 느낌이 들거나, 입과 목이 건조하고 식은 땀이 나며, 식욕이 없고 활동하기 힘들고 때로는 소변불리가 나타나기도 하는 혈허유열(血虛有熱)증을 치료하는 처방입니다. - 당귀, 작약, 백출, 진피, 목단피, 시호, 박하, 감초, 치자, 생강 등

**영계출감탕(苓桂朮甘湯) - 명치 부위가 거북하며, 기운이 가슴과 얼굴쪽으로 치받는 느낌이 들면서 어지럼증, 두부 및 안면부의 식은 땀, 몸의 일부가 떨림 등이 나타나는 기상충(氣上衝)증을 치료하는 처방입니다. - 복령, 계지, 백출, 감초 등

위의 두 처방은, 현대의학의 편두통과 긴장형 두통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입니다. 

특히 가미소요산은 치자와 목단피 등의 청열(淸熱)약이 가미되어, 얼굴이 빨개지거나 화끈화끈한 느낌이 드는 등의 열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기역(氣逆), 어혈(瘀血)의 양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나타나는 갱년기 여성의 상열감 등의 증상에도 자주 사용됩니다.

영계출감탕은 기상충(氣上衝)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탁월하여, 특히 두통과 어지럼증이 심한 경우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위와 같이, 혈허유열, 기상충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두통 등의 증후군이 있는 경우에 그 원인을 개선함으로써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30대 후반~50세 전후에 걸친 여성에게 어혈(瘀血), 기역(氣逆)의 징후가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심한 기상충(氣上衝)을 동반하는 두통으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과 영계출감탕(苓桂朮甘湯)이 매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반드시 한의사의 진찰과 변증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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