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법의 제정방안-한국형 집단소송제도의 설계

[우먼컨슈머] 지난 21일 서울YWCA 4층 강당에서 열린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제정을 위한 토론회' 발제 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날 토론회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협) 자율분쟁분쟁위원회와 국회의원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편집자주

[발제 요약]

집단소송제도를 논할 경우에는 특수한 소송형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1960년대에 대표당사자소송이 연방법으로 성문화된 이래 특히 1990년대 이후 세계의 많은 국가들에서 미국식 대표당사자소송을 근간으로 한 제도를 도입해왔으나(캐나다, 호주,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이스라엘, 브라질, 그리스, 프랑스, 일본 등),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자국의 소송제도와 법률문화와의 정합성을 고려한 형태로 집단소송제도를 변형해 도입했고 몇몇 국가에서는 미국식 제도와는 관점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집단소송제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등장한 프랑스와 일본의 집단소송제도는 기존의 미국식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자국의 실정을 감안한 과감한 제도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위한 논의는 미국식 제도만이 유일한 제도모델인 것처럼 전제한 위에 그 적용범위나 약간의 제도적 수정만을 가한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형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집단소송의 제도모델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미국형 제도모델과 같이 공통 원인에 피해를 입은 자(구성원)인 대표당사자형(class action), 구성원 외의 자(소비자단체나 공적기관)가 소송을 수행하게 되는지(제3자소송담당형)로 구분한다.

제3자소송담당형은 소비자단체 등 제3자에게만 제소권이 부여되는 제도모델과 대표당사자에게도 제소권이 함께 부여되는 제도모델(융합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제소권을 누구에게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하여 이론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제3자 소송담당형의 경우 피해자를 배제하고 제3자가 소송의 원고가 되는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피해자가 아닌 자 중에서 소비자의 이익을 적절히 대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이른바 공익의 대표자로서) 소송을 수행하고 그 소송의 결과로서 개별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피해자 이외의 자가 소송을 수행하도록 인정하는 것이 제도모델로서는 더 적절할 수도 있다.

피해자의 소송관여 형태는 제외신고를 하지 않는 한 총원의 범위에 포함된 자에게 판결의 효력(기판력)이 자동적으로 미치도록 할 것인지(opt-out형, 제외신고), 피해자가 소송에 참가한다는 명시적인 절차(수권)를 거친 경우에만 판결의 효력이 미치도록 할 것인 지(out-in형) 구분해야한다. 후자(opt-in형, 참가신고)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전자(opt-out형)를 병존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도 존재한다(병존형).

공통심리와 개별심리 구별도 해야한다. 공통심리와 개별심리를 구별하지 않고 하나의 소송에서 구성원 전체를 위한 총액판결이나 급부판결을 구할 것인가(1단계형), 개별 구성원의 사업자와의 법률관계는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공통심리 외에 별도의 개별심리 절차를 통한 급부판결을 구하도록 할 것인가(2단계형)에 따른 구분이다.

국가별 집단소송 제도모델의 유형화를 살펴보면 세 가지 결정요소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국가별 제도모델이 현출될 수 있는데(산술적으로는 3*3*3=27가지), 현존하는 국가들의 집단소송제도를 분석하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제도모델로 유형화할 수 있다.

미국형 제도모델

“대표당사자형(class action) + opt-out형 + 1단계형(총액판결형)” 제도모델이다.8) 즉 피해자 중에서 대표당사자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대표당사자형), 총원에 포함된 개별 구성원들은 제외신고를 하지 않는 한 판결의 효력이 미치게되며(opt-out형), 소송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총액이 선고된다. 미국과 호주가 이 제도모델을 채택하는 대표적인 입법례이고, 우리나라의 「증권관련 집단소송법」도 이 제도모델에 입각한 입법례에 해당한다.

캐나다형 제도모델

“대표당사자형(class action) + opt-out형 + 2단계형(급부판결형)” 제도모델이다. 미국형 제도모델과 같지만 1단계형이 아니라 2단계형(급부판결형) 제도모델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즉, 여기서는 소송절차를 2단계로 나누어 1단계에서 공통심리를 진행하고 2단계에서 개별심리를통하여 급부판결을 하게 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캐나다의 퀘백주와 온타리오주에서 채택하는 제도모델이다.

스웨덴형 제도모델

“융합형(대표당사자형+제3자소송담당형) + opt-in형 + 1단계형(급부판결형)” 제도모델이다. 스웨덴형 제도모델의 특징은 대표당사자만이 집단소송의 원고적격이 되는 미국형이나 캐나다형과는 달리 이른바 소비자단체 등의 제3자가 소송을 수행하는 것도 허용하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또 국가에 따라서는 opt-in형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opt-out형도 소액청구에 한하여 인정하는 경우도 있고(덴마크ㆍ노르웨이), 스웨덴형을 기본으로 하면서 원고적격은 대표당사자에게만 인정하는 입법례(이탈리아)도 존재한다.

일본형 제도모델

“제3자소송담당형(단체형/단체+공적기관형) + opt-in형 + 2단계형(급부판결형)” 제도모델이다. 일본형 제도모델의 특징은 집단소송의 원고적격을 대표당사자에게는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단체나 공적기관 등에 한하여 인정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도 소비자단체에만 소송을 인정하는 입법례(일본, 프랑스)와 소비자단체 외에 널리 공적기관(연방정부, 주정부, 공공기관, 검찰 등)에도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입법례(브라질)로 나뉜다. 또 소송은 2단계로 나누어 진행하고 1단계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경우에만 개별 피해자들이 소송에 가입하여(opt-in) 개별 급부판결을 받게 된다.

미국형 제도모델[대표당사자형+opt-out형+1단계형(총액판결형)]에는 총원의 범위획정의 불명확성, 소송의 장기화, 기판력확장의 이론적 근거가 불명확, 개별피해자의 권리확정의 곤란함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집단소송법을 제정할 경우에는 위에서 검토한 세 가지 제도모델의 결정요소와 4가지 제도모델을 참고하고, 아울러 주류 입법론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형 제도모델의 문제점을 인식한 위에 우리에게 적합한 제도를 설계하는 작업을 진행해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입법에 있어서 필수적인 몇 가지 문제를 결정해야한다.

한국형 제도모델로서는 제3자소송담당형 + 2단계형 + opt-in형을 조합한 일본형 제도모델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고적격과 관련하여 일본의 제도가 일정한 자격을 가진 전국규모의 소비자단체(현재 12개)에만 제소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반해, 우리의 경우 소비자단체소송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유익할 것으로 본다. 사견으로는 소비자단체소송의 원고적격의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소비자단체 및 시민단체, 한국소비자원에게 제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한편 일본형 제도모델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정책적 판단으로 제3자소송담당형 외에 대표당사자형을 가미하는 제도모델(융합형)을 도입하는 것도 피해자의 집단소송 수행을 보장하고 원고적격을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외에) 집단소송법이 제정되지 않은 것은 (남소론과 시기상조론을 논거로 하는) 산업계의 강력한 반대논리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설계 자체가 입법을 추진할만한 동력으로 연결되지 못한 데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기초해 한국형 집단소송제도의 설계라는 관점 하에 검토한 결과 한국형 제도모델로서는 제3자소송담당형+2단계형+opt-in형을 조합한 모델(일본형 제도모델)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본형 제도모델에 속하는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 일정한 자격을 가진 전국규모의 소비자단체에만 제소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반해, 우리의 경우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단체소송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유익할 것으로 본다. 사견으로는 소비자단체소송의  원고적격자(소비자기본법 제70조) 중에서 소비자단체 및 비영리민간단체(시민단체), 한국소비자원에게 제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소비자단체형 집단소송제도”).

한편 제3자소송담당형을 기본으로 하되 제소권자에 대표당사자를 포함시키는 이른바 융합형 모델도 제도설계로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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