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정재민 기자] 국내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이미 위기 수준이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8.5%에 달해 같은 달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8.6%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작년 제조업 가동률은 74.3%199867.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9월 제조업 가동률은 71.4%, 같은 달 기준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68.6%)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를 의미하는 9월 소매판매는 내구재·비내구재 등을 가리지 않고 급격히 줄어 57개월 만에 최대폭인 4.5% 감소했다.
 
경기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11'소비자심리지수(CCSI)95.8로 추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4(94.2) 이후 77개월 만에 최저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작년 4/4분기부터 4분기 연속 0%(전 분기 대비)에 머물고 있다.
 
연간으로는 작년(2.6%)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성장률은 이미 3%대에서 2%대로 떨어진 것이 확실시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대폭 낮춰 잡았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고 한국은행도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2.8%로 잡았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물가는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기 부진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최근 금융시장에선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로 달러 가치가 급상승하고 채권 금리도 급등하는 등 충격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한은이 국고채 12,700억 원 어치를 직접 매입하고 정부가 국고채 발행 물량을 줄였지만, 이는 완충 조치에 불과할 뿐 시장의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경기 부진과 싸울 한국은행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기준금리이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국내 가계부채 사이에 치여 5개월째 동결만 지속하고 있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고자 기준금리를 내리자니 외국인 자본유출이 우려되고, 이를 막자고 기준금리를 올리면 1,300조원의 가계 빚이 경제위기를 촉발할 소지가 있다.
 
한은은 최근 경기 흐름이 지난 10월에 발표한 경제전망 경로보다 악화됐다고 보고 전망치 하향 조정과 함께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쯤 해소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경제 상황은 점점 위중해지는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위기 대응의 귀중한 '골든타임'을 실기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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