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채권 ‘가짜’ 판단 책임소재가 관건

[우먼컨슈머 정재민 기자]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 결과가 다음달 나온다. 소송가액이 가장 적은 수협은행이 이달 패소해 다른 판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6개 은행이 지난해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3,616억 원 규모의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연내 1심 패소가 확정된 은행은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무보를 상대로 제기한 수출채권 보험금 청구소송 1심 판결이 다음달 6일 선고된다. 지난해 10916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지 1년여 만이다. 지난해 7월 소송을 제기한 농협은행도 다음달 201심 결과가 나온다. 농협은행의 소송가액은 588억 원이다.
 
이에 앞서 수협은행(소송가액 108억 원)이 지난 106개 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1심 패소를 당했다. 소송가액이 가장 큰 IBK기업은행(991억 원)KDB산업은행(464억 원), KB국민은행(549억 원)은 아직 1심 선고일이 확정되지 않았다.
 
모뉴엘은 해외 수입업체와 공모해 허위 수출자료를 만든 뒤 6개 은행에 수출채권을 매각했다. 은행들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근거로 수출채권을 받고 모뉴엘에 거액을 대출했다. 모뉴엘이 수출채권을 결제하지 못하자 은행들은 대출금을 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가입한 무역보험공사의 단기수출보험(EFF)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고 무역보험공사가 지급을 거절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는 수협에 1심 패소를 선고하면서 "은행의 부실심사 정황이 인정된다"며 무역보험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거액 대출의 근거가 됐던 수출채권이 '가짜'인지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는 주체가 은행인지, 무역보험공사인지가 쟁점이었는데 은행에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한 대출에 대해 은행이 실제로 수출이 이뤄졌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실심사를 했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며 "보증서 대출은 대부분 서류 작업을 통해서만 이뤄진다"고 반박했다.
 
수협의 첫 패소는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에 대한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은행권 관계자는 "재판부가 은행별로 다르고 법무 대리인도 수협은 율촌이지만 나머지는 김앤장이기 때문에 결과가 달리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1심에서 패소할 경우 연간 실적에 타격을 받는다.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대부분의 은행들은 모뉴엘 대출과 관련해 충당금을 절반가량만 쌓아 놨다. 1심 패소가 확정되면 충당금을 100% 쌓아야 하기 때문에 추가 충당금 부담으로 올해 순익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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