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엄마라도 위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한 엄마라도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출발된 라디오가 있다.

엄마를 위한, 엄마가 만드는, 엄마만의 육아전문 모바일방송국 ‘맘스라디오’다. 방송작가 출신 김태은 맘스라디오 대표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 육아 정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등을 나누기 위해 방송을 만들었다.

인터뷰는 11월 21일 오후 1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맘스라디오 본사에서 진행됐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김태은 대표는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고 열정적이며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맘스라디오, 어떻게 출발됐나.
방송작가와 팟캐스트 DJ, 종교 채널에서 연애상담 관련 방송을 한 경력이 있다.
결혼 후 “엄마를 위한 것은 없을까” 생각했다.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무능력함과 죄책감을 경험한다. 책 등에서 보았던 육아와 현실의 육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맘스라디오’가 떠올랐고 지인과 함께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3살 아이가 있는데 사업을 하다 보니 애 둘을 키우는 기분이다.

◎맘스라디오는 어떻게 꾸려가고 있나.
방송작가, 오케스트라 단원, 강사 등의 직업을 갖고 있는 진행자 약 20명이 재능기부로 활동하고 있다. 스탭은 6명이다. 제가 작가로 활동을 할 때 알게 된 분, 알음알음 만난 분들과 함께 하게 됐다.

따로 비용을 들여 홍보하지는 않고 있다. 좋은 컨텐츠를 블로그에 올리고, 유아 관련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엄마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 맘스라디오가 2015년 12월 7일 개국해 올해 1주년을 코앞에 두고 있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을텐데….
운이 좋았다. 지난해 3월 아이디어가 생각났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아이디어 융합팩토리에서 멘토링을 받게 됐다.

추진력이 빨라서 콘텐츠를 만들고 12월 사이트와 어플을 만들었다. 1등 했다.(웃음) 아이디어를 실현하려고 노력했고 12월에 맘스라디오를 개국하게 됐다.

주변 우려가 많았지만 막상 엄마들 모두가 신났다. 저희는 주업이 육아다. 짬을 내서 방송국을 만들었다. 사람은 생산할 때 행복한 듯하다. 다들 얼굴이 폈다.

올해 7월에는 창업발전소 사업에서 4천만원을 지원받아 맘스라디오 방송국(온수역 10분거리에 위치해 있다)을 꾸리게 됐다.

적은 예산으로 스튜디오를 꾸미다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방음벽은 3면만 설치했고 아예 앞을 틔워 연극 무대처럼 만들었다. 

◎ 편성표를 보면 30분 내외 방송이 대부분이다.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 30분 내외로 제작하고 있다.
‘후회 없는 육아를 위해 박재연의 공감톡’은 프로그램 중 청취율이 가장 높다.

박재연 씨는 유명 강사다. 아이가 어릴 때 싱글맘이 됐다. 방송 제목처럼 ‘후회 없는 육아를 위해’ 재능기부로 엄마들의 고충을 이야기하고 상담하면서 청취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뉴질랜드에 사는 한 엄마가 댓글로 “어떤 육아서보다도 실질적이고 어떤 드라마보다도 재미있다”고 올렸다. 아무래도 이론적이기 보다 ‘아이와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공감대가 높고 도움이 많이 되는 듯하다.

백령도에서 18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라디오에 의지하고 있다”고 했을 때와 LA에 거주하는 한 엄마가 “라디오가 삶의 낙이니까 프로그램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후원해주셨을 때 감사했다.

처음에는 ‘한 엄마라도 위로받으면 좋겠다’고 맘스라디오를 시작했다. 이미 꿈은 이뤄졌다. 이제는 대한민국 엄마들이 우리 방송을 듣고 위로받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 ‘예지맘의 괜찮아’는 발달장애아를 양육하는 엄마들이 소통하면서 “괜찮아, 괜찮아”라며 서로를 위로하면 좋겠다는 뜻에서 만들게 됐다. 어떤 엄마는 방송을 듣고 하루종일 울다가 맘스라디오를 찾아오기도 했다.

◎ 현재 협약을 체결한 육아관련 기관이나 단체는 어디며, 향후 이들과 어떤 협력을 할 예정인가.
최근 서울시 금천직장맘지원센터, NGO단체 휴먼에이드와 협약을 맺었다.
주로 콘텐츠 교류, 일과 가정의 양립, 국내외 여성을 위한 콘텐츠 제작부분을 협력할 예정이다.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아동학대예방주간이다.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했다. ‘굿맘 프로젝트’라는 컨셉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짧은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공감 포스터 ‘굿맘’을 제작했다. 굿와이프를 패러디했는데 포스터 주인공은 맘스라디오 PD다. 제주도에서 아이를 키우며 틈틈이 방송 편집을 하고 있다. 장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수정했다. ‘아동학대예방’을 위해 ‘굿맘(좋은 엄마)’을 내세웠다. 반응이 좋았다.

◎기획 중이거나 만들어졌으면 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12월에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부부의 성에 대한 것이다.
세 아이 아빠인 PD출신의 비뇨기과 의사,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가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실시간 상담을 위해 유튜브 생방송에 도전할 생각이다. 제목은 ‘아이가 잠든 사이에, 아이가 잠든 밤에, 마법의 성’ 등으로 고민하고 있다.

◎더디게나마 육아대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위한 방송, 없나.
제목까지 정해놓은 프로그램이 있다. “좋은 아빠, 나쁜 아빠, 이상한 아빠”다.

청취자가 이상한 아빠인지 물음표를 던지는 컨셉이다. “아이를 키움에 있어서 ○○○하면 제가 이상한 아빤가요?”하는 방식이다. 적합한 진행자를 찾았지만 직장인이라 시간 조율이 되지 않아 제작되지 못했다. 꼭 만들고 싶다.

◎그렇다면 육아하는 할머니 청취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한 적 있나.
있다. 프로그램 제목은 ‘할 맘의 손주 병법’이다. 할 마음, 할(머니) 맘(엄마) 중의적 표현이다.

반응이 좋았지만 진행할 ‘할 맘’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손주를 돌보고 딸, 며느리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은 진행자를 모시고 싶다.

◎맘스라디오를 운영하면서 기억 남는 일이 있을까.
육아박람회에 나간 적이 있다. 마치 대학교 축제처럼 정말 재미있었다.
부스에서 열심히 홍보하고 브로셔를 나눠줬다.

집에 가는 길이 허전했다. 유모차, 육아용품을 사가는 엄마들을 보면서 든 느낌이었다. 그래서 부스에 “박람회에서 팔지 않는 것, 엄마 마음. 맘스라디오에서 준비하세요”라는 문구를 붙였다.

박람회를 찾은 엄마들, 육아 업체들이 “신선하다. 에너지가 넘친다”등 반응을 보였다. 

또 하나는 맘스라디오를 통해 모인 엄마들과 MT를 간 기억이다. 20명정도 모여 밤새도록 얘기했다. 어릴 적 친구, 산후조리원 친구와는 또 다른 친구들이 생긴 것이다.

◎맘스라디오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라디오로만 했던 콘텐츠를 영상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영상인력이 정말 필요했던 와중에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됐다. 방송PD 경력이 있는 아빠다.

재미있고 독특하고 끌리는 엄마 전문 방송국을 만들고 싶다.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면서 맘스라디오를 통해 좋은 정보를 얻었으면 한다.

마을공동체를 추구한다. 내 아이를 혼자 키우지 말고 함께 어우러져 키웠으면 한다.
엄마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한 달에 한 두 번 강의도 열고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오픈 강의를 한다. 많은 엄마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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