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웅재 위원장 · 좌혜선 사무국장에게 들어보는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우먼컨슈머 장재진 편집장] 24시간, 365일, 크고 작은 소비자 분쟁이 일어난다. 금액과 피해 규모는 다양하다. 소비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기업을 찾아가거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거나, 소비자 피해상담 기관에 의뢰를 한다.

중소기업은 직원이 대응을 하고 대기업은 법률팀과 내용을 공유하고 대응에 나선다. 소비자 몇몇은 기업과 원만하게 해결한다. 그렇지 못한 소비자는 기업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민사소송을 준비한다. 소송 준비 전, 감정적인 싸움을 걷어내고 소비자, 기업이 전문가에게 각각 입장을 얘기하고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다.

우먼컨슈머는 최근 서울 명동에 소재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를 방문해 변웅재 자율분쟁조정위원장, 좌혜선 사무국장에게 어떻게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물었다.


소비자에게 ‘자율분쟁조정위원회’라는 기관이 생소할 수 있다. 조정위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변웅재 위원장 : 소비자, 기업 간의 분쟁을 조정한다. 분쟁을 의뢰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단체, 소비자 개인이 분쟁조정을 신청한다. 소비자기본법에는 분쟁조정위가 2곳이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자율분쟁조정위다.

여기서 ‘자율’은 소비자단체에서 자율적으로 분쟁을 조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 변웅재 자율분쟁조정위원장 <사진 우먼컨슈머>

 

2003년 12월 30일 자율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됐다. 어떻게 조직돼 운영되고 있나.

좌혜선 사무국장 : 2003년 7월 29일 소비자보호법(현 소비자기본법) 개정에 따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가 같은 해 12월 30일 발족했다. 2004년 1월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변웅재 위원장을 포함, 법조인, 대학교수 등 36명이 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조정위에 사건이 접수되면 분쟁조정 사무국에서 신청인과 피신청인 및 기타 이해관계인의 진술을 청취하고 소명자료 등 증거자료를 수집한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 자문을 거쳐 조정위원회에 상정한다. 회의는 소비자 대표, 사업자 대표 각 1인을 포함해 5~7인 이하 위원이 조정절차에 들어간다. 결과는 조정결정서 수취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양당사자 수락하면 민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소비자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2013년부터 상조소송 소비자 250명을 모집해 상조 환급금재청구소송을 진행해 올해까지 마무리했다. 작년 1월,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한 사건이 있었다. 680명을 모집했고 소비자 소송을 하고 있다.

분쟁조정위는 사업자, 소비자 모두 수락해야만 성립된다. 수락되지 않는 건 중에 채권을 집행하는 사안은 소송까지 가서 소비자 구제를 도모하고 소비자 관련 법률 입법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할부거래법은 미비한 점이 있어 의견을 내고 토론회를 열면서 법안을 개정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2015년 상조 할부거래법이 개정돼 문제가 보완됐다.

소비자 소송을 진행하며 느꼈는데, 소비자 피해는 소액이면서 다수다.
금액이 10~20만원 정도라 소송까지 가서 구제받는 일이 쉽지 않다.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같은 법안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 19대 때 관련 17개 법안이 발의됐는데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지금까지 나온 미국식 집단소송제와는 다르게 절충하는 법안을 만들었기때문에 기대를 갖고 있다. (입법청원을위해) 10만 서명운동으로 계속 서명을 받고 있다.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조직구성은 어떻게 돼있나?

변웅재 위원장 : 자율분쟁위 비상근변호사가 30~40명이고 1년에 20회 조정 회의를 한다. 한 달에 2~3번 분야별로 6명 정도가 회의한다. 현재 좌혜선사무국장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내에 자율분쟁조정위에서 상근으로 근무하는 변호사다. 좌 국장을 비롯해 3명의 간사가 분쟁 상담을 관할하고 있다.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성과는?

변웅재 위원장 : 조정위에서 활동한 건 10년 정도됐다.(변웅재 변호사는 현재 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정위는 10년 전과 다르다. 예전에는 다단계, 사업권유 거래가 많았지만 지금은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헬스클럽, 퍼스널 트레이닝, 해외직구, 상조 사건 등 분쟁이 늘었다.

좌혜선 사무국장 : (조정위에)처음 왔을 때 단순 사건이 많았다. 해가 거듭될수록 합의 능력이 늘었고 사건 분석도 발전하고 있다. 조정은 재판과 다르고 한 명, 한 명 개인적인 능력이 중요하다. 상담자가 소비자 말을 잘 듣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조정 성립의 확률이 달라지는 것 같다.

소비자단체는 영리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 소비자가 기본적으로 약자고, 법률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다. 조정위 참석하는 분들이 소비자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건도 소송이나 법적으로 이기는 게 쉽지 않다.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기업이 개인정보를 유상판매 하는 경우 이 점을 고지하라는 법안이 나오고 있다.

‘가칭 홈플러스법안’이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많이 냈다.

변웅재 위원장 : 2014년 전임위원장인 박형연 위원장이 법원과 협의해 진행하는 법원연계조정으로 인해 조정위원인 변호사, 교수의 소비자 관련 분쟁 성공 건수가 높아졌다.

법원연계조정은 원고가 소를 제기할 때 사건이 작은 경우, 법원이 업무분담을 위해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등 몇 군데를 정해 외부에 사건을 배당한다. 변호사, 전문가, 소비자관련 교수가 조정에 참여해 성립 후 다시 법원에 보낸다. 부정청탁금지법, 공무집행사례 등 민간이지만 국가 일을 대신한다.

조정 성립 후 민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지만 사업자가 분쟁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거나 이행하지 않는다면 시정조치를 하게 된다.

▲ 좌혜선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 <사진 우먼컨슈머>

 

시정조치 예는?
변웅재 위원장 : 기업이 수락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피해를 보상받는 방법은 소송뿐이다. 조정을 위해 자료 수집을 하고 사실관계 정리, 법률적으로 분석한 조정 결정문을 갖고 있다면 소송이 쉽다.

조정성립이 되지 않더라도 조정결정문이 도움이 된다. 들은 바에 의하면 판사들이 조정결정문에 따라 판결을 하기도 한다.

의뢰오는 건 중 공정위, 지자체에서 오는 것은 행정조치 전 단계가 많다.

조정이 잘 되면 행정처벌을 하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공정위, 지자체 권한으로 시정명령을 한다.

좌혜선 사무국장 : 상조, 헬스장 분쟁이 시정조치에 대표적인 예다. 상조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헬스장은 등록기관인 구청에서 이관된다. 헬스장의 경우 방문판매법이 적용된다. 사업자가 환급금과 관련 수락을 하지 않으면, 지자체로 다시 넘어간다. 지자체가 시정조치를 내린다고 경고하면 대부분 이행한다.

대기업은 자체 법률팀이 있다. 이들과의 분쟁은 복잡하지 않나.
변웅재 위원장 : 대기업은 아무래도 소비자 문제를 중시하고 해결하는 내부 시스템이 많아 조정위에 오는 사건은 많지 않다.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에서 오는 사건이 많다. 가급적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만 중소기업 입장도 충분히 듣고 애로사항을 조정에 반영하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 오는 사건이 많다. 가급적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만 중소기업 입장도 충분히 듣고 애로사항을 조정에 반영하려고 한다.

조정위원회의 발전과 앞으로의 방향성은?

변웅재 위원장 : 소비자 관련 분야가 예전에는 단순했다. 요새는 개인정보, 해외직구,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건강 등이 많아져 전문성이 중요하다. 별도로 소비자단체, 여행관계업, 공제조합 에 있는 분을 초청해 연구모임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기본법을 관련해 조정 대상 효력을 넓혀야한다.

소비자가 신고하는 시스템을 연계해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로스쿨, 법학전문대학원, 타 기관과 협력해 단순 분쟁을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개선도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쟁조정은?

변웅재 위원장 : 상조상품을 구입하면서 사은품을 받은 할머니가 있었다.
소비자와 업체분이 와서 조정했다. 소비자가 해결 됐을 때 마음이 풀렸는지 우셨다. 조정하다보면 어떨 때는 작은 금액을 가지고 왜 싸울까 생각했는데 감정적인 게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대기업 관련 조정이 있었다. 소비자가 처음 발견한 문제를 신고했을 때 기업이 정식으로 사과문을 발송해서 소비자가 보상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조정 과정에서 기업 제도가 크게 개선됐다. 기업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소비자의 제보를 통해 발견해 홈페이지에서 구매 시스템을 개선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또 하나는 유아 관련 제품 하자 사례다. 소비자가 회사에 (자신에게)배상하지말고 보육원에 기부를 권했고 회사가 받아들였다. 돈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소비자 수준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변웅재 위원장 : 우리나라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 의식을 못 받쳐주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소비자가 정부 정책에 참여하는 길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소비자라는 단어로 법령을 검색했는데 그 안에 소비자 역할이 별로 없었다. 국가가 뭘 해주면 받는 주체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부족하다. 이 부분이 아쉽다.

소비자 의견, 단체 의견이 정부 정책 집행에 정식으로 반영되는 길이 많았으면 좋겠다.

징벌법이 필요한 이유는?

변웅재 위원장 : 중국은 징벌적손해배상이 소비자법에 들어와있고 집단소송도 들어와 있다. 같이 연계돼야 한다. 손해배상액이 징벌적으로 커져야하고 집단소송이 있어야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입증체계도 갖춰져야 한다.

손해배상 청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이를 어떻게 확보해야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육성하느냐로 논의된 것이 ‘소비자기금’이었다.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는데 아직까지 실현이 안됐다.

좌혜선 사무국장 : 하도급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3배 배상제도가 있지만징벌배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체에서도 집단소송제와 관련해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 신체에 중대한 병이 발생한 경우, 사업자의 고의가 있을 경우 징벌배상에 들어가야 한다. 미국은 9~10배까지 적절성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하면 징벌배상의 3배는 완화된 수준이다.

3배 소송을 직접 진행한 적이 있다. 1심, 2심, 집행까지 3년이 걸렸다. 소비자가 받은 금액은 법에서 정해진 환급금이다. 지연이자가 약간 발생한 것 밖에 없다. “배상하면 되지. 굳이 소송까지 갈 필요가 있나”생각했다. 기업은 ‘남소의 위험이 있다. (소비자가)부정한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등 우려를 한다. 형사, 행정처분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징벌배상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상조 사업자가 환급금을 지급하지않으면 법에서 정한대로 과태료 2천만원을 내야한다. 소비자 한 명에게 100~200만원을 지급해야하면 금액이 커지니 사업자가 행정처분을 받고 말겠다는 것을 보며 암담했다. 아시다시피 상조 피해자는 노인이 많다. 그분들 인생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고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기업은 블랙컨슈머도 많다고 하는데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가 많다. 3배 배상 등이 기업의 잘못을 시정하는 예방조치라 생각한다.

다양한 소비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정위 또는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변웅재 위원장 : 소비자를 단순히 보호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인 참여의 대상, 소비자를 대변하는 단체를 참여 대상으로 해 다양한 방면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조정위나 소비자단체도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빠른 소통을 원하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는 노력이 있어야한다. 소비자 문제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데, 몇 가지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깨달은 게 많다. 생활 속에서 권리를 찾고 행사해야한다.

좌혜선 사무국장 : 사업자는 블랙컨슈머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블랙컨슈머를 키우는 건 사업자라고 생각한다. 사업자도 블랙컨슈머를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소송을 통해서 소비자와 싸우는 일도 필요하다. 소비자가 과한 주장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경우, 법률이라는 기준을 통해 중재안을내고 소비자를 설득한다.

개인적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소비자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 이 사건은 5년이 흘렀지만 수사가 시작됐고 이슈화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소비자 단체와 소비자 소통은 계속돼야 한다. 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단체가 알고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소비자 단체, 사업자, 국가 전체가 소비자와 관련된 부서를 만들어야한다.

정리=김아름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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