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정재민 기자] 한살림, 두레생협, 행복중심생협, 아이쿱생협 등 한 번씩은 들어봤음직한 곳들이다. 생협전국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생협시장은 20072,331억에서 20151263억 시장으로 8년 만에 약 4.4배 성장했다.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하겠다는 국민의 인식이 한국 농가의 니즈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국내 대표적 생협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약진 중인 아이쿱생협을 찾았다. 박인자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장을 만나 생협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아이쿱의 성장 동력과 비전을 들어봤다.

조합원이 주인인 아이쿱생협 
 
아이쿱생협은 19986개의 지역 생협이 모여 현재의 전신이 됐다.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조합원에 의해 민주적으로 관리·운영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국내 협동조합기본법 시행(2012) 이전에도 협동조합 성격의 조직은 있어 왔다. 바로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다. 이들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직거래를 하는 단체를 생협이라 칭했다. 아이쿱생협의 정체성은 협동조합이다.
일반 협동조합의 종류는 다양하다. 공동구매 목적의 소비자들 모임인 소비자협동조합, 유통판매 목적의 직원들 모임인 직원협동조합, 공동판매 목적의 생산업체들 모임인 생산자협동조합, 둘 이상의 성격의 모임인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 등등. 이중에서 아이쿱생협은 생산자·직원·소비자 그룹이 모인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이다.
아이쿱생협은 친환경농산물 구매와 사업을 담당하는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와 소비자활동을 중심으로 조합원의 사회·문화적 요구를 반영하는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등 두 축으로 나눠져 있다. 조합원과 함께 경제사업을 통해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이중의 목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연합회별 회장이 따로 있다. 사업연합회가 조합원이 경제사업을 꾸리고 있다면 활동연합회는 윤리적 소비운동 등 운동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윤리적 소비란 개인의 목적을 위해 소비를 하면서 먹거리의 안전성 확보와 더불어 우리 농업과 환경 문제까지 고려하는 소비를 말한다. 이런 소비운동을 조합원이 주인으로서 기획하고 실천하는 단체다. 이 활동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이가 박인자 회장이다.
 
농산물 수입자유화태동사회문제에 적극 나서
 
한국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1997년 대부분 농산물이 수입자유화가 됐다. 가격이 싼 외국농산물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린 한국 농업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었다. 1995~2004년 동안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는 총 16,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전에 농촌에서 생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단체들은 이 시기에 맥을 못추고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반면 아이쿱은 이 시기(1998)에 태동한 것이다. 한국 농업이 암울해진 시기에 남다른 의지를 가지고 태동해서인지 그간 아이쿱이 행한 활동이 결코 가볍지 않다.  
아이쿱(iCOOP)의 영문 ii(), ideal(이상-나눔과 협동), innocence(초심), innovation(혁신)을 함축하고 있다. ‘나 스스로 나눔과 협동이라는 생협의 이상을 가지며 초심을 잊지 않고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의미가 절로 새겨진다.
아이쿱생협은 2005년 소비자 1만인대회, 2006년 수입쌀반대소비자캠페인, 2008년 광우병파동소비자캠페인, 2015년 예외 없는 식품완전표시제 소비자캠페인, 2016GMO완전표시제 캠페인 등 소비자의 협동을 통해 식품안전, 여성, 환경, 농업, 교육, 육아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 GMO완전표시제 10만인 서명캠페인 중인 아이쿱생협 모습. 생협은 2005년 소비자 1만인대회, 2006년 수입쌀반대소비자캠페인, 2008년 광우병파동소비자캠페인, 2015년 예외 없는 식품완전표시제 소비자캠페인, 2016년 GMO완전표시제 캠페인 등 소비자의 협동을 통해 식품안전, 여성, 환경, 농업, 교육, 육아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2015년부터 시작된 아이쿱생협의 예외없는식품완전표시제의 일환으로 올해는 ‘GMO완전표시제 캠페인을 진행했다. GMO완전표시제 교육 및 홍보에 이어 지난 8GMO완전표시제 입법 발의를 했다. GMO완전표시제 지지 서명을 통해 지난 10월까지 17만 명의 서명을 모아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1022일 광화문 광장에서 펼친 아낌없이 표시하자 2016’ 축제를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한 GMO완전표시제 홍보와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우리 농업의 지향점이 단순히 GMO가 아닌 지속가능한 농업임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연드림최근 10년 성장세 견인
 
25만 조합원 규모로 성장해 온 아이쿱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아이쿱생협의 초기 형태는 직거래였다. 초기부터 2007년 이전까지 10년간은 그러했다. 아이쿱생협이 급속도로 성장세를 이루기 시작한 데는 2007년 자연드림 매장을 설치하고서부터다. 연매출이 2007942억에서 20155,256억으로 껑충 올랐다. 올해 예상 매출은 5,800억 원이다. 조합원 또한 최근 10년 새 엄청나게 늘었다. 200414,926명이던 조합원 수가 2015237,000여명에 달했다. 아이쿱생협 매장 수는 20066개였던 것이 올해 11월 기준으로 190개로 늘었다. 전국 지역조합 수도 늘었다. 19986개였던 조합 수가 올해 11월 기준으로 90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규모가 커진 만큼 고용이 많아진 건 당연하다. 지역조합의 직원 수가 2008629명에서 올해 9월 기준으로 4,000명에 육박한다. 전체적으로 최근 10년간 여러 면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 중심에는 자연드림이라는 친환경 유기농 전문브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자연드림은 아이쿱생협이 만든 물품 브랜드이자 베이커리, 외식, 매장사업을 아우르는 브랜드다. 여기에는 Only, Value, Best 라는 3가지 브랜드 철학이 있다. Only는 아이쿱생협이 직접 생산하고 관리하고 오직 아이쿱생협에만 있는 브랜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Value는 사람과 지구환경을 위해 윤리적 소비와 생산의 가치를 실천한다는 뜻이 있다. Best는 먹거리에 대한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한 요즘 최상의 원부재료를 바탕으로 식품안전은 깐깐하게, 식품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자연드림의 운영시스템은 깐깐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아이쿱생협은 물품을 취급할 때 소비자조합원이 직접 심의하고 취급을 결정하는 구조다. 매월 전국 90개 지역조합에서 소비자조합원으로 구성된 물품심의 및 취급위원회가 신제품을 맛보고 사용해보고 원부재료 사양서를 꼼꼼히 확인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물품취급의 방향은 먼저 조합원의 눈으로 선정하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기준과 가치를 높여갈 수 있는지 여부와 조합원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 등 4가지 원칙에 따라 심의한다.
 
자연드림은 실제 물품의 취급과 심의도 조합원 스스로 하지만, 각 물품의 검사도 깐깐하게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국가가 인증해 준 친환경인증마크가 있더라도 상품을 유통·판매해야 하는 아이쿱생협은 세 번의 검사시스템, 즉 생산과정, 출하 중, 유통 중 정기 및 불시 검사 시스템을 통해 식품안전성을 취하고 있다. 조합원의 출자로 설립한 식품안전검사센터는 아이쿱생협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이 밖에 아이쿱생협은 취급기준책자를 만들어 시중 상품과 자연드림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취급과 기준을 갖고 있는지 책자로 만들어 신규 조합원에게 배포하고 있다. 보통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마트와 비교해 고가 정책을 펴고 있지만 자연드림은 시중 대비 최대 20%까지 가격이 저렴하다. 이는 생협이 서민도 부담 없이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하게 하자는 태생적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1차 농산물의 수확량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2006년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가격이 15,000원까지 폭등했을 때 아이쿱생협은 3,600원에 공급한 사례가 이슈가 됐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마련한 가격안정기금 덕분이었다. 가격이 올라갈 때 소비자의 가계경제는 부담을 받게 된다. 반대로 가격이 폭락할 때 생산자가 소득을 보장받기란 어렵다. 저수지의 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가격안정기금이다. 기금은 생산자의 출하금과 소비자조합원의 회비에서 일정 금액씩 조성하고 있다.  
▲ 괴산자연드림파크 내 압착유공방 체험공간. 자연드림 압착유채유는 Non-GMO 유채씨를 전통방식 그대로 눌러 짠 식용유로 화학물질 잔류걱정이 없다.

 

자연드림의 주요 상품에는 압착유채유, 우리밀 라면 등이 있다.
자연드림 압착유채유는 Non-GMO 유채씨를 전통방식 그대로 눌러 짠 식용유로 화학물질 잔류걱정이 없다. 보통 식용유는 제조 방식에 따라 용매추출 식용유와 압착유로 나뉜다. 자연드림 식용유의 압착방식 제조는 시중의 용매추출 식용유 제조방식보다 생산량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드림은 많은 수익보다 소비자의 더 나은 식생활을 위한 식용유를 선택한 것이다. 자연드림 식용유는 괴산자연드림파크의 압착유공방에서 직접 생산·유통하고 있다.
▲ 구례자연드림파크에 있는 라면 공방 견학로

 

우리밀로 만든 자연드림 라면은 수입밀 대신 100% 우리밀로 만든다. 국내 최초로 우리밀 글루텐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라면의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는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국산 재료의 비중이 높다. 최근 자연드림 레드라면은 우리밀 소비 확산을 위해 가격을 인하해 시중 라면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드림파크6차산업 모델로 주목 받아
 
박인자 회장은 조합원 모두 함께 잘 사는 것에 아이쿱생협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며 친환경유기식품클러스터인 자연드림파크를 소개했다.
아이쿱생협의 지속적인 성장 배경에는 25만여 소비자조합원의 기여와 참여가 있다. 자본 조성의 어려움 속에서도 조합원의 자발적인 출자와 차입을 통해 물류센터조성, 농산물 수매기금 마련, 친환경 클러스터 단지 조성 등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특히 전남 구례와 충북 괴산의 자연드림파크(친환경유기식품클러스터)는 소비자에게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 식품을, 친환경 농업 생산자에게는 지속가능한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어려운 농업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됐다고 전했다.  
▲ 전남 구례군에 소재한 구례자연드림파크는 149,336㎡(4만5,000여 평) 부지에 2014년 4월 문을 열었다. 협동조합 관련 15개 생산법인이 19개 공방(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친환경 클러스터 단지인 동시에 영화관과 체험관, 친환경 먹거리 식당 등이 함께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전남 구례군에 소재한 구례자연드림파크는 149,336(45,000여 평) 부지에 20144월 문을 열었다. 협동조합 관련 15개 생산법인이 19개 공방(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친환경 클러스터 단지인 동시에 영화관과 체험관, 친환경 먹거리 식당 등이 함께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201611월 기준, 근무 직원 511, 평균 연령 38세로 지역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했다. 27,000여 명 인구의 구례군에서 500여 명의 지역 주민 일자리를 만들어 냈으니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될 만하다.
오픈 후 올해 상반기까지 방문한 관광객은 293,000여 명에 달한다. 6차산업의 모델로 주목받으면서 정부 지자체 관계자 및 교수 등이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가고 있다.
충북 괴산에 소재한 괴산자연드림파크 2단지는 201411월에 문을 연 7만 평 규모의 클러스터 단지다. 1단지는 19만 평으로 조성 예정이다.
 
구례와 괴산의 자연드림파크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소비자 조합원들은 언제든 와서 편안하게 생산과정을 볼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 음식에 대해, 친환경 유기농 식품과 관련한 체험할 수 있다. 이는 다시금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미래 세대 조합원들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런 선순환은 단지 내 공방만이 아니라 지역 농가들의 소득도 높여 지역경제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의 아이쿱생협이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생협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생산과 소비와 고용을 생각하며 안심사회를 만드는 아이쿱생협이 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성공한 협동조합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박 회장이다. 이 성공에는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경제적 참여를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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